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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 일용할 설렘을 찾아다니는 유쾌한 할머니들
김재환 지음, 주리 그림 / 북하우스 / 2020년 9월
평점 :
영화 <칠곡 가시나들> 의 감독의 감동 에세이.
무려 3년 동안 칠곡의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나이듦에 관해 생각해보고 잊혀진 우리 어머니들의 삶의 질곡을
웃음과 감동으로 풀어냈다.
진심으로 할머니들의 삶과 생활과 말과 행동, 그 모든 것을 통해 요즘 시대에 살지만 우리 어렸을 적 느꼈던 할머니들의 따뜻한 정과 애절한 삶을 동시에 그려내어 감동적이다.
점점 사라져가는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기억하는 분들에게 큰 기쁨과 감동을 준다.
김재환 감독의 섬세하지만 꾸미지 않은 말 속에 칠곡 할머니들의 애환과 웃음이 묻어난다.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생각나는 할머니의 모습과 이제는 너무나 나이가 드신 어머니의 모습이 계속 생각이 나게 만든다.
그 시절, 그 어린 나이에 여자는 학교가면 뭐하냐면 아버지에게 꾸지람 듣던 어머니,
가고싶은 학교도 못가고 아들만 챙기는 어른들 탓에 죽어라 집안일만 하다 시집가 또 다시 여자로 태어난 설움에
눈물로 지새운 시집살이.
아들도 못낳은 탓에 사람구실 못한다며 구박받는 여자의 삶. . .
이 모든게 그 시절 여자의 삶은 아니었겠지만 우리 어머니도 겪은 일이라 칠곡 할머니들의 삶이 그대로 가슴팍에 꽂혀 눈물이 난다.
할머니들의 주무대는 마을회관과 문해文解 학교.
시대 상황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분들을 위한 학교이다. 이 곳에서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쓴다.
전국에 걸쳐 수많은 문해학교가 있다고 한다.
그동안 한글을 몰라 은행과 우체국을 자유롭게 못가고, 글을 모른다는 부끄러움에 수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운 할머니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이 분들의 시를 읽고 있으면 그분들의 삶과 마음이 저절로 느껴진다.
학교 가고 싶지만 갈 수 없고, 손자에게 동화책 한 번 읽어주지 못한 서러움과 부끄러움.
할머니들의 시엔 거짓과 꾸밈이 없다.
그래서 감동이 밀려온다. 나의 할머니가 생각나고 어머니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교 복
- 김순임 -
나는 좋으면서
눈물이 나왔다
열다섯에 입는 교복을
육십에 입었다.
이제는 은행도, 우체국도 자신있게 다니고 웃으며 사신다.
과거의 시름과 아픔은 저 멀리 던져 버리고 현재에 생활을 즐기며 사신다.
내일 일은 내일 일이고, 오늘의 행복을 위해 사시는 분들. 그분들은 함께 그렇게 즐겁게 사신다.
그래서 더 존경스럽다.
글자를 모르이 냄새로 알았다.
참기름 냄새가 나면 기름잡이 집
족발냄새가 나면 족발장이 집
- 안윤선 <냄새> 중에서 -
세상을 살다보면 행복한 날도 있고
슬플 날도 있지요
하지만 어느 누구든 사람들은 비슷비슷합니다
- 김차덕 <행복> 중에서 -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울 엄마 한 번만 보면
여한이 없겠다
- 이원순 <울엄마> 중에서 -
문해학교를 다니며 글을 깨우친 분들의 시이다.
삐뚤빼뚤하게 쓰셨던 나의 어머니도 이렇게 나에게 편지를 남기곤 했다.
맞춤법이 틀려도 무슨 마음으로 쓰셨는지 알기에 한 없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나이들어 늙어서 정치인들을 욕하는 할아버지 보다 소소한 일상을 재미있게 사시는 할머니가 되어 보길 희망한다.
오지게 재밌게 사시는 칠곡 할머니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