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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김미량 지음 / SISO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예수님의 열두제자 중 제임스(야곱)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예루살렘에서부터 걸어왔다는 길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라 한다.
올라!! 의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살아가는 미국의 이민자이다.
오리건 주정부 공무원으로 노인들과 장애인들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저자이지만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어렵사리 4주간의 휴가를 받는 것으로 스페인 순례길을 준비한다.
"내가 너무 미친 짓을 하려는 건 아니지 모르겠다"라고 했을 때 저자의 동료들은 그녀에게 말한다.
"무슨 소리야, 우리들 중에 네가 가장 제정신이고, 제정신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 너인 거야. 우리가 미친 거지. 일에 미치고, 사는 거에 미치고. 관계에 미치고...의미도 모른채 말야. 네가 우리들 중에 가장 온전한 거라고!"
대개 스페인 순례길은 삶의 여유가 있거나 돈이 많아서 가는 경우는 아닌 것 같다. 4주 이상이나 걸리는 기간을 봐도 그렇고 누군지도 모를 낯선 사람들과 단체로 잠을 자야 되는 경우도 그렇고 즐기려고 가는 관광이 아닌 것만은 틀림없다.
저자는 순례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떤 문제들에 대해서는 누군가에게 맞서라도 대답을 얻고자 했고, 어떤 일에 대해서는 세상이 너무 공평치 않은 것 같아 부글부글 화가 나기도 했고, 어떤 일에 대해서는 나만 왜 이러는지에 대해 좌절하기도 했다.
걷지라도 않으면 미쳐 버릴 것 같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시작한 순례길이었다. 어떤 여정이 펼쳐질지, 어디서 잠을 자야 하는지, 어디서 무얼 먹고 보고 얻어야 하는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무작정 걷고 싶지 않을 때까지 걸어 보려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도 있었고 , 여행에 대한 준비가 너무 허술하다고 느껴지기도 했고,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어서 나 스스로 순례자라 부르기에 어색했던 그냥 도보 여행자였다.』
이 순례길이라는게 그저 몇 주간 걷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난다. 어떤 사람들은 천사를 만났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따뜻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코골이 소리에 잠을 못자 불평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상처가 아물고, 어떤 사람들은 천국을 걸었다고 한다.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곳을 떠난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 위로를 받는다.
정답을 기대하고 온 건 아닌지만 해답을 얻는다.
혼자서 걸었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스페인 순례길을 걷는가 보다. 그 길을 걷는 누구도 홀로 외로이 남겨 두지 않으며 아픔 가운데 위로가 있고 외로움 가운데 평안이 있고...슬픔 가운데 기쁨이 찾아오고.
올라! 를 읽으면서, 저자를 보면서 괜한 용기가 생긴다.
말이 잘 안 통해도, 붙임성이 없어도, 소극적인 성격이어도 그곳에 갈 수 있다고 용기를 준다.
이 순레길이 준 가장 큰 선물은 용기가 아닐까 한다. 나 스스로 살아가는 용기.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것을 하는 용기.
PS
이 책은 사진이나 그림 한 페이지 없는 여행기이다. 그리고 스페인 순례길을 가기 위한 안내서도 아니니 무얼 준비해야 하는지 꼭 알아야 할 스페인어는 무엇인지 따위는 다른 여행 안내서를 참고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