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노동 이야기
오승현 지음, 안다연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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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일을 하는 노동자이다.

성경의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최초의 인류는 땅을 일구며 살다 땅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벌을 받게 되었다.

태어나서 죽는것은 당연한 것이라면 태어나서 일을 하는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이든 사회주의 사회이든 거부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인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노동의 가치가 똑같지 않다는 것에서 문제가 된다.

바로 부의 불평등한 분배.

바로 이것이 이 책이 말하려는 주제이다.

유럽의 노동역사부터 AI까지도 말하는 폭넓게 이야기하고 있어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렇게 인간에게 노동이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교육계와 학교에서는 노동교육에 대해 제대로 알려준 적이 없다. 오히려 외면하고 있다고 해야될까.

유럽이 산업혁명이라는 시기를 거치면서 자본주의가 발전했다면 대한민국은 오래된 유교의 영향으로 노동은 천한 사람들의 것이라 여기고 문인우대주의를 펼친 역사적 배경이 있어서일까.

요즘은 대학생은 물론이요, 중고등학생 할 것 없이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최근의 일일뿐 학생들은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은 용서되는 사회가 대한민국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누구나 노동자일 수 밖에 없고 우리가 그 당사자인데 우리가 주장해야 할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채 살아왔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말해도 우리 스스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의 노동은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선호하는 직업이 따로 있다는 것을.

그래서 저자는 청소년에게 제대로 노동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GDP 3만불 시대라면 우리나라 국민 1인이 1년동안 벌어들인 소득이 한화로 약 3900만원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3식구의 경우 1억이 넘는 소득이 된다. 그러나 연소득 3900만원 이하를 받는 직장인조차도 훨씬 적은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의 '갑질' 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노조는 무조건 '강성노조' 라는 등식이 왜 성립이 되었을까.

유럽은 이미 1800년대부터 노동착취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노동자의 권리 투쟁이 시작되었다.

끊임없이 학자들은 '노동은 자본의 아버지' 라고 주장하며 노동없이는 자본주의가 없다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운동에 앞장섰지만 한국은 강제로 문호를 개방당한 후 국가와 기업 이 기관이 산업화에 목숨을 걸고 국가주도로 산업을 육성했기에 '국가에 충성하는 것은 회사에 충성하는 것과 같은' 이념을 만들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대기업의 갑질이나 상사의 무례함을 참다가 마치 '소비자는 왕' 이란 주장으로 다른 곳에서 자신도 갑질을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아직도 회사와 상사, 나이의 권위를 믿으며 무례함을 일삼는 한국의 문화는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아직도 한국은 노동자를 조선시대 선비의식을 갖고 바라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대놓고 노동자의 입장에 서서 노동자가 겪는 푸대접과 불평등한 소득의 분배, 자본가의 횡포와 무관심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읽는동안 약간의 거부감도 들긴 하지만 '정작 노동자인 우리가 무시하고 간과해왔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 거부감이란 무조건 유럽의 문화와 한국의 문화를 비교하며 한국의 노동인식을 까내려한 것 때문이다.

'귀족 노조' 라 불리우는 한 대기업의 노조만 보더라도 그 회사의 노조 역시 비리와 자신들의 이익만을 바라며 서로 윈윈하는 자세를 한번도 보여준적이 없는데 그러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않기 때문이다.

밀레니엄 세대의 출현으로 조직문화가 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의 인식자체가 전근대적인 것은 초중고를 비롯해 대학, 나아가서는 사회나 종교 지도자들조차 그 누구도 제대로 된 교육이나 마인드의 변화를 촉구하는 강의, 교육, 설교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무조건 자본가는 착취인이고 노동자는 착취당하는 존재일까. 지금의 자본가들이 앞만보고 달려왔지 자본가의 윤리의식에 대해 교육을 받아봤을까?

이제서야 몇몇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직원의 복지문제, 환경문제, 인권문제, 식량문제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을 보면 노동교육과 마찬가지로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단 노동교육 뿐만 아니라 윤리의식과 사회적책임을 이야기해야 된다.

그리고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곤 하지만 청소년들에겐 너무 어려운 이야기라 부모가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나 역시 흥미롭게, 그리고 노동문제를 인식하며 읽었지만 일하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내용들이다. 재미도 없고.

그러나 다행인 것은 나의 자녀들이 혹시나 모를 노동인권이 침해당한다면 할 말은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학생을 노동자로 보지않고 일도 배움의 연속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작금의 현실을 왜곡하거나 알려주지 않는다면 가정이나 교회에서 가르쳐야 할 것이다.

내로남불, 절망이 난무하는 한국사회에서 윗세대의 불합리한 전통을 답습하지 않고 부디 나의 자녀들에게 좀더 희망적으로 변화된 사회에서 살게 하는 것이 나의 할 일이라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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