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도 죽지도 않았다 - 파란만장, 근대 여성의 삶을 바꾼 공간
김소연 지음 / 효형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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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권익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어느나라 어느 지역을 보더라도 여성이 남성과 평등한 지위를 누린적은 없었다.

여성은 늘 남성의 보조적인 위치에, 세상은 "HE"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우리나라 근대시기라 불리우는 약 120년전인 1880년대 외세에 의한 개항후부터 해방 후 6.25를 전후한 시기에서 활동한 여성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 책 "미치지도 죽지도 않았다" 는 제목 그대로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도 없는, 그래서 죽음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루어야만 했던 한국 여성의 발자취이다.

근대시기 극히 일부 여성들의 삶은 현대의 여성들보다 훨씬 진보적이었고 자기들의 의지로 자기만의 길을 나아갔다. 유교적인 틀 안에 묶여있던 조선의 여성들은 어떻게 사회에 진출하였을까,

그들을 이 사회로 끌어낸 것은 무엇일까.

그 역사는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에서부터 일어났다. 미국의 개신교 선교회는 고종의 선교허가를 받고 선교사업을 시작하면서 조선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조선에서 외국인이란 '도깨비' 로 불리우며 사람들을 잡아가는 괴물과도 다름 없었다. 그러나 자식들을 먹이지도 못하고 굶어죽게 만드는 조선은 너무 가난하였다. 부모의 입장에서 '도깨비' 같은 외국인 선교사가 자녀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가르쳐주겠다는 말에 자식을 맡겨도 자식을 팔아먹은 못된 부모로 여겨질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엔 선교사에 의해 많은 학교와 의료기관이 설립되었다. 가난으로 자녀들을 내맡길 수 밖에 없었지만 오히려 그녀들에게 배움의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한국여성 최초로 미국 유학길에서 의사까지 된 '박에스더'가 태어났고

'가난한 여성에게 복음을,포로된 여성에게 해방을, 억눌린 여성에게 자유를! 고통받는 여성에게 평안을

!' 을 외친 여성 운동가 '차 미리사' 가 나왔다.

이화여자학교, 덕성여자대학교 등이 모두 이 여성들의 활동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책의 전반부는 선교사에 의해 태어난 세브란스 같은 의료기관과 이화여자학교, 정동교회, 상동교회 등을 중심으로 성장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그 후 일제시대가 되어 선교사들의 활동이 줄어들고 근대시설들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최초의 여기자가 되었던 '최은희' 와 '허정숙' 의 여권신장을 위한 활동.

조지아백화점의 직원으로 일하다 여성 노동자의 비릿한 실상을 본 '송계월' 은 여성해방운동.

화신백화점에선 미용사 '임형선' 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방직공장 여성들의 참혹한 실상을 폭로하기 위해 공장 굴뚝에 올라선 노동자 '강주룡'

이 모든 이야기와 인물들은 사실 모두 연결 되어있다. 선교사로부터 출발한 여성들의 교육과 사회참여,

그리고 여성에서 여성으로 이어진 차별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의지는

박에스더는 차미리사를, 최은희는 송계월을, 오엽주는 임형선을, 그리고 강주룡은 강경애를 만들어냈다.

자유를 향한 그녀들의 의지가 이어져 근대를 이끈것이다.

이 땅의 여성들은 조선이 개항되면서, 그리고 가난을 못이겨 가정과 가족 품에서 벗어났다.

가족품을 벗어나니 비로소 자아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있어야 할 곳, 내가 해야할 일.

외롭고 힘들었지만 자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자존심과 용기 그리고 그들을 믿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어찌되었건 변화할 기회는 모두에게 주어지지만 그 기회를 놓치느냐 마는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그래서 이 책의 여성들은 미치도록 그 기회에 매달렸고 죽도록 자신을 몰아쳤다.

지금 이 시대가 불평등하다고, 살기 힘들다고 생각된다면 이 책을 읽고 용기를 내어보면 좋겠다.

파란만장한 여성들의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니 다른 한편으론 이 책은 역사책이 되었다.

이 책의 장소들, 종로에서 정동, 신촌까지 따라가다보면 근대역사의 발자취가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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