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를 걷다 - 생텍쥐페리가 사랑한 땅
주형원 지음 / 니케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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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산티아고 길을 5번에 걸쳐 걸었으며,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를 읽고 뛰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해 사하라로 걸으러 떠났다. 추억은 영원하다고 믿는 그녀는 프랑스 파리에서 살고 있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는 2차 세계대전이 한 창이던 때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이다.

생텍쥐페리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세네갈로 우편물을 운송하는 파일럿이었다.

그는 사하라에서 모험 및 조난 경험, 그리고 사하라의 아름다움을 예찬했다.

그에게 사하라는 자유 그 자체를 의미했다.

그 <인간의 대지>를 읽은 그녀는 하루하루 사하라를 거닐고 사하라의 밤을 상상하다 결국 사하라 사막으로 떠난다.

그런데 사하라사막을 걷고 텐트에서 먹고 자는 이런 여행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

저자는 소규모그룹으로 사하라를 트레킹하는 여행사인 '사막의 멜로디'(Melody du desert) 를 찾아 불안한 마음도 잠시, 사하라 사막을 향해 떠난다.

총 여행자는 10명 그리고 유목민 가이드는 4명. 끊없이 펼쳐진 사막을 걷고 자며 바라본 사막의 풍경과 사람들을 생각하며 쓴 에세이.

4살짜리 아이와 같이 온 엄마, 그리고 고등학생, 60대까지.

사막을 걸으면서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계속 묻는 사람, 낙타에서 짐을 내리고 야영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도 밥은 언제 먹냐고 보채는 사람.

산티아고 순례자 중에서도 중간중간 버스나 택시를 타고 구간을 뛰어넘어 산티아고에 도착해서는 수료증을 받으러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장소가 어디든 비슷한 사람들은 항상 있는 모양이다.

일주일을 아무도 없는 모래 위를 마냥 걷는것이 무슨 볼거리가 있고 감흥이 있게냐마는 감히 짐작하건대 오롯이 자연의 바람과 하늘, 모래와 돌, 구름과 별들을 한없이 보는 것이 더 신비한 체험이 될 수 있는것 같다.

우리의 도시에서는 하늘을 제대로 올려다 볼 수도 없고 끝없이 이어진 지평선도 건물에 가려져 있다.

밤은 더 이상 어둡지 않으니 별을 볼 수도 없고 작은 돌멩이 하나도 보기 힘든 곳이다.

오히려 건물에 갇혀 있다가 텅빈 사막에 펼쳐진 낯선 모습이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저자는 거대한 자연에 매료된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집에서, 소파가 아닌 모래 바닥에 누워 휴대폰 대신 하늘과 구름 그리고 별을 볼 때면 나와 내가 속한 이 세상이 완벽하게 연결된다고 느껴졌다.』

『언덕 위에 홀로 앉아 있으면 끝없이 펼쳐지는 광할한 사막과 물결처럼 이어져 있는 사구들이 보였다....풍경에 압도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광활함이 내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20년전 호주의 에어즈락과 그레이트오션로드를 여행하면서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것 같다.

『사막은 항상 내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내 안에 있었다. 이제야 오랫동안 내 안에 있던 사막을 밖으로 꺼내어 눈으로 확인하는 것 같았다. 내 안에서 무언가 끊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 안에서 나를 짓누르고 있던 감정들이

용암처럼 터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엄청난 슬픔이 파도처럼 나를 덮쳤다. 이 슬픔은 일상에서 종종 느끼는 분노가 섞인 우울함이나 슬픔과는 결이 달랐다. 보통 슬픔은 슬픔의 그늘을 더 깊게 만들고는 했는데, 지금은 슬픔이 슬픔을 위로하고 있었다.

때때로 슬픔은 더 깊은 슬픔을으로만 치유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비현실적인 곳을 갔다오게 되면 한동안 그곳의 감흥에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나 같은 경우는 20대의 호주 여행이 그랬다. 도저히 한국에서는 못 살것 같은,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때의 경험으로 힘을 얻어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비현실적인 여행을 더 갈망하는지도 모른다. 그걸 아는 누군가는 그런 우리를 위해 비현실적인 공간을 또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복잡함과 그리고 연결되어 있는 모든 것을 벗어나 혼자있는 시간의 중요함을 외치는 시대이다. 그 중심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고 이제 하나 더 추가해야 한다면 사하라사막 걷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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