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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찾아서 ㅣ 창비시선 438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평점 :
정호승 시인의 '당신을 찾아서'
전체적으로 시인은 떠나간 어머니를 향한 그려도 그려도 그리움이 묻어 나온다.
보고 싶어도 만나고 싶어도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머니를 한번만 더 보고 싶은
못난 아들의 마음.
거기에 더해 지금까지 죄인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죄인된 인간의 삶을 뉘우치고 싶은 죄인으로 살 수 밖에 없는
한낮 인간에 지나지 않는 나약한 인간.
그리고 신에 대한 고해성사. 그리고 죽음에 다다른 구도자의 모습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아직은 내가 설 익은 나이어서 그런가,
죽음에 많이 다가선 시인의 모습에 너무 빨리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에 동의하기에 시인의 고해성사는 나의 고해성사와도 같다.
인간들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 나의 죄 때문에 눈물을 피눈물을 흘리는 성모 마리아.
<기 적>
오죽하면 석고로 만든 성모님이
눈물을 다 흘리실까
오죽하면 사람들이 그것을
기적이라고 말할까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게 바로 기적이라고
아버지는 늘 말씀하시는데
오죽하면 나무로 만든 성모님이
피눈물을 다 흘리실까
얼마나 내가 당신을 미워했으면
성모님 발밑에 핀 장미꽃이 시들어버릴까
얼마나 당신이 내가 죽기를 원했으면
돌로 만든 성모님이 웃으시다가
평생 울고 계실까
<저녁 무렵>
저녁 무렵 순두부백반집에 가서
신발장에 신발을 넣을 때마다
삼성서울병원 영안실 시신안치실에
슬며시 내 시신을 넣는다
-중 략-
서울추모공원 유족 대기실에 가서
나를 화장하는 뜨거운 불길을
모니터 화면으로 멍하니 바라본다
<기념촬영>
기념 촬영 할 일이 없어졌다
봄날에 어머니를 땅에 묻고 무덤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나서
또 무엇을 기념할 수 있을 것인가
절망을 기념할 수 있을 것인가
한때는 나무가 나를 안아주고 있을 때
개미가 내 손을 잡고 길을 걸을 때
기념 촬영을 했으나
촛불을 밝히고 휠체어에 앉은 어머니의
구순 생신도 기념 촬영 했으나
이제는 기념할 일도
촬영할 인생도 없어졌다
<당신을 찾아서> 란 제목을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먼저 천국에 가신 어머니를 찾아서,
내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을 찾아서.
죄 많고 허물많은 나약한 나를 찾아서,
그리고 나의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