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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생각한다
존 코널 지음, 노승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소를 생각한다> The cow book
도시의 풍요로운 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잠깐 내려간 소설가이자 농부인 저자가 써 내려간 농장일기이다.
저자는 영화감독, 작가의 꿈을 안고 도시에서 생활하는 도시인이다.
한국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처럼 대화도 별로 없고 무뚝뚝한 아버지와 함께 갑자기 농장일을 하려니 힘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리네 농촌처럼 아일랜드의 농촌도 청년들보다는 나이든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자녀들에게 농촌일을 물려주기 보다는 도시에서 생활하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은 똑같지 않을까.
소와 양 또는 돼지를 키우는 일들이 녹록치 않은 것은 수백년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소가 인간들과 같이 생활하게 된건 약 1만년 전이라고 한다. 옛 벽화들을 보면 소는 숭배의 대상이었고 힘의 상징이었다. 성경에도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해서 광야에서 황금소를 만들어 숭배하는 장면이 나오고 인도는 아직도 소를 숭배하고 있다. 친근하면서도 성스러운 동물.
농장일을 보니 단 한시간도 여유가 없어 보인다.
계속해서 번식을 위해 암소를 돌바줘야 하고 수시로 새끼의 출산을 돌보아야 한다.
게다가 겨울철은 축사에서 생활하는 지라 전염병도 쉽게 걸린다.
잠시 한눈이라도 팔았다간 병에 걸려 죽어가는 양들과 소들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은 축산업이 고도로 산업화된 국가이다.
더이상 넓은 들판에서 소나 돼지를 사육하지 않는다.
더 얌전하고 더 온순하고 더 맛있고 병에 더 강한 품종들을 개량해 전 세계로 스테이크를 수출하는 나라이다.
가축을 돌보는 것은 농민이 아니라 조립라인의 싸구려 육체 노동자가 된 것이다.
이 사실을 책을 통해 확인하자 몇 년전 광우병 파동이 일었던 것이 생각난다.
공장에서 찍혀 나오듯 하는 소고기들. 영화 '옥자' 도 떠오른다.
끊임없이 개량해서 산업화시키는 산업 돼지들과 산업 소, 닭, 양.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먹고 있는 것인가. 화학품에 찌든 음식은 아닌가.
아일랜드의 농부들 역시 이런 산업화의 물결에 걱정이 앞선다.
아직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계속 소를 키우겠지만 언젠가는 몇몇 거대기업의 공장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한편 농장의 하루는 너무나 할 일이 많아 저자는 글쓰는 일을 전혀 하지 못한다.
그곳은 매일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이다. 사랑과 정성을 다해 돌보던 소들이 갑자기 병이 들어 죽기도 하고
옆에선 또 다른 양들이 새끼를 출산하고 있다.
도시인에게 농촌은 여유와 휴식의 공간이지만 농부들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회사원과 같은 피로를 안고 사는 공간인 것이다. 더군다나 내가 돌보던 새끼들이 하루 아침에 화장터로 떠나버리면 얼마나 화가 나고 자괴감이 들까.
농촌 생활을 모르는 도시인들에게 이 책은 또다른 감흥을 줄지도 모르겠다.
마치 한편의 농장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하고, 어느 한 가정의 농촌 드라마 같기도 하다.
아버지와의 갈등, 화해, 생명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우리가 먹고 있는 고기들에 대한 윤리적이고 안전한가에 대한 생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