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은 끝! - 일을 통해 자아실현 한다는 거짓말
폴커 키츠 지음, 신동화 옮김 / 판미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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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베를린자유대학의 한 연구팀에서 독일어 단어가 주는 느낌을 조사했다.

'분리와 분리하다' 는 부정적 기분을, '여행과 여행하다' 는 긍정적 기분을 유발한다.

그런데 '일과 일하다' 는 서로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일' 은 좋은 느낌을 주는 반면 '일하다' 는 부정적인 기분을 불러온다고 한다.

'일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만 일하는 것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일에 관해 속아 왔다고 주장한다.

즉, '열정을 다해 일하라, 일은 우리에게 성취감을 주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일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준다.' 라는 말에 속은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너무나 팩트폭력이다. 그래서 마음이 다 후련하다.

우리가 그동안 회사나 방송, 책에서 시달려온 열정을 다해라, 꿈을 찾아라, 자아실현을 이루어라 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말뿐인지, 그러한 말들은 더이상 직원들에게 통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정말 우리 회사 임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우리는 그동안 극소수 일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사람들에게만 통했던 이러한 주장들에 우리도 똑같이 될 수 있다고 속아온 것이다. 이제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빨간 약을 먹고' 진실을 마주해야 할 때이다.

태초에 에덴의 아담과 하와는 일을 하지 않았다.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에덴에서 쫒겨난 후 그들은 노동을 하였다. 인간은 수고하여 먹고 살아야했다.

고대의 명예로운 시민 중 생업에 종사하려 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일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인 것이었다. 사람들은 배우고 사색하며 시간을 보냈고, 그것이 훌륭한 시민의 자질을 이루는 핵심이었다.

일은 노예와 천민에게 맡겨 두었다.

16세기에 마틴 루터가 등장했다. 루터는 일을 '직업' 이라 불렀고, 비로소 '일' 은 하나의 개념이 되었다.

인류기원 600만년 동안 일은 짐 혹은 벌이었다. 일에 대한 예찬은 고작 50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이는 인류 역사의 0.008퍼센트에 해당한다. 일이 매혹적이라는 것은 결코 자명한 사실이 아니었다.

이제 일은 현대인에게 '의미' 를 지닌다. 일을 잃는다는 것은 파트너를 잃는 것이고 관계가 끊어지며 존재 자체가 무시가 되는 사회인 것이다.

'열정을 따를 것' 이란 다음의 일화를 한 번 보자. 저자가 직접 겪은 일이라고 한다.

<강연 주제: 일에서의 행복>

주제: 일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 자,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

- 취리히의 한 심장외과 의사는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한 의사이다. 56살이 되던 해 돌연 그는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트럭 운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트럭면허를 따고 수술용 메스를 460마력 트럭으로 바꾸고 40톤 화물을 싣고 유럽의 도로를 질주한다. 그의 변신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여러분 중 많은 분은 자신의 인생에서 그러한 변신을 경험할 것이다.-

하루아침에 완전히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우리는 강의에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헛된 실망만 남길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의 다수는 유명한 심장외과의가 아니라 트럭운전사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노동인구의 다수는 자신의 직업을 페이스북 프로필처럼 함부로 바꿀 수 없다.

어느 누가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 말인가? 대다수는 자기가 하는 일을 매일 열심히 한다.

그리고 매일 매일 하는 일의 대부분은 어제와 비슷한 일들이다. 반드시 열정을 다하지 안아도 잘 할 수 있는 일들이다. 회사에서 주장하는 그런 열정은 사실 필요없는 일들이다.

아마도 우리 대부분은 일 외에 다른 취미생활 같은 것에서 더 행복을 느끼고 열정을 불태울 것이다. 소수의 워커홀릭을 제외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하고싶지 않은 일을 하기 때문이 아니고 돈버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하나, 우리가 직장에서 창조적이거나 열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타부서와의 협의, 적절한 시간과 비용을 계산해야 하며 팀장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스트레스를 받을 바엔 편하게 일하기를 선택한다.

직장은 그런 곳이다.

누군가 직장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곳이므로 열심히 일하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생각일 뿐이다.

자아실현은 스스로 찾아 자기 인생에 의미를 불어넣는 것이지 누가 말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미국이 한창 달로의 여행을 연구하고 있을 때 미국 대통령이 NASA 연구소를 방문했다고 한다.

건물을 청소하던 직원에게

"당신은 여기서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라고 물으니 그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달에 로켓을 보내기 위해 열심히 쓸고 있습니다"

놀랍고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자기일에 소명을 부여받은 사람이다.

사실 이 청소원이 그렇게 말을 해서 그렇지 다른 청소원과 비교해보면 청소상태는 거의 비슷할 정도로 깨끗할 것이다. 그 청소원이 소명을 가지고 일을 해서 직장에서 행복할 지 모르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지 않을수도 있다. 일은 일일 뿐이다.

그러나 사회는 규정대로 그저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을 문제라고 무시하는 오류를 범한다.

베를린자유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가?' 의 설문에 답하는 사람은 1(불만족)부터 10(만족) 까지 에서 대학교수는 7.71점이고 가장 낮은 창고 노동자는 6.71점 이다.

1점부터 10점 사이에서 단 1점 차이만 난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직업은 그 사이에, 촘촘히 붙어 있다. 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일은 큰 행복도, 큰 성취감도, 인생의 큰 의미도 아니다.직장동료가 절친한 친구는 아닐지라도 사람들과 교류하기를 좋아한다.

평소에 역량을 전부 발휘할 필요는 없지만, 자기 본연의 방식으로 업무를 본다.

이들의 일과 이들 '자신' 은 완전히 일치하지 않지만, 자기 일이 흥미롭다고 여기고 다른 많은 일에도 흥미를 가진다.

인생은 친구, 가족, 여가, 취미생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들에게 성취감을 제공한다.

현대사회에서 일은 일일 뿐이다. 우리가 사람이 생명을 구한다거나 신약을 개발한다거나 하는 일은 아닐지언정 아주 의미없는 일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의미없는 직장은 없다.

이제는 '빨간 약' 을 먹고 매트릭스에서 나와 오늘 일은 오늘로 끝내고 일찍 퇴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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