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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 - 여성이었고, 흑인이었고, 영웅이었다
마고 리 셰털리 지음, 안진희 옮김 / 노란상상 / 2017년 3월
평점 :
"표지판을 핑계 삼아 당신을 해고할 거야." 미리엄의 남편이 말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싸워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에 대해 끊임없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그들도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겠지."
미리엄이 말했다.
-본문 64쪽-
이 문장을 읽으면서 본문에는 흑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많은 단어들이 대입되었다. 여자, 비정규직, 장애인...
흑인이자 여성인 이 컴퓨터들을 영웅화하는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불편한 감정도 존재했다. 그들이 NACA에서 그토록 열심히 수학 계산을 한 것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함이었고 그것은 다른 면에서 보자면 전쟁 상대 국민들을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죽이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또한 이들은 수학, 공학 분야의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흑인이라서 그리고 여성이라서 차별받고 오랜 기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백인과 남성들 보다 임금을 절반 정도 적게 받았다. 자신들의 약점(?)에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고 옷도 잘 갖춰 입는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왜 그래야만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 사회 소수 약자들은 경쟁력을 키워야만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일까? 그저 한 인간으로 존중 받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인권이 성립될 날은 아직도 멀고 먼 일인 것일까?
미국의 광적인 공산주의에 대한 분노와 혐오감. 그리고 그런 심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권력자들. 또 아폴로 11호의 인류 최초 달 착륙에 대한 조작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이 책 곳곳에 베어있는 미국 부심에 대한 반감 등이 작용했다.
인간 컴퓨터들이 기계 컴퓨터로 대체되어 해고 바람이 부는 내용은 오늘날 4차 산업 혁명이 연상되기도 했다.
책이 상당 부분 지루해서 읽고 덮기를 수없이 반복했고 중간에는 그만 읽을까 잠시 고민도 했었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이 책을 계속 읽은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1960년 2월, 스페이스 태스크 그룹이 '머큐리' 캡슐을 테스트하는 일에 한창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였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즈버러에 있는 흑인 대학인 노스캐롤라이나 농업 기술 대학에 다니는 4명의 학생이 울워스 드럭스토어의 간이 식당에 있는 백인 전용 구획에 앉아 있었다.
데이비드 리치몬드, 프랭클린 매케인, 에젤 블레어 주니어, 조셉 맥닐, 이 4명의 학생은 커피를 주문하려고 했지만 직원이 주문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식당 매니저는 이들에게 나가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학생들은 나가기를 거부하고 드럭스토어가 문을 닫는 밤늦게까지 계속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 비폭력 시위는 시민권 운동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시발점이었다. 다음 날 '그린즈버러의 4인'은 20명의 운동가로 불어났다. 3일째 되는 날에는 60명의 학생이 울워스 드럭스토어에 집결했고 4일째 되는 날에는 300명이 시위대에 합류했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이와 비슷한 평화 시위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다른 도시들로 퍼져 나갔다. 그다음엔 켄터키 주, 테네시 주, 버지니아 주 등으로 퍼졌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사위 방식을 '농성'이라고 불렀다. 때때로 경찰은 시위자들을 체포해서 감옥에 가뒀다. 그렇지만 금고형이 선고돼도 이 용감한 학생 운동가들은 눈 하나 깜작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종 분리 정책을 모두 부숴 버릴 때까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작정이었다.
-본문 210~211장-
울컥했고 눈물 콧물 다 짜면서 울었다. 그동안 흑인 차별에 관한 책 몇 권(블랙 라이크 미, 앵무새 죽이기)을 읽었지만 한 번도 흑인들에게 감정이입 되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문장들은 생생하게 내게 전달 되었다.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치고 싶다. 우리나라의 촛불집회도 연상되었다. 비폭력 평화 시위가 어떤 것인지 그 느낌이 정확하게 전해졌다.
이때로부터 5년 전,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에 사는 재봉사인 로자 파크스는 시내버스에서 백인 남성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버스 운전사의 지시를 거부했다가 체포되었다. 이 사건은 전국의 흑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끈 '버스 안 타기 운동'을 촉발했다. 많은 흑인들은 아무리 먼 거리라도 직장과 학교에 걸어 다녔다. 차가 있는 이웃들은 서로 차를 태워 주었고, 흑인 택시 회사는 이웃들의 택시 요금을 버스 요금과 같이 적게 받으며 운동을 이어 갔다.
이 과정에서 로자 파크스는 살해 협박을 수차례 받았고 그녀와 남편은 앨라배마 주에 있는 직장에서 해고됐다. 이를 알게 된 햄프턴 대학의 총장이 로자 파크스에게 대학 교직원 식당에서 일하는 안내원 자리를 제안했다. 로자 파크스는 총장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1957년부터 1958년까지 그곳에서 일했다.
-본문 211~212장-
진정한 영웅은 이런 사람들이다. 대학생들과 재봉사인 소시민들이 흑인 차별 철폐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로자 파크스 일화는 '블랙 라이크 미'에서 였는지 어디선가 어렴풋이 보고 알았던 사건이긴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자세한 내막을 알게 되었고 그린즈버러 4인 대학생들 일화는 내게 큰 감동을 안겨다 주었다.
용어 설명이 각주로 되어 있지 않고 책 말미에 있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