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Acquaintance Rape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로빈 월쇼 지음,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옮김 / 미디어일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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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강간 중에서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 범죄에 대해서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1984~1985년에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보고서이다.

내용이 중복되는 경험 사례를 읽다보면 피로감이 쌓이고, 30여년 전의 그것도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들이었기 때문에 읽으면서 계속 지금의 미국과 한국에서 똑같은 조사를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평소 강간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이번 독서를 통해서 강간 사건이 모르는 사람에게 당하는 것은 범죄로 인식이 되지만 아는 사람에게 당하는 것은 범죄로 인정 받기 어려운 여러가지 사회적 배경과 문제 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에 대해서 왜 그렇게 되었을까 곱씹어 보게 되었다.

 

 폭행을 예로 들어보면 아는 사람에게 폭행을 당했을 때 피해자의 어떤 언행이 가해자의 폭행죄를 경감시켜 주지는 않는다.

 

 따돌림의 경우 왕따 가해자는 두 가지로 변명을 많이 하는데 하나는 '장난이었다.' 이고 하나는 '쟤가 어떠 어떠해서 왕따 당할 만하다'라고 본인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가해자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그 것을 용납하지는 않는다.

 

 친밀한 관계(혹은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느끼는 관계)에서 벌어지는 강간을 포함한 성범죄의 경우 어느 정도의 강제성은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팽배하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부 강간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었다.) 남성의 성적 흥분 원인이 여성에게 있다는 잘못된 사고가 만연해있어서 오히려 성범죄의 심각성을 희석화시키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 책속에서도 한 남성이 고백하는 대목이 있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여기에 포함되지 않을지는 한 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를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저 자신이 아는 사람에 대한 강간범이라는 거였습니다. 물론 저는 누군가를 넘어뜨리지도 않았고, '네가 이걸 하지 않으면 팔을 비틀어버릴 거야.'라는 식의 말을 하지도 않았죠. 하지만 저는 기억합니다. 저 역시 우리(남자들)가 흔히 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을 완전히 꼼짝 못하게 했다는 것을요. 우리가 하는 방식이란 당신(상대 여성) 위에 누워서 당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죠. 그리고 또 기억나는 것은 한 번도 상대 여성과 합의를 보려 한 적이 없다는 거예요. 그 대신 거짓말을 하거나 온갖 시나리오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고는 정작 성관계 후에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거나 오히려 그날의 일에 대해 상대방이 불편하고 불안하게 느끼게 만들었죠.

                                                                                                        -본문 268쪽-

 

그러나 이렇게 자기 반성을 하는 하는 남자는 극히 일부이고 대다수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고 하면서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여성도 성범죄 피해자나 사건에 대해서 거리감을 두면서 범죄의 원인을 여성에게로 돌림으로써 자신이 성범죄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나 공포로부터 분리시켜 심리적 안정을 꾀하고자 한다.(어쩌면 이런 심리 방어 기제가 나에게도 발동했었을지도 모른다.)

 

이러 저러해서 책을 읽으면서는 딱히 유용성을 찾지 못했으나 여러가지 의미는 분명히 있는 도서였다. 점차 확대되고는 있으나 성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와 교육 그리고 예방 및 방지 시스템, 성범죄 처벌 강화 및 학술적 연구 등이 활발하게 시행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성역할 및 성의식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는 사회 전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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