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전쟁
레이첼 시몬스 지음, 권은정 옮김 / 홍익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 나는 친구들과의 크고 작은 다툼으로 많이 힘들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감정들이 교차하면서 늘 나를 괴롭혔으며 나는 늘 친구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날들이 많았었다.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는 일본의 이지메 문화가 우리나라에 상륙을 해서 왕따라는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졌다. 그 뒤를 이어 줄줄이 만들어졌던 전따,은따 등등... 왕따의 신종어들은 이미 우리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학창시절에는 그져 흘겨 넘겼던 일들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이 책의 소녀들과 비슷한 경험을 한 것이었다. 같이 노는 무리에서 늘 표적은 상대하기 만만한 나였으며 심지어 단짝친구 마져 다른 친구들과 있을때는 그 들과 함께 나를 놀리며 내게 차갑게 대하곤 했었다. 그 때도 그런 점을 느끼지 못한건 아니었고 '저 친구는 나와 단둘이 있을때는 내게 잘해 주지만 다른 친구들과 같이 있을때는 그 들과 한 편이 되곤 한다.'라는 정도의 정의만 내리고 잠시 혼란스러워 했을 뿐, 스스로 그 해결점을 찾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단지 그 점을 대수롭게 여기고 또는 원래부터 그랬으니까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하고 넘어갔던것 같다. 그 친구와는 지금도 만나는 사이 지만 사실 그 때에 대해 다시 물어볼 용기가 없다. 어쩌면 문제는 바로 내 자신에게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겪고 있는 괴로움을 솔직하게 친구에게 털어 놓을 수 있었어야 하는건데...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 때의 기억은 그저 평범한 추억으로 퇴색 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소녀들의 전쟁>을 쓴 저자는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학창시절 보고 경험한 일들에 대한 비슷한 실화들을 많이 이야기해준다. 그 점이 참 재미있었다. 시대와 공간과 문화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같은 점 때문에 고민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 이유가 바로 '여성들은 무조건 착한소녀로 자라야 한다'는 사회적 관념이 깔려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이 꽤 두꺼운데 빨리 따돌림에서 벗어나는 해답을 얻고 싶다면 9장 전망과 대책 만 읽어도 무방 하다. 많은 취재자료들을 한꺼번에 다 쓰려니 글이 산만하게된 점은 아쉽지만 저자의 노고와 열정이 아름답게 결실을 맺은 책이 아닌가 싶다. 오늘 이시간에도 교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전쟁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 전쟁의 원인제공과 동시에 해결점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학생들이 아니라 기성세대 어른들의 산물인 사회에 있다는 것을 우리들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잊지말자! 아직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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