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의 섬'의 배경은 말 그대로 살인자들을 모아 놓은 섬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살인을 저지른,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죄수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이 섬에서 터진 실종 사건으로 두 형사가 파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소설은 속도감이 있어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빨리 읽히며, 특히 감정이입이 될 때의 섬뜩함과 끝에 나오는 반전은 만만치 않은 재미를 더해준다. 그리고 어찌보면 이렇게 재미를 맛보는 것으로 끝날 수 있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고 난 후 제목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살인자들의 섬. 그곳은 정신적인 문제로 타인을 죽여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러나 글을 읽는 내내 느낀 것은 이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타인을 죽였지만, 내면적으로 자기자신 또한 죽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정신적인 문제라는 게 그렇다. 내면의 자살이라고나 할까. 보통 자기 안으로 숨어버린다고 표현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자기 마음을 찢고 파헤치고 어질러서 죽이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마치 정신 이상이 있는 연쇄살인범이 사람을 그냥 죽이지 않고 토막을 내거나 헤집어서 죽이는 경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들은 자기 마음을 차례차례 죽여나감으로써 인간이 살아가기 이해 갖추어야 하는 것을 하나둘씩 없애버리는 것이다. 이 소설의 결말은 부정적이다. '다음날'이라는 제목의 에필로그를 보면 알 수 있다. 내내 긴장하면서 읽던 책은 결말부분에서 씁쓸함을 안겨 주었다. '살인자들의 섬'. 이 소설은 한 편에서는 재미만 보는 소설이 될 수 있지만, 약간만 시선을 돌리면 안타까움과 내면의 슬픔으로 점철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