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레뜨
RUTH GRAHAM / 이가출판사 / 1992년 4월
평점 :
절판


'꼴레뜨'는 내가 한창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찾아다닐 때 발견한 책이다. 사실 그 때는 정신병과 관련된 소설을 찾아다니던 중이었는데, 이 책 저 책을 뒤지다가 아무 생각없이 꼴레뜨라는 제목의 책을 집어들면서 표지에 나와 있는 '그녀는 작가인가 창녀인가?!'라는 문구에 눈이 홱 돌아가 구입했던 것이다.

표지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2000명의 남자와 500명의 여자와 동침했다는 전설적인 그녀'라는 문구가 작은 글씨로 나와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더 충격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여자가 진실로 실존했던 여자란 말인가?'가 당시에 내 머리속에서 떠올릴 수 있는 전부였다. 여하튼 나는 책을 구입했고, 집에 돌아가자마자 침대에 누워 함께 샀던 나머지 두 권을 제치고 이 책부터 펼쳐 들었다.

책 내용은 의외로 간단했다. 꼴레뜨라는 여자가 18세라는 어린 나이에 14살이나 연상인 제법 규모가 큰 출판업자와 결혼하게 되면서 겪는 삶의 커다란 변화를 담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변화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당시 적은 원고료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던 형편이었지만 명랑함을 잃지 않던 아버지와 어린시절부터 자연에 묻혀 자라와 청순하고 개성이 넘쳤던 어머니 때문에 역시 밝고 깨끗하게 자라온 가브리엘 꼴레뜨는 결혼 후 파리에서의 새 삶을 고통과 비애로 버무리게 된다.

그의 남편이 된 윌리 빌라르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는데, 영리하고 교양이 풍부했으며 예술적인 감각까지 소유한 그였지만 필력이 따라주지 않았다는 것과 조금은 변태적인 성생활을 즐겼다는 것이다. 꼴레뜨가 엄청난 색욕가였다는 것은 전해지는 얘기일 뿐 입증된 사실은 아니지만, 소설을 살펴보면 '꼴레뜨'의 작가는 그것을 빌라르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 했다. 왜냐하면 소설에서 꼴레뜨는 빌라르와 그의 애인(그는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따로 즐기기 위한 애인을 두고 있었다)을 통해 성-이성애든 동성애든 상관없이-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색의 화신이라는 전설속의 주인공이기 이전에 그녀는 유명한 작가였다. 비록 필력이 따라주지 않아 대리작가를 사용하던 첫 남편(꼴레뜨는 죽기 전까지 세번 결혼했다)이 꼴레뜨 마저도 그런식으로 이용하여 명성을 얻게 되나, 그 때까지 순진하기만 하여 남편의 뜻에 따라 집필을 계속하던 꼴레뜨는 어느 순간 자신의 부당한 처지를 깨닫게 되고 결국 남편과의 결별을 선언함으로써 '꼴레뜨'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런데 이 소설의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비록 첫 남편인 빌라르가 순진한 꼴레뜨를 색욕의 세계로 빠트리고 그녀의 필력까지 훔쳐서 한 때 명성을 얻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통해 꼴레뜨는 색의 화신으로서의 전설을 남기게 되었고, 또 작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자로부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다. 그리하여 창녀와 작가라는, 왠지 공존하기 힘들어보이는 두가지 명칭을 동시에 갖게 된 것이다. 다시 봐도 아이러니함 그 자체이다.

사실 이 책은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 귀중한 새싹들을 꼴레뜨처럼 어린 나이에 성에 눈뜨게 하여 색욕가로 변신시킬 생각이 조금도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꼴레뜨가 겪은 것 외에도 수 많은 종류의 고통이 있고, 자기 나름의 고통 가운데서도 극복해 나가는 그녀의 정신은 청소년들이 한번쯤 보고 배워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정말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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