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이런 감동적인 책에 대한 리뷰의 제목으로 겨우 '책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 생각'이라는 제목을 달다니 의아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물론 리뷰란 게 정식 서평이 아니기에 주관적인 부분이 없을 수 없겠으나(하물며 서평에도 주관성이 완전히 배제되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나의 리뷰가 일반적이 아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나의 삶은 고틀립 박사처럼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육체적 고통을 지나온 적 없고, 그렇다고 이혼이라고 하는, 모든 사람이 경험하진 않지만 현대에 와서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있어서 그 고통을 공감해줄만 한 사람이 그래도 좀 있는 고통을 경험한 것도 아니고, 자폐 증세(발달장애)가 있는 주변인물이 있어서 그런 문제로 고통을 당해본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 나름대로의 고통을 경험해봤고, 그것은 한 때 극에 달했으며, 어려서부터 '죽음'이라는 것을 가깝게 생각하며 자란 경력(?)이 있다. 고틀립 박사처럼 육체에 문제가 있으면 때론 동정심으로라도 다가오거나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있지만, 내면적 고통은 겉에서 보았을 때 단지 이상한 사람이라는 꼬리표밖에 달아주지 못하며 그런만큼 남에게서 동정받기는 커녕 외면받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을 안다. 세상에는 이혼과 같이, 다른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함께 생각하거나 적어도 이해할만 한 고통이 있는 반면, 이해는 커녕 공감조차 이끌어내지 못할, 어떻게 보면 일반인의 이해의 범위를 한참 넘어선 그런 고통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인지 <샘에게 보내는 편지>는 아쉽게도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버린 면이 없잖아 있다. 나의 마음을 관통하지 못하고 빗겨간 게 대부분이다. 과거의 나였더라면 충분히 마음을 적셨을 글들에, 다시 한 번 마음을 모아보자는 생각으로 임했지만 그리 쉽지 않았다. 그나마 책이 짧고 글이 쉬웠기 때문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이 빗겨간 거지 모두 빗겨간 건 아니다. 이 책이 다른 비슷한 서적들과 달리 마음에 들었던 이유도 이것 때문인데, 고틀립 박사는 단지 사랑하라고만 말하고 있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내 자신 속에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어두운 면면이 있으며, 그것을 똑바로 주시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더없이 찬성하는 말이다. 일부는 알고 있지만 외면하는 것이고, 일부는 아예 의식도 못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런 자신의 일부를 깨다고 그것을 직시한 채 상황에 대처하기 시작하면 아마 삶이 달라지는 것을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우울증과 같은 고통 중에 지나치게 사람들과 떨어지면 그것이 악화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단지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과 어울리지 않으면 엇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때때로 경험하는 고독은 자기성찰의 시간을 허락하지만, 지나친 고립은 되레 내적 퇴화를 일으키는 것을 많이 보았고, 나 스스로도 어느정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어느정도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이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독의 시간을 보내는 것과 완전히 고립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등식이 성립된다고 볼 수 없다.

이렇게 작은 부분 부분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조금이나마 공감과 이해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비록 작은 부분이었지만, 지금의 나에겐 이것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동조라고는 털끝만큼도 일으키지 못하는 책도 허다하니까. 특히 이런 내면과 삶에 대해서 다룬 책 가운데서는...

그러나 내게 전반적으로 공감이 없었다고 다른 사람에게도 없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내게도 지금의 상태에서는 메아리에 불과하지만, 과거의 한 때였더라면 이 책은 분명히 내 마음을 울렸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외적인 고통과 내적인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책소개나 기타 다른 리뷰에 마음이 동한 사람이라면 내 리뷰를 개의치 말고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 바이다.

책에 대해 아쉬운 점을 하나 밝히자면, 이 책이 손자인 샘에게 보내는 편지이다보니 내용에 한계를 지은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만약 샘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일반인, 세상에 널린 고통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었다면 <샘에게 보내는 편지>보다 더 많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지 않았을까. 그러면 어쩌면 나같은 사람도 더 많이 공감하고 이해하고 깨닫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을까.

하지만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 부모의 처지를 이해하는 마음, 다른 사람들에 대해 가져야하는 시선, 앞으로 닥쳐올 수 있는 고통에 대한 예고와 이에 대해 가져야할 마음가짐, 나 자신의 상태를 직시하라는 충고, 그리고 하루하루 사랑을 품으며 살라는 얘기까지, 참 많은 것을 간결하게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음에 트러블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쩌면 이정도만으로도 오아시스와 같은 효과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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