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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즐거움 (양장)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입 메모: 2000년 10월 27일 월요일 진솔문고...
이 책을 기억해 낸 것은 얼마전 보았던 일본드라마 <야마토 나데시코> 덕분이었다. 늦깎이 수학자와 스튜어디스의 사랑이야기. 2000년 어느날, 내가 읽지는 않았지만 어찌어찌하여 추천을 듣고 아는 동생에게 권해 준 책 중의 하나였고, 그렇게 그녀가 이 책을 구입하자,
- 그 책 다 읽어봤니? 어땠어?
- 응 별루였어. 자전적이고 수학에 대한 얘기만 좀 있구, 자기 자랑도 좀 하구...
라는 질문을 건네 보고는 난 웬지 읽기가 시들해져서 이 책의 존재에 대해 잊고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책을 한달전에 발견하고는 책 도처에 밑줄을 긋고 싶은 마음으로 아랫귀퉁이를 접어둔 곳이 꽤나 된다. 개인적으론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원하는 분야의 직장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도 있다.
노예란 말의 뜻이 '자기 자신의 인생을 자기가 결정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은 쉽지는 않으나, 만약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는 그런 거대한 행운(?)이 온다면, 놓치지 말구 배짱있게 해 나가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
인생에서 남의 눈을 너무 의식하다가는 비약하지 못할 때가 있다.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이것만은 해내야 한다는 결심을 하기 위해서는 배짱이 필요하다...
한 인간의 삶은 인연에 지배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부모에게서 이어받은 것, 가까운 친구에게서 배운것, 또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체험적 지식 등이 눈에 보이지 않는 덩어리로 자기 자신 속에 축적되어 '인'을 만든다. 그 '인'이 '연'을 얻어서 그 사람의 희망이 되고 행동이 되고 결단이 되고 길이 만들어진다. 살아 있다는 것은 부단히 무엇인가를 배우고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바로 그 배우고 노력한 것이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된다.
경쟁에 있어서는 때로는 체념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가 안 돼서 단념했어요.
그래도 그리워 못 잊을 그 사람.
...
체념하는 기술을 알아두는 것, 그것은 창조하는 데 관련되는 정신 에너지를 제어하고 증폭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이다.
또한,
소박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창조의 기반이 아닐까? 이것을 깨닫게 되었을 떄는 어느새 황혼이 가까워 있었고, ...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경우, 하바드에서 유학했던 시절, 체험했던 미국과 일본, 크게는 동양과 서양의 교육의 차이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며, 좋은 것은 배울 수 있도록 권한다.
예를 들어,
가령, 3,4백 페이지 분량의 책에 씌어진 내용을 배우려고 할 때, 학생은 교수에게 가서 "이 책에는 무엇이 씌어져 있습니까?"라고 일본의 대학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질문을 한다. 다소 유치하고 대략적인 질문이지만, 질문받은 교수는 그에 대해서 학생에게 열심히 설명한다. 그러면 그 설명에 대해서 또 질문하고, 그것을 몇 시간에 걸쳐서 되풀이하는 동안에 학생은 그 책의 요점을 파악해 버린다. 두꺼운 책을 몇 페이지 읽다가 이해하지 못해 포기하는 것보다 질문을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효과를 내는 셈이다. 물론 상세한 부분은 스스로 읽어야 되겠지만, 대체적인 요점이나 골격을 파악하면 책에 대한 이해는 훨씬 빠르다.
귀로 배운다는 '이학'이란 것도 이런 것을 질문해도 될까? 라는 판단을 떠나 궁금하거나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싶은 경우, why라는 한정적 질문보다, 광범위하게 what 이라고 질문하는 것도 배움의 방법으로 권하고 있다. 법률, 경제, 생물, 종교학 등 여러분야의 학생들이 모여 함께 얘기를 나누는 것 또한, 상대방의 최대 이슈에 대해 여러가지 관점에서 각각의 의견을 들을 수 있으므로 또한 도움이 된다고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이학이 발달되어 있는데, 그 이유로는 미국이란 나라가 높은 봉급으로 교수를 고용하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이학이라는 것은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람과 접하면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사고 방식을 배우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 '이학'이 발달하고 있음을 잘 나타내 주는 예로서 자주 거론되는 것으로 미국 사람들은 질문하는 기술이 좋다는 것이다. 사실은 기술이 좋다라기보다 모르는 것은 무엇이든지 질문하는 습성이 있는 것이다.
미국 뿐만이 아니다. 영국 프랑스 등과 같은 유럽의 학교에서도 이학이 발달하여 있다. ^^
책꽂이에 꽂아두어 가끔 되돌아보며 읽어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어 추천하는 마음으로 몇자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