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개성적 대중가수였던 게인즈부르그가 1950년대 후반에 만들고 부른 샹송 중에는 릴라역의 개찰원(poinconneur des Lilas)이라는 것이 있다. 파리 지하철의 노동자인 노래속의 주인공은 온종일 지하에서 승객들이 내미는 티켓에 구멍 뚫는 일을 반복하는데 게인즈부르그는 이 인물에 자신을 빗대어 반복적 음율과 가사로 엮어낸 것이다. "나는 릴라역의 개찰원이라네"로 시작하는 그의 노래는 팝아트의 바탕에 쨰즈풍의 멜로디를 곁들여 독특한 서정을 일으킨다. 또한 제한된 일상 속에서 삶의 리얼리티를 섬세하게 추적하는 예술가의 태도가 잘 반영되어 필자의 기억에 특별히 저장되어 있다... (중략)
정현의 철조 세계 by 김영호(미술평론가, 중앙대교수)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