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특급열차를 타러간다
윤정모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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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의 소설은 '나비의 꿈'과 '슬픈 아일랜드'만 읽어보았다. 한 작가의 작품을 두 편쯤 읽으면 그 작가의 고유한 특징, 조금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특유의 냄새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의 경우는 달랐다. 소재와 주제의 특이성(무겁고 시사성 있는 그런...) 때문이었을까, 잘 알 수가 없었다(책들은 재미있게 읽었다. 평소에 내가 관심있어 하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도 했고).

그래도 작가에 대한 조금의 호감같은 것이 있었나 보다. 우연히 그의 이름이 붙은 이 책을 보았고 나는 망설이면서도 책을 집어들었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더 컸던 것 같기도 하다.

뒷표지의 글만 보고도 알 수 있듯 그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어쩌면 결코 밝히고 싶지 않을 일들. 스스로도 자살하고 싶은 순간이 몇 번 있었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그런 고비를 넘기고 다시 힘을 내어 살아간다고도.

이 책을 쓰면서 그가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 조금씩 치유해 가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괴로움은 계속 묵혀두기만 하면 더 깊어지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의 고통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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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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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에 책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수다스런 문장들은 그렇다 쳐도 첫부분에 나오는 성당 건물에 관련된 어려운 단어들과 시차 증후군에 걸려 버린 주인공 때문에 더욱 그랬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 100페이지 정도(보통 소설책 반 정도의 분량이다. ㅡ.ㅡ;)까지는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야만 했다.

그쯤 지나고 나니 이제 끝없는 수다에는 단련이 되었는지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인용구 따위(ㅡ_ㅡ)는 가볍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지뢰밭의 지뢰처럼 널려(?) 있는 유머러스한 장면들. 그때부터는 책에서 거의 눈을 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끝으로 갈수록 드러나는 꼼꼼한 구성 역시 감탄을 하게 했다. 수다스럽고 정신없이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것 역시 플롯의 일부, 결말로 향하는 장치였던 것이다. 그것은 책에서 말하는 '그랜드 디자인'과도 통하고 있다. 결말은 조금 김이 새긴 했지만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의 유쾌한 해피 엔딩이었다.

사족 : 번역은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저 방대한 분량과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대사에 무수한 인용구에 거기다 까다로운 뉘앙스 같은 것을 생각하면 무척 힘들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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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 시미즈 레이코 걸작선 9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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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간을 거꾸로 보내는 이상한 행성. 그곳에서 지낸 여자는 두 번이나 어린 아이가 되어 버리고 그곳에 있지 않았던 남자는 점점 나이를 먹어간다. 그녀, 'KANA'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전생을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두 번 갓난아이가 되어버렸던 그녀는 두 번이나 다시 태어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아무런 예전 기억이 없지만 또다시 같은 상대에 이끌린다는 것.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진, 이제 중년이 다 된 토르에게 이끌리는 어린 KANA의 모습은 기적-마법-Magic-과 같은 사랑의 힘을 느끼게 한다. 정말로 그런 사랑이 실제로 존재할지는 알 수 없지만. ^^;

'MAGIC'은 거의 클라이막스까지 '금기'의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다. 아버지와 딸의 사랑이라는 충격적인 내용. 하지만 금지된 것일수록 더 아름답게 보인다고 했던가. 작품의 분위기에 홀린 것인지 그렇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위험하군...ㅡㅡ;). 어쨌든 나중에는 그 정도로 금기를 깨버리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왠지 아릿하고 신비한 느낌.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내 마음에 꼭 드는 작품이었다(결국 진짜 하고 싶은 애긴 이 말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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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2 - 완결
박은아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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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불면증'의 줄거리는 별다를 게 없다. 부모님의 재혼으로 인해 남매가 되어버린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 이제는 흔하다 못해 진부하기까지 한 소재이다.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애틋한 사랑이랄까? 그런 것들.

하지만 나는 그 사랑보다는(물론 슬프기는 했지만 ^^;) 주인공 희진의 내면이 더 절실하게 와닿았던 것 같다. 담담하고 건조한 희진의 독백(나레이션), 조금씩 자신의 벽을 깨고 나오는 모습, 어른이 되어버린 모습, 다시 자신의 벽을 쌓는 모습이. 내 나이가 이제 10대의 마지막을 붙잡고 20살의 문턱을 밟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희진처럼 나 역시 '벽'을 쌓고 있기 때문일까?

사실 희진이 그 벽을 영원히 깨어 버리고 나오길 바랬다. 슬픔을 느끼지 못하도록 벽 속에 숨어 있는 희진의 모습은, 슬픔으로 넘쳐서 울어버리는 것보다 더 슬펐다. 이제 더 굳건한 벽을 쌓고 그 안에 숨어서 나오지 않을 것이므로.

가끔씩 무방비한 상태로 있을 때 찾아온 기억의 조각이 그 애를 괴롭힐 테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벽을 정비하고 그 속에 숨어 버리겠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서서히 흐릿해지고 결국에는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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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변현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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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벌어지는, 짧은 시간에 일어난 '희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이 고골에 대한 패러디라는데 고골에 대해선 잘 모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선 잘 알 수 없다. 이 책에는 이해하기 힘든(나로서는) 인물인 포마 포미치가 등장한다. 그의 행동은 위선적이고 완전히 제멋대로이다. 그러나 그의 추종자들은 그를 선(善)의 화신으로 받든다. 정말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물론 마지막에는 그의 행동이 주인공들을 행복으로 이끌긴 했다. 그 행동 하나로 그는 (그의 본질을 대충이나마 알아차리고) 그를 싫어하던 사람들에게서까지 호감을 이끌어냈다. 그런 점에서 위대한 인물(말 그대로의 의미는 아니다)이라고 불러도 될까?

그에 반대되는 인물로 착하고 순수하게 그려진 아저씨(대령)는 너무나 바보로만 보인다. 약간 어리숙하기 때문에 그렇게 착할 수가 있는 것일까? 어쨌든 읽는 동안 바보같은 아저씨 때문에 답답하기도 했다. 잘못도 없는데 그렇게 주위 사람들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어떻게 모두를 착하게만 생각할 수 있는지(자신을 낮추어 생각하고)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두 번째로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위의 주절주절 긴 쓸데없는 말들을 빼고 한 마디로 말하면 이 책은 재미있다. 아저씨와 포마 포미치가 빚어내는 우스꽝스러운 장면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행동들은 웃음을 이끌어낸다(비록 비틀어진 웃음이기는 하지만). 결말에서는 조금 허탈하기도 했다. 뭐랄까, 이 포마라는 인물에게 존경심마저 느껴졌다.

지금까지 읽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별로 없지만(죄와 벌 축약본과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 전부다) 이 책은 다른 책보다는 좀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조금 현학적인 대화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모든 것이 '희극'의 일부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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