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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2 - 완결
박은아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불면증'의 줄거리는 별다를 게 없다. 부모님의 재혼으로 인해 남매가 되어버린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 이제는 흔하다 못해 진부하기까지 한 소재이다.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애틋한 사랑이랄까? 그런 것들.
하지만 나는 그 사랑보다는(물론 슬프기는 했지만 ^^;) 주인공 희진의 내면이 더 절실하게 와닿았던 것 같다. 담담하고 건조한 희진의 독백(나레이션), 조금씩 자신의 벽을 깨고 나오는 모습, 어른이 되어버린 모습, 다시 자신의 벽을 쌓는 모습이. 내 나이가 이제 10대의 마지막을 붙잡고 20살의 문턱을 밟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희진처럼 나 역시 '벽'을 쌓고 있기 때문일까?
사실 희진이 그 벽을 영원히 깨어 버리고 나오길 바랬다. 슬픔을 느끼지 못하도록 벽 속에 숨어 있는 희진의 모습은, 슬픔으로 넘쳐서 울어버리는 것보다 더 슬펐다. 이제 더 굳건한 벽을 쌓고 그 안에 숨어서 나오지 않을 것이므로.
가끔씩 무방비한 상태로 있을 때 찾아온 기억의 조각이 그 애를 괴롭힐 테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벽을 정비하고 그 속에 숨어 버리겠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서서히 흐릿해지고 결국에는 무감각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