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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벌거숭이들
비루테 갈디카스 지음, 홍현숙 옮김 / 디자인하우스 / 1996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오랑우탄에 관한 책이지만 저자인 비루테 갈디카스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책에는 그녀의 삶과 오랑우탄의 연구, 그리고 오랑우탄이 사는 곳인(그리고 그녀가 연구하고 있는 곳인) 인도네시아의 풍물에 관한 이야기까지 담겨 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이 산만하지는 않다. 그 모든 것이 모여서 이 한 권의 촘촘히 엮고 있다. 그녀의 삶은 그녀가 관찰한 오랑우탄의 삶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고, 또 그것은 세상의 어느 곳도 아닌, 인도네시아의 어느 밀림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녀는 수많은 오랑우탄들 각각을 오랜 시간 동안 관찰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토록 힘든 연구를 해낸 것은 웬만한 결심으로는 불가능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것을 끝내는 이뤄내는 그 열정이 부러웠다. 이 책은 현장 연구를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있는데 밀림의 힘든 생활들을 나라면 견뎌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더욱더 그녀가 대단해 보이는 것이리라.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오랑우탄의 사회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랑우탄은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지 않는다. 어미와 새끼 이외의 다른 오랑우탄들은 거의 같이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고독한 동물이라고 종종 불린다. 그러나 그들이 한 번 맺은 관계는 거의 영원히 지속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한 번에 몇 달, 아니 몇 년 동안 얼굴을 마주치거나 오가지 않고도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한다.
또한 오랑우탄은 침팬지나 인간처럼 무리를 이루지 않기 때문에 다른 오랑우탄과 꼭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동기는 순수하다. 그들은 서로에게 아무것도 줄 필요가 없고, 받을 필요도 없다. 인간은 전적으로 순수한 동기를 갖는 일이 거의 없으며, 상대방을 완전히 신뢰하지도 못하지만 이들에게는 그런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오랑우탄이 에덴 동산의 거짓없는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인간은 이런 순수한 오랑우탄의 모습에 이끌리게 되는데, 어쩌면 그것은 옛날, 스스로 떠나온 낙원인 에덴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