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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 책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수다스런 문장들은 그렇다 쳐도 첫부분에 나오는 성당 건물에 관련된 어려운 단어들과 시차 증후군에 걸려 버린 주인공 때문에 더욱 그랬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 100페이지 정도(보통 소설책 반 정도의 분량이다. ㅡ.ㅡ;)까지는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야만 했다.
그쯤 지나고 나니 이제 끝없는 수다에는 단련이 되었는지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인용구 따위(ㅡ_ㅡ)는 가볍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지뢰밭의 지뢰처럼 널려(?) 있는 유머러스한 장면들. 그때부터는 책에서 거의 눈을 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끝으로 갈수록 드러나는 꼼꼼한 구성 역시 감탄을 하게 했다. 수다스럽고 정신없이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것 역시 플롯의 일부, 결말로 향하는 장치였던 것이다. 그것은 책에서 말하는 '그랜드 디자인'과도 통하고 있다. 결말은 조금 김이 새긴 했지만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의 유쾌한 해피 엔딩이었다.
사족 : 번역은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저 방대한 분량과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대사에 무수한 인용구에 거기다 까다로운 뉘앙스 같은 것을 생각하면 무척 힘들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