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의 나비효과랄까.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여진이 결국 여기에 이르렀다. 소설 <조선총독부>(류주현)에 이어 <우리의 소원은 전쟁>, <세 여자>. 3권짜리 <조선총독부>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실록소설'이라는 이름을 썼는데, 역사적 사실 구현에 들인 노력에 비해 소설적 재미는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에 반해 <세 여자>는 실존 인물인 세 여자, 허정숙 주세죽 고명자 외에도 박헌영, 임원근, 김단야 등 한국 공산주의운동에서 거론되는 세 남자가 등장해 때로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처절하게 무너지는 일생을 긴박하게 그리고 있다. 1920년부터 1956년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경성 상해 모스크바 연안 평양 등을 무대로 혁명가들의 삶과 죽음이 장대하게 펼쳐지고 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전직 기자 출신답게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펼쳐보인다. 근미래 김씨 왕조 붕괴 이후의 북한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3일간에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 장르답게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북한 사회에 대한 좀더 깊이 있는 분석이 더해졌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의도한 장르에 충실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등장인물의 특성상 <세 여자>는 여성 독자들에게, 장르의 특성상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남자 독자들에게 환영받을 만하지만, 각각 과거로의 여행 또는 미래로의 여행이란 점에서 누구나 읽어도 흥미로울 소설들이다. 다만, <세 여자>는 900쪽,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500쪽이 넘어 읽기 전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작가가 펼쳐놓은 세계 안으로 빨려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