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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도시 탐구 - 우리나라 도시에 숨겨진 과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아라크네 / 2022년 11월
평점 :
책 원고의 적지 않은 부분은 SBS 파워 FM 라디오 프로그램 <김영철의 파워 FM> 중 내가 2021년부터 맡아 온 ‘곽재식의 과학 편의점‘ 시간에 다루었던 내용을 글로 옮긴 것이다.
책은 가방에 쏙 넣고 다니기 괜찮은 사이즈. 글자 포인트도 적당히 커서 눈이 피로하지 않았고, 내용들이 어렵거나 깊게 생각을 요하지 않아 짬짬이 읽기 좋다.
과학 기술의 관점에서 한국의 여러 지역, 여러 도시를 둘러보면 그 도시의 현실에 대한 생생한 특징과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보다 뚜렷하게 포착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전국 10개 도시(청주, 대전, 전주, 속초, 경주, 울산, 제주, 수원, 여수, 부산) 지역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찾아낸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공학박사로 대전에 있을 때의 일화들과 일을 하며 방문한 울산, 오랜 시간 축적한 궁금증과 지식을 쏟아부어놓은 듯하다.
조선 후기 『북관기사』 책에서 백두산에 가까운 함경도 북부지역 산속 깊은 곳에 목객(木客) 이라는 괴물이 산다는 이야기에서 어린이만 한 덩치의 괴물이 원숭이일 가능성에서 나아가 몇만년 전 대륙이 붙어있던 시대에 한반도의 원숭이가 일본으로 건너갔을 것이라는 추측과 청주 두루봉 동굴에서 발견된 원숭이 뼈로 과거 인류 종족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이어 지역마다 발견된 동물의 뼈 등의 흔적으로 전시관을 만드는 의견까지 이어진다.
괴물이라는 단어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로 ‘여기까지 간다고?’ 생각하면서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고대 문헌과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께 듣는 옛날이야기 상자를 열어본 것 같아 같아서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읽고 아이들에게 추천해주었는데 분명 아이들도 좋아할 것같다. 😊
대전에 칼국수와 빵이 유명한 이유가 영호남을 갈아타는 대전역에서 가락국수가 유명했기 때문에 아마도 밀가루 유통이 많아지면서 비슷한 칼국수 집이 많을 것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국수의 멸치국물을 화학에 비유하다니! 맛과 감정을 화학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만 늘 먹으면서 맛있다라는 감성적을 쨍그랑 깨버리는 새로운 시각이 왠지 모르게 좋았다. 음식, 색, 맛, 동식물 등을 과학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설명하는데 화학물질과 공식에 대입하면 풀릴 것 같은 설명은 과학자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에 진심이다.
전설과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과학 수업 시간이 오기도 한다. 흥미가 없다면 절대 이런 이야기들을 삶과 과학을 연관시켜서 말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다. 도시의 현재, 앞으로의 발전, 예측, 상상에 대한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상상이니까 그리고 과학자이기에 도시에 대해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 것이 인상적이다.
중간 중간에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힘들다고 느꼈던 감정이 외로움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한 것과 바다를 보면서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고민하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나는 무얼하며 살았나 돌이켜보는 등의 삶에서 고독과 싸운 흔적이 보였다. 공학박사라는 자리에 가기까지 스스로의 노력도 있지만 억지로 끌려가듯 가야하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 도시탐구 책 속의 많은 내용들이 흥미만을 위해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축척된 결과물로 맺은 결실이라고 전해주고 싶다.


● 책속에서
많은 원숭이가 한반도에서 야생으로 사는 것이 가능했던 시대가 있었다. 조선시대의 일은 아니다. 확인된 한반도의 원숭이를 만나 보려면 그보다 훨씬 더 머나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간접 증거는 이웃 일본의 원숭이들이다. 섬나라인 일본에 원숭이가 사는 것을 보면, 그 원숭이들은 언젠가 다른 지역에서 일본으로 건너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과 가까운 한반도에서 원숭이가 건너갔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원숭이들이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퍼져 나갔는데, 그 후 어떤 이유로 한반도의 원숭이들은 숫자가 줄어들다가 멸종했고 일본에 건너간 원숭이들은 지금까지 살아남아 현재의 일본원숭이가 되었다고 보면 상황은 들어맞는다. 그렇다고 치면 과거의 언젠가 한반도에 원숭이가 살던 시기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P17
실제로 그런 시대가 있었기 때문인지, 한반도에서는 옛 시대 원숭이의 뼈가 발견된 적이 몇 차례 있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꼽아 볼 만한 곳이 충청북도 청주의 두루봉 동굴 유적이다. P19
마음이나 감정의 문제도 결국은 화학의 문제다. 사람이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몸에서 꼭 일어나야 할 다양한 화학 반응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순조로이 잘 일어난다는 뜻이다. 사람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 또한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화학 물질이 몸속에서 얼마나, 어떻게 흘러 다니는지와 큰 관련이 있다. 사람이 깊은 생각에 빠지고 세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현상은 결국 뇌 속에서 뇌세포가 일으키는 다양한 전기 화학 반응 때문에 벌어지는 결과다. 만약, 이런 화학 반응에 어느 것 하나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는 아프거나 절망하게 된다. P44
대전의 훌륭한 가락국수 가게, 칼국수 가게에서는 멸치의 이노신산이 일으키는 화학 반응을 절묘하게 조절해서 멋진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풀이해 볼 수도 있겠다. 내가 좋아하던, 고명 하나없던 그 칼국수도 사실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국물 속에 이노신산이 원료가 되어 여러 다른 단백질, 펩타이드, 아미노산, 탄수화물, 당분이 함께 반응해서 만들어진 다양한 물질이 제 역할을 하도록 딱 맞춰 녹아 있었기에 그렇게 맛있었던 거라고 짐작해 본다. P62
만약 공작새 깃털을 뽑아서 색깔별로 자른 뒤에 아주아주 고운 가루로 빻으면, 원래 색깔이 무엇이든 간에 어느 부위나 흑백에 가깝게 보일 것이다. 즉 깃털을 이루는 물질 자체는 그냥 같은 색깔을 가진 성분이다. 같은 색 깃털이지만 미세하게 서로 조금씩 다른 결로 자라서 막상 공작새의 몸에서 빛을 받으면, 각기 빛을 반사하고 통과시키는 정도가 약간씩 차이 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색을 띤다. 이런 방식으로 공작새는 몸에서 다양한 색소를 만드는 능력이 없는데도 깃털에서 굉장히 현란한 색을 보여 줄 수 있다. P80
고대의 청동 도끼 전사들이 활약하던 시대를 알아내는 기술에 관해 설명한다면, 나는 좀 먼 곳에서부터 이야기해 보고 싶다. 지구로부터 약 2만 광년, 그러니까 20경 킬로라는 아주아주 먼 거리에 있는 별의 잔해부터 말해보고 싶다. 지금으로부터 약 2만 년전, 우주 공간의 저 머나먼 한편에서 커다란 별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냥 단순히 폭발한 것이 아니라 초신성이라고 하는 특별한 현상을 일으키며 폭발했는데, 별이 초신성으로 변하면서 폭발하면 그 폭발의 규모가 너무나 막강해서 별의 원래 밝기보다 몇억매 혹은 몇십억 배 이상 밝게 빛날 수도 있다. 그래서 아주 먼 곳의 별이었지만 지구에서도 무척 밝게 보일 정도로 빛을 내뿜게 되었다. 이것은 SN1604라고 하는 초신성의 사례다.P107
경주의 어느 좋은 위치에 대나무 숲을 울창하게 키워, 속이 답답하고 괴로운 일이 많은 사람들이 그 숲에 가서 뭐든 후련하게 소리치며 털어 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게 어렵다면 사람들에게 익명으로 사연을 신청 받아 온종일 한쪽에서 도란도란 들을 수 있을 만한 목소리로 아나운서나 성우가 그 비밀 사연을 읽어 주는 대나무 숲 혹은 산책길이 있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P137
울산은 신라의 중심지였던 경주에서 멀지 않았던 까닭에 신라의 국력이 강해지면서 항구 도시로 발전했다. 신라의 전성기 시절, 병을 옮기는 악령을 물리쳐 주는 신통한 인물로는 처용이 유명했다. 최근에는 처용이 대외 교류가 활발할 때 항구를 통해 신라에 찾아온 중앙아시아 또는 중동계 인물, 내지는 그 후손일 수 있다는 설이 유명하다. 처용은 신라뿐만 아니라 고려, 조선 시대에도 악령을 물리쳐 주는 인물로 전국에 긴 시간 널리 알려졌기에 지금도 울산에는 처용을 소재로 처용문화제라는 행사를 주회하고 있기도 하다. P165
나는 산이나 강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 관광지가 될 수 있다면, 노동자들의 땀으로 건설된 거대한 울산 공업 단지의 모습도 멋진 풍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천 명의 사람이 붙어서 커다란 배를 만드는 풍경이나, 밤새 불빛을 밝히고 움직이는 공장의 기계가 모여 있는 모습은 멀리서 내려다보면 분명히 멋진 광경이다. 그런 경치를 지켜보면서 산책할 수 있는 길이나 앉아 쉴 수 있는 전망대·조망대 같은 곳에 다니기 편한 장소가 있다면, 나는 자주 가 보고 싶다. P180
제주 남부 해안에서 최근 큰 피해가 되는 현상으로는 갯녹음이란 것이 있다. 이것은 바다 밑이 녹아내린다는 뜻으로 붙은 이름인데, 몇몇 산호에서 관찰되는 석회조류라고 하는 생물들이 갑자기 번창하면서 다른 생물들은 점점 살기 어렵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 나중에는 결국 석회조류조차도 죽어 없어지기 십상이므로 아무 생물도 살지 못하는 사막이 바다 밑에 펼쳐지기도 한다. 한국수산자원공단 자료를 보면, 바다에 더러운 물질이 흘러드는 현상과 함께 따뜻한 물이 유입되는 현상을 갯녹음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P214
수원이라는 이름의 뿌리는 고구려에 점령되어 “매홀”이라는 고구려 말에서 유래한 지명으로 불린 적이 있었다고 보고있다. “홀”이라는 글자는 고구려의 여러 성에 종종 등장하는 말로, 성·고을이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매”라는 글자는 물이라는 말의 고구려식 발음을 한자로 옮긴 것으로 추정해 볼 만하다. 그렇다면 고구려식 지명 “매홀”도 물의 고을, 물의 성이라는 의미가 되어 현재의 지명인 수원과 거의 같은 뜻이다. P226
청동의 주원료인 구리는 철에 비해 지표면에서 훨씬 드문 재료다. 단수히 화학 원소가 얼마나 지표면에 많냐 하는 조사만 보아도, 철은 지표면의 몇 퍼센트쯤은 차지하여 가장 흔한 원소 중 하나에 속하지만, 구리는 0.1퍼센트는 커녕 0.01퍼센트 이하로 보는 통계가 많을 정도로 희귀한 원소다. 그렇다면 청동으로 만든 멋진 칼이 있다고 해도, 그냥 높은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 뽐내기 위한 목적의 장식품이었을 거라는 해석은 설득력 있게 들린다. P253
여수의 청동검에서 하나 더 언급하고 싶은 점은 그 옛날 검이 묻혔던 것을 발견해 보면, 두 조간 또는 세 조각으로 부러진 모양으로 나오는 일이 많다는 사실이다. 학자들은 멀쩡한 검을 묻기 전에 일부러 부러뜨려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청동 거울도 깨뜨려서 묻어 놓은 것이 발견된 적이 있다고 하니, 아마도 멀쩡한 물건을 부수어서 땅에 묻는 행위에 어떤 주술적인 의미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짐작해 보자면 청동검을 주인 옆에 묻으면서 함께 저승으로 가라는 의미로, 칼 또한 저승에 보내기 위해 세 토막으로 부러뜨린 것일 수도 있다.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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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만약 공작새 깃털을 뽑아서 색깔별로 자른 뒤에 아주아주 고운 가루로 빻으면, 원래 색깔이 무엇이든 간에 어느 부위나 흑백에 가깝게 보일 것이다. 즉 깃털을 이루는 물질 자체는 그냥 같은 색깔을 가진 성분이다. 같은 색 깃털이지만 미세하게 서로 조금씩 다른 결로 자라서 막상 공작새의 몸에서 빛을 받으면, 각기 빛을 반사하고 통과시키는 정도가 약간씩 차이 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색을 띤다. 이런 방식으로 공작새는 몸에서 다양한 색소를 만드는 능력이 없는데도 깃털에서 굉장히 현란한 색을 보여 줄 수 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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