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버린 - 김유담 소설집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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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버린』

김유담 소설집

창비 출판

- 12월 창비 스위치 북클럽 작가 탐구생활 '김유담 북클럽 참여를 통해 책을 읽고 미션도 하며 기억에 남는 문장을 남겨보았어요.


 

1주. 작가 탐구생활 북클럽 인증샷 & 『탬버린』 전반부를 읽고



 

📖핀 캐리(pin carry)

아무리 최선을 다해 힘껏 굴려도 결국 같은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이 볼링공처럼, 매일 새벽 수백상자의 막걸리를 싣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낯선 도시까지 가닿았다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오빠의 삶이 이제야 묵직하게 다가왔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무거운 볼링공을 던지며 그가 얻어내고 싶었던 보너스가 무엇인지 나는 계속 외면하려 들었다. 그가 죽고 나서야 그것을 더 고통스럽게 들여다보게 된 것은 아마 그 대가일 것이다. P42

💬피곤해도 자신이 잘하는 볼링을 하려고 밤마다 게임을 하고 볼링으로 돈을 벌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진 오빠의 마음을 볼링공을 굴려가며 이해해보려고 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가난한 집 형편을 알면서도 자신이 욕심을 부려 대학을 간다고 하지 않았다면 집의 가장이었던 오빠가 그렇게 힘들게 일을 하다가 죽진 않았을 텐데 오빠의 죽음에 자신의 욕심이 있었다는 생각에 온전한 슬픔보다 무거움이 더해져 보인다.

📖공설운동장

나와 동생이 한참 고기를 뜯고 나면 그제야 가장 맛없는 부위룰 손에 들던 아버지였건만, 이제는 입에 ‘대접’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남편 대접, 아버지 대접, 가장 대접…… 말끝마다 대접 타령을 하며 성을 내는 아버지에게 대든 적도 여러번었다. P55

💬가진 것이 많은 아버지와 다 잃은 아버지는 완전히 다를 사람이다. 가족들에게만큼은 자신이 노력했음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상처받은 가족들도 잃음에 대한 고통을 받고 있는 처지라 마음 한켠 나눌 수 있는 여유도 없어보인다.

자신이 특별하다는 오만한 믿음 하나만이 유일한 자존심이었던 그 소녀는 소도시에서의 평범한 삶을 세상에서 가장 경멸했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몰랐던, 이곳을 떠나기만 하먄 제법 근사한 미래가 그러질거라 믿었던, 나조차 미워하고 있는 나의 열일곱을 L은 따뜻하게 기억해주었다. P68

“너는 결국 밀양에 돌아오게 될 거야.”

“그래, 그럴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내가 이곳을 떠나는 이유가 선생님 때문이 아니듯, 혹시 다시 돌아오게 된다고 해도 선생님 때문은 아닐 겁니다.“

나는 ‘선생님’이라는 단어에 일부러 힘을 주어 말했다.

평소와는 다른 깍듯한 경어체였다. P80

💬무능하게 변해버린 아버지를 피해 서울로 도망치듯 떠났고, 잘 될것 같았지만 미래는 불명확했다. 밀양 고향에 돌아온다고 해도 잘된 후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니 반기는 가족도 마음 붙일 수 있는 가족도 아니다.

📖우리가 이웃하던 시간이 지나고

📖탬버린

직원들은 회식 때 박수를 받는 것과 업무이 대한 평가는 별개라는 것을 알면서도, 심지어 노래 실력과 노래방 점수가 무관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박또박 한음 한음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각자의 곡조를 타고 흐르는 통속의 욕망이 어쩐지 너무 서글프게 느껴졌다. P141

“탬버린에 달린 이 동그란 금속을 뭐라고 하는 중 아니? 징글(jingle)이라고 해.”

“징글? 징글벨 할 때 그 징글?”

“아마 그럴 거야. 악기에 달린 짤랑거리는 금속 방울을 통틀어서 징글이라고 하니까. 얘의 이름을 알고부터는 말이야, 탬버린울 흔들 때마다 징글징글징글,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나는 그 소리가 좋아. 나만 징글징글하게 사는 게 아닌 거 같아서. 어때? 너도 들리니?” P143

음악은 가사를 얹지 않아도 음악일 수 있지만, 탬버린은 누군가가 흔들어주지 않으면 존재의 의미가 사라지게 되는 거라고, 탬버린의 존재를 확인해주기 위해서는 힘껏 흔들어줄 수밖에 없다던 송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간주를 틈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P144

💬고교 시절이 떠오르는 소설이었다. 은수처럼 여유가 있지도 않았고, 반장처럼 공부에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무슨 고민으로 매일 탬버린만 흔들어대고 좋아하는 미술도 못하며 탬버린 그림으로 실력을 뽐내는 송이가 어쩌면 나와 비슷했을 것 같다. 여고시절 남들이 쓸모없는 것이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했던 그 때가 떠올랐다.




 

2주. 『탬버린』 후반부

📖멀고도 가벼운

연애라는 것이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간의 부담을 지우고 그것을 기꺼이 감당하는 일이라는 걸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두려웠다. 여자친구에게는 아까울 게 없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던 은호도 쌓이고 쌓이다보면 내게 비난의 화살을 겨누게 될 것 같았다. P173

은호의 방에 들어가 그가 공부하는 책상을 손으로 쓸어보았다. 그가 누리고 있는 좋은 것, 그리고 앞으로 그가 가지고 싶어하는 더 좋은 것이 내게는 닿을 수 없는 다른 세계에 있는 것으로만 여겨졌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지금보다는 깔끔한 월세방, 안정적인 학자금 대출 상환 같은 거였으니까. 그게 내거 취직을 하야 하는 이유였다. P191

💬어릴 때 집에서 조금이라도 가계 보탬을 하고자 부업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쩜 그 시대를 잘 표현했는지 읽으면서 그때의 여럿이 둘러앉아 마늘도 까고 천도 접어 포장하는 장면들이 떠올랐다. 여기 나오는 이모를 보며 함께 자란 고모가 떠올랐다. 왜 엄마는 그렇게 흉을 봤을까.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질투가 났던 것일까.

📖가져도 되는

결혼 전 인희네 사정을 제대로 알기 전까지만 해도 인희와 내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28만원짜리 고시원에 살면서 살인적인 아르바이트에 시달려야 했던 인희와 40만원짜리 하숙방에 살면서 적은 돈이나마 고향에서 올라오는 용돈에 의지할 수 있었던 내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을 연애 시절에는 잘 알지 못했다. P211

📖두고두고 후회

나는 한번도 아버지를 이겨본 적이 없었다. 젊은 시절의 그는 어린 나에게 절대자 같은 존재라 어려웠고, 내가 머리가 굵어지면서 조금씩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싶은 마음이 들 무렵의 어느날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집으로 걸어들어오는 아버지와 마주한 이후부터 앞으로 그에게 나쁘게 굴면 안 되겠다는 마음에 사로잡혔다. 사업에 실패하고 큰 빚을 지게 된 이후 그는 점점 더 망가져갔더. 아버지는 센 척하면서 결국은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이었고 그것은 그의 약함을 더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P253

💬‘도피’ 모두 가족과 고향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홀로서기를 하면 잘될 수 있을 것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다시 가족이다.

빚만진 아빠이지만 힘들다는 이유로 가족과 함께 보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도 그럴것이 졸업전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놀러가는데 그 5만원이면 가족이 함께 삼겹살을 먹을 수 있다는 아빠의 말에 놀러가지 못하고 가족 식사 값으로 내놓고 만다.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가족은 도움을 주거나 기댈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자신의 행복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거리감을 둘 수 밖에.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은 함께 지냈던 기억과 감정들이 부족했음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암 선고 이후 왜 더 소소한 행복을 함께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후회를 하는 주인공이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 영국산 찻잔이 있는 집

한, 너는 사람들이 왜 자살하지 않고 사는 줄 아니. 난 지금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좋은 냄새가 나는 산책로를 걷고, 예쁜 티포트에서 적당히 잘 우린 차 한잔을 따라 마시다보면 말이야…… 이딴 고민이 그래서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냥 이렇게 살면 되지 뭐, 그런 생각이 들더라니까. P303

2) 창작과 비평 196호 '퀸 핀의 마음'을 읽고

김유담 작가님은 <탬버린>, <이완의 자세>, <커튼콜은 사양할게요> 책이 청춘의 이야기를 매듭짓고자 ‘청춘 3부작’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하셨는데요. 결혼 전의 도피를 하는 여성청년들의 이야기들이 나와 비슷해서 푹 빠져서 읽었어요. 새롭게 시작해서 노력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젊은 시절의 욕망은 도피를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깨달았었거든요 😏

결혼을 하고 썼다는 <돌보는 마음>은

‘날 것의 이야기가 주는 카타르시스 같은 문학적 효과가 있었다’ 는 문장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의 공감대를 또 어떻게 이끌지 관심이 많이 갔어요. 계속해서 중장년, 노년까지의 이야기들을 써주시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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