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ㅣ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평점 :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백수린 에세이
창비 출판
- 11월 창비 스위치 다시 만난 ‘행복’ 북클럽 참여를 통해 책을 읽고 미션도 하며 기억에 남는 문장을 남겨보았어요.
1부 ‘나의 작고 환한 방’을 읽고
1️⃣ 동네 또는 집에서 발견하는 나만의 행복
‘집 앞 작은 천 옆의 산책길’이 동네에서 발견한 나만의 행복이예요. 봄이되면 길게 심어진 살구나무들이 흐드러지게 꽃 피워 눈이 즐겁고, 가을이면 낙엽들이 비처럼 떨어져 바스락 소리와 함께 걸으면 계절을 느끼는 것 같아 좋아요.
시간이 되면 산책길을 천천히 걸으며 풍경들을 관찰하는데 붕어빵 사려고 기다리는 아이들, 산책중 의자에 앉아 이야기하시는 사람들, 열심히 운동기구하시는 어르신들 등 다양하게 자신들의 일상을 채워나가는 모습들은 이 동네를 내가 참 좋아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한답니다 ❤️
2️⃣기억에 남았던 장면
📖 어떤 공간이 누군가에게 특별한 장소가 된다면 그것은 다름 아니라 오감으로 각인되는 기억들의 중첩 때문이라는 사실도. P14
📖 전염병 때문에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작은 점처럼 웅크리고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꿀벌들이 자유롭게 춤추며 날아다녔을 자연 그대로의 비무장지대와 해 질 녘의 섬진강 가의 평화로운 풍경을 선물하고픈 마음으로. P58
💬 꿀은 달콤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꿀벌들이 채집했을 비무장지대의 풍경을 담았다는 표현을 보고 꿀에 그렇게 많은 감성들을 담을 수 있다니! 감탄했어요. 이 장면을 한번 상상하고 나면 가래떡에 꿀을 찍어 먹을 때 어떤 꽃의 꿀들을 꿀벌들이 따왔을까 상상하게 될꺼예요. 😊
📖한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슈퍼에서 파는 플라스틱 통 안의 꿀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아름다운 병에 든 ‘그’꿀, 사실은 그렇게까지 맛이 크게 차이 나지도 않는, 아주 미세한 감각의 차이로만 구별될 뿐인 그런 꿀에 매혹되는 인간일까 하는 생각에 고통스러울 때가 많았다. 어째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죄다 하찮고 세상의 눈으로 보면 쓸모없는 것들뿐인 걸까. 하지만 이제 나는 쓸모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의 감각들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결국은 그런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므로. P59
💬 작가님 편지에서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들로 가득하시길 바란다는 문장을 책에서 찾다니! 이 또한 행복인데요?😍 일상의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느끼지 못한 것에 대해 책을 읽으며 좀 더 달라졌어요. 쓸모없지 않도록 사랑해봐야겠습니다.
📖 내 마음은 언제나, 사람들이 여러가지 면과 선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이고 매일매일 흔들린다는 걸 아는 사람들 쪽으로 흐른다. 나는 우리가 어딘가로 향해 나아갈 때, 우리의 궤적은 일정한 보폭으로 이루어진 단호한 행진의 걸음이 아니라 앞으로 갔다 멈추고 심지어 때로는 뒤로 가기도 하는 춤의 스텝을 닮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만 아주 천천히 나아간다고. P72
2부. 산책하는 기분
1️⃣ 누군가의 죽음은 항상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막상 닥치면 어떻게 보내드리는지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할머니깨서 돌아가셨을 때의 이별과 애도 시간을 남은 가족들과 함께 산소에 앉아 이야기하고 그땐 그랬었지 기억들을 추억했었습니다.
2️⃣나에게 사랑과 행복을 알게해 준 존재에게 다정한 한마디
세상에 태어나 모든 처음 겪는 경험들을 함께 했었던 나의 아이들❤️
또 앞으로의 살아갈 시간도 사랑과 행복을 가득 넘치게 채워주고 싶다.
3️⃣기억에 남았던 장면
📖우리의 이별은 필연적이겠지만 지금은 우리가 둘 다 살아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일깨워주려는 듯이. 미래에 당도할 슬픔에 쉽게 마음을 내맡기는 대신 최선을 다해 지금의 ‘함께 살아 있음’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그 작은 몸을 통해 배운다. P121
💬나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고 또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이렇게 섬세한 감정들까지 표현하다니, 읽으면서 무지개 다리 건넌 봉봉이 이야기에 감정이입이 되서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그리움을 함께 느끼기도 했다.
📖봉봉은 언제나 이렇게 내게 돌아온다. 몇번이고 다시.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한없는 사랑의 형태로. P135
💬봉봉은 갔지만 다른 형태로 찾아와 줄 것이라 믿는데 그 형태가 실체가 있는 나비일 수도 있지만 다른 강아지를 바라보며 봉봉이 알려준 사랑이 찾아왔다고 했다. 그리움을 이리 예쁘게 표현하다니.. 읽으면서 감동이었다.
📖내일은 또 어디를 걸어볼까? 걷는 일이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나 자신도 내가 겪은 고통도 결국엔 커다란 세상을 이루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P141
💬걸으면서 마음이 치유된다는 느낌. 항상 산책을 하거나 걸을 때 주변 풍경을 보기도 하는데 이런 시각, 청각적 자극들이 나도 모르게 세상 속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게 해준 것 같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내 능력밖의 일이겠지만 슬픔이 너무 커서 세상에 대해 원망만 가득했던 마음이 찬란한 가을 햇살 속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풍경들에 황홀함으로 물드는 걸 느낄 때마다 나는 아름다움은 어쩌면 삶은 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P142
💬나는 왜 계절이 변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나. 유리병 하나로 빛이 통과하는 색과 쓰임새에 대해 이야기하고, 동네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사색하며 내면의 감정들을 일깨우는 글들은 눈으로 말그대로 사물들을 보는 것만 했던 무미건조한 내 일상의 시선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을 걸어준 것 같았다.
📖봉봉을 사랑하게 된 이후 나는 세상의 모든 동식물을 조금 더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나의 개가 소중한 만큼, 다른 모든 존재들 또한 그러할 것이므로. 사랑은 고이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곳을 향해 흐르는 강물일 것이므로. 끝내 모두를 살게 하는 것이므로. P151
3부. 멀리 조금 더 멀리
1️⃣ 앞으로 내가 채워가야하는 페이지에 대해나는 과연 어떤 행복을 느끼고 채우고 있었는지 생각해보아도 글로 쓰려니 하루하루 억지로 끌고가는 나의 모습밖에 그려지지 않았다. 일기를 쓰고 주변을 돌아보고 내면을 다독이며 하루 하루의 페이지를 채워나가고 싶다.
2️⃣ 기억에 남았던 장면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이중의 딜레마 속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여정은 이성애자 남성의 여정보다 더 험난하다. P171
세상의 많은 시시한 서사들은 함부로 찍은 낙인처럼 사람들을 가두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얼마든지 그것에 저항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서사를 만들 힘을 가지고 있다. P176 새처럼, 바람처럼
💬 새처럼, 바람처럼 생각하는 대로, 자유롭게, 스스로 여성도 할 수 있다.
소설을 쓰는 일이란 내 기호대로 높이가 알맞게 짜인 푹신한 침대에 홀로 누워 잘 닦인 유리창 너머로 풍경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보기 위해서 저마다의 서사를 가진 타인들이 만든 침대 위에 의자를 놓고 가까스로 올라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것은 지붕도 벽도 없는 거리에서 뙤약볕에 익어가며 누군가 발견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한나절 동안 살구를 파는 것처럼 고독한 일이라는 사실을. P192 나의 창, 나의 살구
💬소설을 쓰는 일을 살구를 파는 일과 비교한 이 문장이 참 인상 깊었다. 육체적으로 단시간의 에너지를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끝이 날 때까지 고독과 싸우는 과정을 잘 표현한 것 같아 한참을 읽고 또 읽게 되었다.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행복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P225 마흔 즈음
💬마흔 즈음. 육체적으로 나이가 들어가고 있구나를 실감하면서도 젊은 시절보다는 조금 더 화를 잡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아 다행이다 싶다. 행복을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람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라고 표현하다니. 나는 자연을 더 보아야겠구나 생각했다. (자연을 얼마나 더 보면 저런 예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나의 행복에 대해 알게 해준 올해 최고의 에세이!



#아주오랜만에행복하다는느낌 #백수린 #에세이 #창비 #스위치 #다시만난행복북클럽 #북클럽 #추천도서 #신간도서 #꼭읽어야해 #독서 #필사 #좋은글 #행복만렙 #지금여기 #햄볶 #내돈내산
한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슈퍼에서 파는 플라스틱 통 안의 꿀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아름다운 병에 든 ‘그’꿀, 사실은 그렇게까지 맛이 크게 차이 나지도 않는, 아주 미세한 감각의 차이로만 구별될 뿐인 그런 꿀에 매혹되는 인간일까 하는 생각에 고통스러울 때가 많았다. 어째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죄다 하찮고 세상의 눈으로 보면 쓸모없는 것들뿐인 걸까. 하지만 이제 나는 쓸모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의 감각들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결국은 그런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므로 - P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