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학동네 시인선 101
문태준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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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

(문학동네시인선 101)

문태준 시집

문학동네 출판


 

 

‘복수초가 피면 제주에는 봄이 온다’

오늘 문태준 시인님과의 줌토크에서 제주에는 풀이 참 많은데 봄이 오는 것은 언덕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았어요.

한 권의 시집이 주는 충만감, 이 계기로 시집을 읽으며 쌓이고 쌓이는 충만감은 큰 선물이 될 것이고 이것은 소중한 것이라 하셨어요. 요즘 저도 어려워서 시도조차 안한 시들을 찾아서 읽는 나를 발견할 때면 변화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이 시도들이 쌓여 소중한 것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재현 편집자님은 이 시집은 기다림, 만남, 시간이 지나도 변치않는 의지가 남는 시로 새해 읽기 좋은 시집이라 했는데 공감이 되었어요. 아직 겨울이지만 봄과 닮은 시집으로 시작해서 마음은 따스했습니다.


<어떤 모사>

마른 풀잎의

엷은 그림자를

보았다

간소한 선(線)

유리컵에

조르르

물 따르는 소리

일상적인 조용한

숨소리와

석양빛

가늘어져 살짝 뾰족한

그 끝

그 입가

그만해도 좋을

옛 생각들

단조롭게 세운 미래의 계획

저염식 식단

이 모든 것을

모사할 수 있다면

붓을 집어

빛이 그린 그대로

마른 풀잎의

엷은 그림자를

따라 그려보았다

✏️

문태준 시인은 <어떤 모사> 라는 시를 보면 지금 제주의 풀밭에 사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이 시가 특별하게 생각되었다고 하였다.

보이지 않는 생각과 빛과 물 소리들을 모사한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지만 반대로 모사를 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한 일상의 일부를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


<그사이에>

오늘 감꽃 필 때 만났으니

감꽃 질 때 다시 만나요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겠어요

감나무 감꽃 목걸이가 다 마르려면

오늘의 초저녁 이틀 나흘 닷새 아니면 열흘 아니면 석 달 아니면 네 철

하나의 물결이 우리를 손으로 어루만지더라도

암벽에 새긴 마애불이 모두 닳아 없어지더라도

✏️

<그사이에> 시가 기억에 남아요.

‘감꽃 필 때 만났으니 감꽃 질 때 다시 만나요’ 라는 문장에서 꽃이 피고 지는 동안의 시간이 언제 일지 알 수 없으나 언제든 꼭 다시 보자는 기다림이 느껴졌어요.

미륵이나 돌처럼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다른 시에서도 자주 보였는데요. 지금은 헤어진 연인일 수 도 있지만 만나는 동안의 예쁜 시절을 그리워하는 듯하기도 하고,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듯하기도 한 감꽃 필 때의 시간을 돌처럼 나는 그 때의 나로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이야기 해 주는 것 같았어요.

 

ㅡㅡㅡㅡㅡ

<호수>

당신의 호수에 무슨 끝이 있나요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한 바퀴 또 두 바퀴

호수에는 호숫가로 밀려 스러지는 연약한 잔물결

물위에서 어루만진 미로

이것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

<호수> 시는 시 제목처럼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장을 발견했을 때 기뻤고, ‘이것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구절은 사랑의 감정을 흔들리는 물결에 비유한 것이 꼭 나 같아서 와 닿았어요 😊


<사랑에 관한 어려운 질문>

너는 내게 이따금 묻네

너와 나의 관계를

그것은 참 어려운 질문

그러면 나는 대답하네

나란히 걸어가면서

나는 너의 뒷모습

나는 네가 키운 밀 싹

너의 바닷가에 핀 해당화

어서 와서 앉으렴

너는 나의 기분 위에 앉은 유쾌한 새

나는 너의 씨앗 속에

나는 너의 화단 속에

나는 너를 보면

너의 얼굴만 떠올리면

산나무 열매를 본 산새처럼 좋아라

그러면 너는 웃네

분수 같은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우리는 서로에게

환한 등불

남을 온기

움직이는 별

멀리 가는 날개

여러 계절 가꾼 정원

뿌리에게는 부드러운 토양

풀에게는 풀여치

가을에게는 갈잎

귀엣말처럼 눈송이가 내리는 저녁

서로의 바다에 가장 먼저 일어나는 파도

고통의 구체적인 원인

날마다 석양

너무 큰 외투

우리는 서로에게

절반

그러나 이만큼은 다른 입장


<꽃의 비밀>

숨을 쉬려고 꽃은 피어나는 거래요

숨 한 번 쉬어 일어나서 일어나서 미풍이 되려고 피어나는 거래요

우리가 오카리나를 불던 음악 시간에 꽃들은 더욱 보드랍게 피어났지요

꽃밭에서 꽃들은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 홍조를 얹고 호흡을 주고받고 서로의 입구가 되었지요

꽃들은 낮밤과 계절을 잊고 사랑하며 계속 피어났지요

✏️

옛 사랑의 기억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꽃의 비밀에서 ‘숨을 쉬려고 꽃은 피어나는 거래요’ 문장처럼 지금을 살아가기 위해서 예뻤던 기억을 가슴 속 꽃 한송이 피어있듯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다린다고 그리움을 볼 수 없겠으나 그리움. 하면 그 때의 기억뿐이예요.


<작문 노트>

꽁지깃이 고운 새가 원고지에 내려앉는다

잘게 부스러진 글자를 쪼고 있다

나와 사월 사이 바람이 한들거린다

골격이 없는 남풍은 페이지에 숨는다

남풍은 나의 문장을 어루만진다

너의 부드러운 얼굴을 그려놓는다

작별의 눈물에 얼굴은 풀어진다

반복되는 질문과 습한 우울은 생겨난다

노트는 가랑잎처럼 다시 마른다

✏️

산책할 때 꽃봉우리들이 꽃이 피고 초록잎이 무성해지는 나무들을 볼 때 생동하는 자연을 느낍니다. 늘 보는 식물들의 모습으로 우리의 현재를 보는 것 같아 예전보다 조금 더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미륵 석불>

나는 당신을 기다려요

산나물과 나무 열매를 얻으러 산속으로 간 당신을 기다려요

금방 돌아오마고 아랫마을로 간 당신을 기다려요

산들바람이 내게 불어오는 것을 보고도 나는 당신이 올줄을 알아요

떠났던 자리로 당신이 다시 올 줄을 알아요

큰 산 아래 작은 언덕은 홀로 앉아 길을 내려다보고 있어요

당신은 저녁보가 한 발 앞서 오세요

개밥바라기보다 먼저 능선을 넘어 오세요

밤의 검은 암벽을 지나 오세요

어제의 오해가 다 풀리지 않았더라도 새벽이 오는 것처럼

제 앞 아니더라도 어디에든 당신은 돌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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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할 수밖에 네오픽션 ON시리즈 5
최도담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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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할 수밖에』

 

자음과 모음

최도담 장편소설

 

제 9회 2021 네오픽션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ON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




 


엄마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강라경과 할머니(최영혜)는 깨져버린 일상을 되찾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기섭을 죽이고자하는 복수를 계획하는 중 죽어버린 이기섭과 청부살인업자 ‘연’의 이야기는 잔인한 장면이 나올 것 같았지만 오히려 가족과 따스함이 담긴 소설이었다. 제목이 『그렇게 할 수밖에』로 지어진 이유를 알 수 있는 반전도 있다!

 

소설에서 강라경은 힘들었던 시간을 정신과에 상담을 다니면서도 잊을 수 없는지 해결하지 못한채 지낸다. 오히려 의사도 치료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 체념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상처가 절로 아무는 것은 아니다. 상처가 났을 때의 기억을, 시간은 놓지 않는다. 다른 기억들로 뒤 덮어 줄 뿐이다.

 

이기섭을 죽여야 한다는 복수만 생각하는 강라경은 목적을 위해서는 나머지를 포기해야하는 데 그 포기가 과연 목적을 이루지 못했을 때는 무의미해져버린다는 생각에 점점 더 무조건 목적을 이루어야 한다고 집착한다.

자신이 이기섭을 죽여달라고 ‘연’에게 의뢰하지만 이미 이기섭이 죽은 후라 의뢰는 수포로 돌아간다. 의뢰를 했다는 것으로 인해 죄를 지었다 생각하는 강라경은 경찰의 질문하나에도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연기한다. 범죄를 생각만 했을 뿐인데도 마치 내가 죄를 지은 것 같은 착각에 죄책감을 가진 적이 있었다. 상상일 뿐이었는데도 두근두근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실제 죄를 지었다면 심장이 터져버릴지도 모르겠다.

 

서사에서 놈에 대한 증오가 분노가 밑바탕에 있다. 늘 그런 증오로 인하여 세상과의 소통인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단절시킬만큼 힘들었지만 또 세상으로 나올 힘을 내고 나오길 기다려주는 할머니와 살아보고자 한다.

과연 소설에서 복수는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주인공에게 남은 가족은 할머니인데 자신의 복수였는지 할머니의 복수였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할머니는 어쩌면 강라경보다 더 오래전에 복수를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이기섭의 죽음보다 엄마를 대신해 자신을 사랑해준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흔적들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았다.

 

비밀 거래의 최적화된 사람들인 ‘연’이라는 인물로 점점 이야기가 더 흥미로워졌고 어떤 특별함을 갖고 있는 조용한 사람들일지 마지막까지 베일을 풀어놓지 않은 것은 아마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이라 더 잘 읽혀졌다. 쉬운 단어를 사용하되 글을 작정하고 쓴다면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전하고자 하는 숨은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네오픽션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라 궁금해서 읽게 되었지만 최도담 작가의 앞으로의 소설도 기대가 된다.

 

 


 


 

 

🏷️ 두 세계는 평행선처럼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현실과 꿈의 각각 별개의 공간처럼. 나는 두 영역 사이의 어느 섬에 고립된 느낌에 빠졌다. 누구도 내가 놓여 있는 곳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P20

 

 

 

🏷️ 뛰어넘었다고 생각한 상처의 시간들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상처의 시간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상처를 입는 순간엔 누구도 그 깊이를 가늠하지 못한다. 시간은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감별해내는 것이다.  P27

 


 

 

 

🏷️’목적’이 있는 삶은 알차지만 고되다. 목적에 묶이면 다른 부분은 암흑이 된다. P55

 

🏷️죄책감 따위는 내 안에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인간이 인간의 감정을 재단하는 방식은 지독하게 안일하다. 마치 나무의 초록을 모두 같은 초록이라 분류하는 것과 같다. 색상 표본에 없는 색상, 경계의 어딘가에 놓여 있는 색상을 대충 묶어서 하나의 색으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만 그건 분명 오류다. 인간의 감정은 그 스팩트럼이 훨씬 넓다. 누군가를 죽였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는 인간은 표본에 있는 경우일 뿐이다. 인간은 그런 표본 너머를 수없이 넘나든다. P85

 

🏷️할머니와 나의 공모를 지나가 이해할 리 없었다. 외로움이 훅 들이닥쳤다.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이해받을 수 있는 사람을 잃었을 때 찾아온다. P108

 

🏷️보이는 면 너머가 열리는 때가 있다. 허물을 벗듯 갑작스럽게 보이는 면 너머가 모습을 드러낸다. 보이는 것과 다른 삶에 직면 할 때, 그것은 내적 충격을 동반한다. 충격을 받으면 방어 기제를 동원한다. 부정하고, 저항하고, 분노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정신과 의사들이 내게 화를 내도 좋다고 말했던 이유다. 통상적 감정의 경로를 따라가야 건강한 것이다. P173

 

🏷️ 할머니 삶의 아주 작은 조각을 볼 수 있는 지점에 나는 서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길은 직선이 아니다. 구불구불한 작은 길을 걷고 또 걷는 것이다. P182

 

🏷️그러니 끝까지 가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는 아직 끝에 이르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P187

 

 

 

#그렇게할수밖에 #최도담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네오픽션 #네오픽션공모전수상작 #ON시리즈 #문학소설 #신간도서 #책추천 #독서 #요즘뭐읽지 #장르소설 #스릴러 #서평 #도서지원

 

 

♥ 자음과모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으나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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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 내 삶을 바꾼 아웃사이더 아트
이소영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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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

이소영 지음

창비 스위치

-내 삶을 바꾼 아웃사이더 아트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출연

창비 스위치 <내 손안의 미술관 북클럽> 참여한 내용입니다📑



 

'하찮은 예술도 없고, 하찮은 삶도 없다.'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책은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삶과 작품의 내용이 담겨 있다. 

책의 첫 번째 화가는 ‘앙리루소’ 이다. 그의 작품에는 달이 항상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경계선에 있는 작가들 중에서는 가장 인지도가 있는 화가이다. 나이 40이 넘어 시작했는데 도전과 경계선 안으로 가기보다 경계선을 넘나드는 사람으로 기억에 남는다.



 

나는 지금까지 그림을 너무 대충 보았다는 것과 유명한 작가의 작품만 보고, 알고 싶어했구나 반성하게 되었다. 미술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작가를 알고 그림을 그린 배경과 이유에 대해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줌 강의를 통해 더 알게되었다.

줌 강의를 듣고 ‘빌 트레일러’의 인물에 대해 알고 그림을 보니 창착을 위해 가난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진 멋진 사람이었다. 책을 읽을 때와 강의는 너무 달랐다.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나로써는 책을 그냥 읽기에는 조금 지루한 것 같았는데 강의를 들으니 귀에 쏙쏙 들어왔다. ㅎㅎ 강의 너무 좋았기도 했지만 열정적으로 준비를 해주신 성의에 너무 감동이었다. 나는 작품과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려하지 않고 그냥 모른다고 답을 해버렸는데 이제 미술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보아야 할 지 이 책을 읽기 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다. 


❤️ 책에 나오지 않지만 최근에 작품을 보고 내가 좋아하게 된 아티스트

우연히 '김찬송' 이라는 작가님의 그림을 보게 되었다. 나뭇잎을 들고 있는 손 그림을 보았는데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왔다. 나뭇가지 하나인데 왜 저는 그 나뭇가지가 회초리처럼 느껴졌을까. 작품의 의도한 바와는 전혀 다르겠지만 슬픈 감정이 든 것은 내가 그 때의 실수에 대해 반성하고 싶어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 다시 작품을 보아도 손이 들고 있는 나뭇가지는 쓸쓸한 느낌이다. 

신체에 대한 그림을 많이 그리는데 손과 발을 그린 그림들이 참 좋다. 😉

 


🎨 <프리들 디커브랜다이스> 화가 이야기

화가는 테레진 수용소 유대인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고 공포를 잊고 희망을 그리고 분노를 표출할 수 있도록 알려주었고, 제자들과 가스실에서 생을 마감했다. 어린이들이 자신의 어린 삶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꾸준히 돕고 예술적 자유와 아름다움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소영 저가는 '미술의 진짜 힘은 가장 힘든 순간에도 자유를 싹 틔운다'라고 하며, 너무나 쉽게 예술치료나 미술치료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 시대는 치료하려는 사람이 치료받으려는 사람보다 많은 듯하다고 진정한 미술치유의 힘을 프리들 디커브랜다이스의 삶에서 배운다고 하였다.

미술을 억압과 통제 속에서 결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자유와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진정한 미술이 아닐까. 

📖 어린이들은 꽃병, 들판, 지나가는 기차, 바닷속 생물들 같은 것을 그렸고 작품의 제목들은 ‘꿈’ ‘우리 집’ ‘연날리기’ 등이었다. 이들의 그림에는 분노가 보이지 않는다. 수용소의 환경 역시 많이 그려지지 않았다. 자신들을 감시하는 군인도, 무료 급식소도, 시체도, 어둠도 없다. 어떤 그림은 확대해보니 눈사람이 있었다. 그 아이는 겨울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가을에 죽었다. 

P32 자유를 그려낸 아이들



 

🎨 <위니프레드 나이츠(Winifred Knight)> 화가 이야기

그림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그림을 보았을 때 끌리는 매력적인 그림이 있다. 

이 책에서는 '홍수(Deluge)' 그림이었는데 사람들이 어딘가로 급하게 가고 있는 모습들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약 100년전 그린 그림으로 성경 속 노아와 그 가족들을 표현한 그림이라고 했다. 어디에 쫓기듯 가는 사람들을 나이츠가 겪은 전쟁 경험을 투영하여 그렸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도망쳐야 할 방주는 그림에서는 없다. 사람들이 안도할 수 있는 장소를 제시하지 않음으로 긴장감을 높였다고 설명을 들으니 도망치는 사람들에게 더 집중되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기록하지 않으면 어느 날 먼지가 되어 사라질까봐.” 작가 SNS프로필에 적힌 문장인데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일기를 쓰는 것과 같다는 표현이 좋았다.

📖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은 자신만의 시간과 고독 속에서 창작활동을 했다. 입을 꾹 다물고, 또랑또랑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림 속 주인공은 그래서 더 실뱅 푸스코 자신처럼 보인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들어 주지 않는 세상을 향한 외침과 열망이 작품으로 바뀐 것은 아닐까. 입을 닫은 그에게 유일한 소통은 창작이 아니었을까. 굳게 닫힌 입은 아직도 이런 말을 하는 것 같다.

“나를 잊지 말아요.”

P43 실뱅 푸스코 SYLVAIN FUSCO

🎨 <알로이즈 코르바스 ALOISE CORBAZ> 화가 이야기

코르바스는 색채들이 강해서 순수한 아이가 그린 그림 같았다. 

무엇보다 그림속 여성은 예쁘게 꾸미고 있고 행복해 보인다. 비록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은 짝사랑이지만 자신의 사랑을 그림안에서는 이루어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영원히 이별 없는 사랑으로 남을 수 있을테니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행복했을 것 같다.

📖코르바스는 그림 속에서 만큼은 카이저와 마음껏 연애하고 데이트하고 결혼도 할 수 있었다. 어쩌면 왕자보다 더 크게 그려진 공주의 모습은 코르바스 자신의 자아가 반영된 결과 아닐까. 한평생 사랑했던 마음을 담은 그림들은 부치지 못한 연애편지를 훔쳐보는 듯하다. P51 

📖언젠가부터 내 안에 담았던 순수한 세계를 잊고 그저 살아내기에만 바쁜 것은 아닌지, 좋아하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삶의 기쁨을 충만하게 표현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아닌지. P51

🎨 <아우구스트 나터러. 마법의 비전: 마녀의 머리> 화가 이야기

<AUGUST NATTERER. Spellbinding Vision: Witch’s Head> 

그냥 보았을 때와 그림에 빛을 비추면 집집마다 불이 켜지고 다른 그림으로 보이는 그림이 그냥 착시효과 처럼 보이고자 그린것은 아닐 것 같다. 대재앙과 종말이 찾아왔다는 믿음으로 마음을 분리했듯, 분리한 마음들을 그림에서도 어둠의 반대인 빛을 비추어 나쁜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과연 광기가 유행하는 시대가 따로 있는 걸까. 누구나 마음 안에 미로가 생겨 복잡해지면 매일 광기와 함께 살게된다. 사람들의 광기는 마음 안에 늘 숨어 있다. P63

#서랍에서꺼낸미술관 #이소영 #창비스위치 #창비 #스위치 #신간도서 #유퀴즈온더블록 #아웃사이더 #아트 #북클럽 #내손안의미술관 #내돈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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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닫힌 문 창비시선 429
박소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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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닫힌 문』 

박소란 시집

창비 출판

 

 

 

* 창비 스위치 <겨울, 시 필사 북클럽> 활동하며 느낀 점을 올려요.

기쁘지 않은 채로, 특별하지 않은 채로 보내도 그만이겠어요. 

그러니 이 편지가 환희에 찬 선물이 되지 못한 것을 두고 미안해하지는 않겠습니다. 

-박소란 시인의 레터 중


 

나는 시 읽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다. 

은유도 잘 알지 못하고 숨은 의도를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기 위한 시인지 수십번을 읽어도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나는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인가? 질문까지 하며 시를 점점 멀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시 필사, 시 읽기, 시인의 온라인 강좌를 시간이 될 때에는 참여를 한다. 

내가 문제가 있는지 혹시나 알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이번 시 필사 북클럽도 연인이나 사랑처럼 달콤한 감정이 아니라 어두운 면을 담고 있어 시를 알고 싶었다. 

왜 쓴 것인지 어떤 이유인지 어떤 내가 알지 못하는 숨은 뜻이 있을지 궁금해하면서..

『한 사람의 닫힌 문』 시집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쓴 시로 대체적으로 어둡다. 

그 속에서 나는 그리움, 추억, 못하단 말, 후회 등의 감정들을 읽었는데..

아직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다. ㅠㅠ


🌿 북클럽 참여하며 필사한 시 

「내일」

유리창이 깨어졌습니다

놀라지 않았습니다

누가 돌을 던졌을까요?

막무가내로 들이친 햇살을

넋 없이 바라보았습니다

깨어진 창으로

한발 한발 조심스레 다가섰을 때

반짝이는 파편이

나를 조금 달뜨게 했지요

피 흘리는 낯으로

밥을 먹고 잠을 잤습니다 새벽이 오면

습관처럼 서성대는 어둠을 달래러 나갔습니다

깨어진 창으로

누가 사과하러 올까요?


 


「점」

점이 있었다 한참을 들여다보자

새카만 점이 꿈틀,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가슴을 들먹이며 숨을쉬다 이따금 고운 혀를 내어 어떤

살뜰한 말을 건네려는 것도 같았다

방바닥에 점이 있었다

가만히 엎드려 점을 보았다 점의 말을 들었다

먼지 같은 농담이 귓가를 간지럽힐 때마다 나직한 웃음을

웃었다 우리는,

웃었다

아무도 노크하지 않는 방

이 방을 사랑한다고 신에게, 신이라는 이름의 작고 둥근

세계에 기도를 올렸다

점이 있었다 점의 곁에서 잠이 들었다

잠은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밥상 같은 것 그 앞에

앉아 잠시 쉬는 것

잠에서 깼을 때

한 마리 개미가 왔다 점을 향해 왔다 눈을 꼭 감고

미동도 않는 점을

입안 가득 물로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모습을

저물도록 나는 바라보았다


 

 

 

「불쑥」

 

 

#한사람의닫힌문 #박소란 #시집 #창비 #스위치 #겨울 #시 #필사 #북클럽 #위로 #내돈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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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2.11.12 - no.045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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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t』 악스트 
2022.11/12. (45호)


『Axt』 Art&text
은행나무 문학잡지 “악스트”는 일년 구독하면 6번이 홀수달에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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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무수히 쏟아지는 현대시대에 나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를때’ 악스트의 작가들의 리뷰를 참고하여 책을 고른다. 

신간들은 홍보성 리뷰들이 많아 진짜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도 하고 다른 작가들의 리뷰 생각을 읽고 내가 읽었을 때의 같은 느낌이들면 왠지 모르게 작가님과 가까워진듯한 착각에 혼자 흐뭇해 하기도 한다. 



일년에 200권이상 읽기를 목표를 세웠다. 문제는 어떤 작가님의 글을 읽을지 읽을 책의 작가님은 어떤 분인지 궁금증이 생겼다. 글을 쓰게 된 배경, 이유, 힘든 점 등의 이야기들을 듣고 나면 글이 더 이해가 쉬웠고 기억에 오래남았다. 

무엇보다 유명하거나 남들 다 읽는 책보다 재미있어하는 SF, 판타지, 로맨스 소설만 볼 것이 아니라 영역을 확장해야 사고도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다양한 작가님들의 에세이, 책리뷰, 인터뷰, 단편소설 등을 읽어보고 체크해두었다가 작가님의 책을 읽어보는 방법도 하고 있다. 나만의 책을 고르는 방법이 생긴 것 같아 짜릿하다 😊 정리가 조금 되면 사람들에게도 방법들을 공유하며 함께 책을 읽고 고르고 추천해주고 싶다. 



연재소설은 주말 드라마 같아요.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다음이 너무 기다려져요😹

🏷️그 시절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인데, 무엇이든지 정말이지 웅장하고 크다는 것이다. 그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그렇게 큰마음을 먹고 작업을 했는지, 결과만 놓고 보자면 신기한 일이다. P25

ㅡreview. 백가흠. <백민석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



💬20대의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 때의 나는 큰 무엇을 쫓아가는지도 몰랐고 글을 쓰면서도 몰랐고 버거웠는데 요즘은 소설을 쓰는데 마음이 좀 편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작은 것들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는 장면에서 나를 확 잡아끌었다. 





🏷️만약 내가 그릇이라면, 물론 나는 한낱 사람일 뿐이지만, 만약 내가 손잡이가 달린 컵이라면, 나는 무엇을 얼마큼 담을 수 있을까. P33

ㅡreview 김멜라, <안윤. 『방어가 제철』>





🏷️요컨대 폭력은 기만 없이는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 폭력을 지속한다는 것은 반드히 그가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이것은 누아르 영화의 주인공들이 끝에서는 거의 항상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폭력을 찬미하고 그것을 순수한 것으로 착각하며 심지어 그것에 심취한 대가를 치른다. 겉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말이다. P49

ㅡreview 강보원, <리처드 브라우티건. 『워터멜론 슈가에서』>





🏷️이방인이라고 할 때 우리는 그 용어를 언어, 혹은 관습이나 문화와 관련해서 주로 사용해요. 외국어를 쓰는 사람, 우리와 다른 언어를 쓰고 관습과 문화가 이질적인 사람, 그래서 통하지 않는 사람이 이방인이지요. 예컨대 외국인이나 이방인을 가르는 데는 내용이 있어요. 외부인과 내부인을 가르는 데는 내용이 없어요. 국적, 언어, 관습, 그런 거 문제 삼지 않고, 그냥 밖에 있는 사람이 외부인이지요. 밖이 어딘가요? 어디나 밖이 될 수 있어요. 내용이 없어도 되니 자의적으로 칸막이를 세우면 거기가 밖이 돼요. P60 

―이승우, 「cover story」 최근 장편소설 



💬『이국에서』를 통해 독자를 만난 소설가 이승우 작가님들의 허심탄회한 생각들이다. 





🏷️ biography. 김병운 소설가 <세 번의 만남>

💬재미있다. 작가님의 북토크 뒷이야기를 듣는 시간 같았다. 

북토크 이야기 출간에서 독자 만남까지. 

앞으로 내가 쓸 소설과 그 소설을 어딘가에서 ‘우리의 이야기’라며 읽어줄 분들을 위하는 마음이 있는 작가님의 글는 좋지 않을 수 없다 😌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끝끝내 내 삶의 한 자락에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힘, 그게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힘이있다. 나는 소설이 전지전능하다고 믿지 않았다. 그래서 소설을 사랑했다. 소설은 한 인간의 진실을 드러낼 뿐, 어떤 사실을 완벽하게 보여주진 못한다. P98

ㅡ biography. 정은우 소설가 <계속 쓸 결심>



💬글을 계속 쓰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글이 좋지만 생계를 위해 다른 일과 병행해야 했던 힘든 점을 말하는 솔직한 매력이 있었다. 연재소설의 성공담을 듣고나니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쓰다보면 좋을 일이 생길 것 같다는 긍정에너지가 나온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 곤란해서 그냥 바보가 되기를 선택한다. 나의 상식을 말했다가는 나맘 싸가지 없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비난받을 테니까 침묵한다. P143

ㅡdiary. 최진영 『무제 폴더 Ⅲ』 



💬소설가는 일기도 에세이같다. 글을 써야햐는 일과 잘 써지지 않는 스트레스을 적기도 하고, 명절에 으레 일어나는 마음의 상처들을 적은 일상이었다. 

🏷️hyper-essay. Art+Vostok <Rendered> 



Sally Jo 사진 위에 그래픽작업을 해서 실제 색과 다른 사진을 연출했다. 



💬진짜 꽃의 원래 모습인 것일까?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꽃 사진은 원래의 꽃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

🏷️거울 저편에 나의 존재를 이루는 누군가 있음을 아는 것. 

이따금, 만난 적도 없는 그의 기척을 느낀다는 것. 

이 삶의 원인이 이곳에 있지 않고 저곳에 있음을 생각한다는 것. 그렇게 생각할 때에야 이해할 수 있는 삶의 비밀이 있다는 것. P155-156 

ㅡhyper-essay. 시인 장혜령 <‘한강’ 여성 작가의 작품>을 읽고 글쓰기로서 그에 화답한 기록

🏷️새로운 거울을 통해 우리 자신을 낯설데 바라보는 색다른 경험을.P240

ㅡing. 정혜윤 번역가 <‘H마트에서 울다‘ 를 오역으로 번역을 새로하는 것이 아닌 번역가가 바라보는 시각으로 해석>





🏷️그가 만든 허구의 세계에사 그의 초점은 현실보다 훨씬 어린 상태로 조정되어 있는 것이다. 어쩌면 적어도 이 소설을 쓰고 있는동안 샐린더는 홀든 콜필드가 진짜 자신의 모습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P250

ㅡcolors. <J.D.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



💬손정수 문학평론가, 김종옥 소설가 두분이 책을 맛깔나게 이끌어준다. 아직도 평론이 어렵지만 읽기가 재미있어진 것으로 보아 연습하면 이해되고 언젠가 나도 비평을 할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 믿는다. 😉





🏷️나는 아무것에도 저항하지 않는다. 동시에 그것들이 없어도 내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고집스럽게 모든 것에 저항한다. 그렇게 나는 여행함으로써 지연된다. 나는 생각의 표면과 마찰을 일으키고 나는 점점 느려진다. 그러다 마침내 역 하나 없는 황야 한가운데 멈추어 선 기차처럼. P269

ㅡ novel. 배수아<속삭임 우묵한 정원(1회)>



💬나도 여행하다 어느 순간 길을 잃었는데 왠지 나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여기 여행자는 느긋하다. 이 여행은 예정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일까. 주인공은 꿈속을 헤매는 듯한데 현실과 꿈이 분간이 안되는 병이 있는 것인지 판타지같은지 다음편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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