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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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계절』

 

권여선 소설

문학동네 출판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중년을 넘은 여성으로 자신이기도 했고, 엄마이기도 했고, 3인칭 시점에서 바라보기도 했는데 각각 인물 모두가 개성이 뚜렷했다. 내가 알지 못했던 내 안에 짓눌려 있던 무거웠던 감정들을 쏟아내는 느낌들이었다. 점점점점 자신의 숨은 기억을 꺼내보다 결국엔 <기억의 왈츠>에서 다 축척해놓은. 너무 좋았다. 필사로 노트를 빼곡히 채울만큼 🩷

 



📚<사슴벌레식 문답>

 

시대를 바꾸기 위해 연대했던, 할 수밖에 없던 시절의. 내 친구가 가족이 눈앞에서 피 흘리며 쓰러지고 사라지는 것을 견뎌내고 싸워야 했던 이겨내야 했던 아픈 시절의 이야기라 조금 무거웠다.

 

가슴 한 켠에 새끼오리친구들이 이제는 각자의 삶으로 살고 있겠지만 그 친구들과 헤어지게 된 계기가 나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꺼내기 두려운 답답한 마음이 있다. 궁금하기도 하고 내 소식을 전하고 싶지만 연락이 닿지 않기도 하고 이제는 그 간극 사이를 좁힐만한 무언가가 없다. 내가 버린 것도 아닌 무언가.

 

인간의 자기 합리화는 타인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경로로 끝없이 뻗어나가기 마련이므로, 결국 자기 합리화는 모순이다. 자기합리화는 자기가 도저히 합리화될 수 없는 경우에만 작동하는 기제이니까. P36

 

직시하지 않는 자는 과녁을 놓치는 벌을 받는다. P40

 

📚<실버들 천만사>

 

딸 채운과 아빠와 이혼한 엄마 반희가 여행을 떠난 이야기.

채운이 다니던 코로나도 아닌 무좀으로 체육관은 휴관으로 들어가고 엄마는 딸 말하는 스타일을 놓치지 않고 이직에 대한 불안도 알아차린다.

 

부모의 각자 다른 삶이 딸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일지 안다. 서로 보지 않고 살아도 눈에 보이지 않은 수만 가닥의 실처럼 눈빛, 걸음걸이, 표정, 숨 쉬는 소리만 들어도 딸의 기분이, 상태가 어떤지 엄마는 안다. 나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가도 닮은 모습을 보면 또 웃음 짓는. 모녀사이의 표현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이야기.

 

안 그러면 내가 죽을 것 같아서. 죽기 전에 나를 조금이라도 회복해놓고 싶어서. P76

 

엄마, 나는 미래완료라는 말이 그렇게 슬퍼. 언제부턴가 난 알았던 것 같아. 엄마가 집을 나갈 거라는 걸. 엄마가 나간 다음에 나 혼자 엄마 없이 살 거라는 걸. P77

 

우리 모녀 사이에 수천수만 가닥의 실이 이어져 있다면 그걸 밧줄로 꼬아 서로를 더 단단히 붙들어 매자. P79

 

아무것도 아니야, 채운아.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었어. P79

 

📚<하늘 높이 아름답게>

 

독일 파독 간호사로 가서 아들을 낳고 다음날 남편은 돌연사한 마리아는 이름도 못지은 아들을 독일 부부에 입양보내고 한국으로 송환되었다. 태극기를 팔며 첫아들의 청회색 눈동자를 떠올리며 그리워했는데 성당의 사람들은 마리아가 죽은 후 그녀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떠난 사람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도대체 이들은 이렇게 해서 뭐가 만족스러운 건가, 베르타는 신음하듯 생각했다.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는 말을 떠들어대면서 도대체 어떤 기쁨을 느끼는 걸까. P91-92

 

한 계절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 왔다. 마리아의 말대로라면 새로운 힘이 필요할 때였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 사모님. P114

 

📚<무구>

 

대학동창 현수와 소미는 페이스북을 통해 우연히 다시 만나고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현수의 소개로 소미는 U시의 땅을 사게 된다. 하지만 그 땅에 묘역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더니 현수와도 연락이 끊겼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 개발이 되면서 건물을 짓고 건물주가 된다.

 

사람의 무구함을 소미는 믿지 않고, 불안한 투자도 다 젊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떠나 사람의 무구한 행동은 현수처럼 쇳가루 떨어질듯 키로 돌려야 시동이켜지는 팥죽 자동차쯤 쿨하게 몰아줘야 그런 때묻지 않은 무구한 사람으로 보일까. 나는 무구하게 보이는 사람도 자신의 이득만 챙기는 모습을 숱하게 봐서 그런지 외향으로 판단할 수는 없겠다. 흠흠

 

그때 우리는 젊었으며……두렵고 또 두려웠지. 현수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가끔 그 말이 떨쳐지지 않는 주문처럼 소미의 머릿속을 맴돈다. 그때 우리는 젊었으며……현수가 말한 그때는 그때가 아니었지만, 자신들이 다시 만났던 그때가 그래도 자신들이 마지막으로 젊었던 시절이었다는 것을 이제 소미는 안다. 그래서 여전히 두렵고 또 두려웠다는 것을. 그래서 그렇게 많이 웃고 죽자고 담배를 피워대고 겁없이 땅을 사고했다는 것을. P144

 

사람은 절대 무구하지 않다. 또 현수가 얼마나 거칠게 변했을지 누가 알겠는가. P145

 

📚<깜빡이>

 

혜진과 혜영은 엄마 신숙과 신애 이모와 교류도 잦고 친하지만 자신들의 시간을 방해하는 듯 귀찮아한다. 엄마와 이모도 이모부가 자기들 모임에 안 오길 바라는 마음처럼 ㅋㅋ 걱정하는 건지 욕을 하는 건지 하소연을 하는 건지 랩을 늘어놓는 엄마의 토크.

 

혜진의 속사포 같은 날 선 말을 듣고 있자니 혜영은 이상하게 불안하면서도 위로가 됐다. 그래서 코뚜레를 꿰듯 해서라도 얘를 데려왔나……나 대신 들이받으라고. P155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

 

오익과 여동생 오숙, 그리고 엄마와의 마음의 채무에 대한 이야기.

엄마는 말을 빌려 섭섭했던 자식의 행동을 말한다. 가깝고 늘 사랑하고 살아도 부족하지만, 어긋나고 상대방에게 상처주는 말들만 한다. 자신이 희생한 시간에 대해 생각하고 보상받길 바라는 건 잘못된 것일까. 보상을 받으면 마음은 편해질까. 잘 모르겠다.

 

원채는 다 갚기 전에는 절대 안 없어진다고, 죽어도 안 끝나고 죽고 또 죽어서도 갚아야 하는 빚이 원채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오익은 그게 바로 사는 일 같다고 생각했다. 기피 의지와 기피 불가능성이 정비례하는, 그런 원채 같은 무서운 말과 일들이 원체처럼 쌓여가는. P172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다보면 실제로 들려온 소리가 점점 더 모호하게만 생각되었고 과연 들려온 것이 맞는지, 자신이 들은 것이 확실한지 알 수 없었다. P194

 

무지는 가장 공격받기 쉬운 대상이지만, 무지한 자는 공격 앞에서 두려워 떨 뿐 무지하여 자기 죄를 알지 못하므로 제대로 변명조차 할 수 없다. P199

 

📚<기억의 왈츠>

 

동생과 제부와 밥을 먹으러 숲속 식당에 갔다가 눈앞에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 선명히 오래 전 스물네 살의 경서와의 기억을 소환시킨다. 경서와 주고받았던 편지를 읽으며 젊었지만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으로 나는 그렇게밖에 살 수 없었나 후회하기도 했다. 자신을 몰랐다. 그래서 울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른다고 도망치지 않을 자신을 안다.

 

젊은 시절의 두려움. 부러움. 그렇지만 생기 있고 에너지 있던 것들을 모조리 이 소설에 부어 놓은 느낌이다. 젊다는 이유로 술에 취해 살며 허비한 시간들을 숲속식당에서 찾다니.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어떤 장면들처럼 어느 장소에서 누군가의, 당시의 나를 돌이켜보게 했던 영화같았던 소설.

 


 

🔖오래전 기억 속의 자신은 원래 그렇게 생각되는 법인지 모른다. 하지만 원래 그렇더라도 놀라운 건 놀라운 것이다. 내가 손쓸 수 없는 까마득한 시공에서 기이할 정도로 새파랗게 젊은 내가 지금의 나로서는 결코 원한 적 없는 방식으로, 원하기는커녕 가장 두려워해 마지않는 방식으로 살았다는 사실이, 내게는 부인할 수도 없지만 믿을 수도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이런 게 놀랍지 않다면 무엇이 놀라울까. 시간이 내 삶에서 나를 이토록 타인처럼, 무력한 관객처럼 만든다는 게. P204

 

나는 어지간한 고통에는 어리광이 없는 대신 소소한 통증에는 뒤집힌 풍뎅이처럼 격렬하게 바르작거렸다. 턱없이 무거운 머리를 가느다란 목으로 지탱하는 듯한 그런 기형적인 삶의 고갯짓이 자아내는 경련적인 유머가 때때로 내 삶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발사된 건 아니었을까. P218

 

누구나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는 최소한 받아들일 만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그 처참한 비열함이라든가 차디찬 무심함을 어느 정도 가공하기 마련인데, 나 또한 그렇게 했다.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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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기 합리화는 타인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경로로 끝없이 뻗어나가기 마련이므로, 결국 자기 합리화는 모순이다. 자기합리화는 자기가 도저히 합리화될 수 없는 경우에만 작동하는 기제이니까.P36 <사슴벌레식 문답> - P36

엄마, 나는 미래완료라는 말이 그렇게 슬퍼. 언제부턴가 난 알았던 것 같아. 엄마가 집을 나갈 거라는 걸. 엄마가 나간 다음에 나 혼자 엄마 없이 살 거라는 걸. P77 <실버들 천만사> - P77

무지는 가장 공격받기 쉬운 대상이지만, 무지한 자는 공격 앞에서 두려워 떨 뿐 무지하여 자기 죄를 알지 못하므로 제대로 변명조차 할 수 없다. P199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

오래전 기억 속의 자신은 원래 그렇게 생각되는 법인지 모른다. 하지만 원래 그렇더라도 놀라운 건 놀라운 것이다. 내가 손쓸 수 없는 까마득한 시공에서 기이할 정도로 새파랗게 젊은 내가 지금의 나로서는 결코 원한 적 없는 방식으로, 원하기는커녕 가장 두려워해 마지않는 방식으로 살았다는 사실이, 내게는 부인할 수도 없지만 믿을 수도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이런 게 놀랍지 않다면 무엇이 놀라울까. 시간이 내 삶에서 나를 이토록 타인처럼, 무력한 관객처럼 만든다는 게. P204 <기억의 왈츠>

나는 어지간한 고통에는 어리광이 없는 대신 소소한 통증에는 뒤집힌 풍뎅이처럼 격렬하게 바르작거렸다. 턱없이 무거운 머리를 가느다란 목으로 지탱하는 듯한 그런 기형적인 삶의 고갯짓이 자아내는 경련적인 유머가 때때로 내 삶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발사된 건 아니었을까. P218 <기억의 왈츠>

누구나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는 최소한 받아들일 만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그 처참한 비열함이라든가 차디찬 무심함을 어느 정도 가공하기 마련인데, 나 또한 그렇게 했다. P230 <기억의 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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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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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어둠 속에 자신을 내버려둘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닐까. 너무 어두워서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가도. 시간을 견디면 결국에는 아주 느린 속도로 시야가 밝아지듯이. 캄캄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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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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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소설

문학동네 출판



 


우선 읽기가 쉬웠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오! 상그리아>에서 엄마는 자꾸 떠나고, <내 할머니의 모든 것>의 끝내 사라져버리는 배정심 할머니, <지나가는 바람>의 나에게만 멈추지 않는 바람같은 소설들. 조금은 이기적일 수 있으나 자신의 삶을 찾아떠난 멋진 인물일 수도 있는 인물들, 해결되지 않고 답답한 날들의 연속이지만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인물들, 다양한 인물들이 많다. 늘 가까이 있는 가족과 친구의 이야기이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잘 살았는가, 잘 살고있는가 질문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독파챌린지 '문진영 작가님'과 Zoom 토크!!

 

|작가님이 애정하는 소설책

- 존 윌리엄스 ‘스토너’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

 

|작가님 요즘 근황

- 다음 쓰려는 경장편에 관련된 생각과 독서를 하고 있다.

슬퍼할 권리에 대한 얘기를 쓰고 있어서 개인의 슬픔과 사회에서 바라보는 슬픔이

어떻게 어긋나는지 많이 생각하고 있다.

 

(이재현 편집자님 머리스타일이 바뀌셨는데 더 잘 생겨지신듯 😊)

 


📚미노리와 테츠

 

항상 수민과 반대같던 나(희주)는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가 미노리와 테츠 부부를 만난다. 테츠는 수민을 볼 때 미노리가 처음보는 표정을 짓거나 둘 사이의 에너지를 알아챘을 때, 수민의 2인자같은 느낌이 싫었던 희주는 미노리와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수민과 미노리는 빛이 없는 그림자같은 느낌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말없이 헤어졌다. 좋아하지만 마음이 하나일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아, 이애는 빈 종이에 자기 이름을 적을 때의 기분 같은 건 평생 모르겠구나. 아보카도 씨앗처럼 웅크리고 있던 뭔가가 그 순간 뿅, 하고 돋아났다.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테츠가 말하려던 건 이것이었을까. 그렇게 한번 자라난 것은 되돌릴 수 없었고, 나는 그것을 마음 속 어두운 구석에 숨겨두고 문을 잠갔다. P27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으면 주변의 소리들이 활자처럼 머릿속에 들어와 박혔다. 그때마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내가 이 불가해한 세계와 소통하려고 애쓰는 와중에, 쏟아지는 말들의 의미를 해독하는 와중에 조금씩 소진되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종종 두려웠다. P28-29

 

빛이 환할수록 더 짙어지는 그림자에 관해. 임계점에 닿기도 전에 쉽게 무너져버리는 마음에 관해. P31


 

📚변산에서

 

수온의 아빠 승민의 산재가 승인되던 날 민주와 내가 신나게 먹는 장면, 항소를 포기하던 날 저녁 또 갈비를 먹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이 아니라 전투적으로 먹는 모습들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번데기 세 명은 서로가 서로를 알아주는 마음이 있기에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날아갈 거다. 함께 싸워주는 친구가 있기에, 지금 졌어도 끝내 이겨낼 수 있다!

 

매일 밤 통화할 때는 침묵이 찾아오는 법이 없었는데 막상 오랜만에 마주앉으니 할말이 없었다. 이미 할 이야기는 다 해버린 뒤라 그런 건지도 몰랐다. P57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어둠 속에 자신을 내버려둘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닐까. 너무 어두워서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가도. 시간을 견디면 결국에는 아주 느린 속도로 시야가 밝아지듯이. 캄캄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P61



 


📚오! 상그리아

 

술에 늘 취해 있던 할아버지의 사생아로 태어난 엄마. 그런 엄마를 따스히 보듬어준 할머니. 딸에게 취한 것처럼 살라던 상그리아 같다고 말하던 엄마는 아빠없는 아이로 할머니 손에 딸이 자라게 했다. 독특한 가족 형태였는데, 지금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해서 왜 자꾸 떠나는지 이유는 물을 수 없었던 슬픈 사연.

 

코가 기억하는 엄마의 냄새가 있다면, 그건 바로 바람냄새다. 바람 속에 서 있을 때 그것은 아무런 냄새가 없는 것 같다가도. 분명하게 몸에 스며들었다가는 바람 없는 곳에서 그 향을 퍼뜨린다. P82


 

📚 내 할머니의 모든 것

 

대물림인가. 할머니가 자신의 길을 간다고 할아버지와 이혼하고 엄마도 아빠와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이혼을 했다. 자신의 삶을 살겠다고 한 마음은 멋있지만 자식을 두고 떠난 것은 책임감이 없어보이는 부모의 모습이다. 소설을 다 읽어도 왜 할머니는 모두에게서 떠났고, 또 지금의 손녀에게서도 떠났을까 궁금했다. 다 버리고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혼자만 알고 있었을까. 수수께끼 같은 배정심 여사. 그녀는 누구인가. (외계인 혹은 국정원 혹은 사기꾼? ㅎㅎ)

 

다만 후에 내가 알게 된 것은, 그날 할머니는 자신이 가진 최선의 것들을 몸에 걸치고 나왔다는 사실이다. 최선의 것들이자 유일한 것들을. 단 한 벌의 코트, 하나의 모자, 하나의 목도리, 한 켤레의 장갑. 나는 뒤늦게야 그녀가 살아온 삶의 방식을 감히 짐작해볼 수 있었다. 최소한의 최선. 그것이었다. P96

 


📚 너무 늦지 않은 어떤 때*

 

영상을 찍는 알바를 하다 그냥 직업이 되어버린 일상 중 학원 영상을 찍던 중 남자를 만난다. 자신을 너무 불행하게 바라보는 그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름다운 폐허, 인도에서 만난 스무 살이나 차이 나는 친구 ‘안와’를 만나 인도여행의 풍경과 그들의 삶이 어느 순간 내 삶과 닮아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처럼 지나가는 지금이지만 또 살아보자고 마음먹는 것 같았다.

 

말의 홍수보다는 말의 빈곤이, 그보다는 침묵이 언제나 나았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 침묵했고 그 침묵에 만족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게 되었다. P140

 

다만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영원히 살 수 있는 꿈 같은 건 없다는 것을. 이 순간은 오직 지금뿐이라는 것을. 어떤 오늘도 내게 너무 늦지는 않았다는 것을. P150



 

📚 고래 사냥

 

인천 석모도 어느 해안가 민박집을 하는 부모님을 둔 룸메씨와 삼수는 하기 싫어 성적에 맞춰 생각지도 않은 대학에서 만났다. 잘해보려고 알바도 하며 열심히 살았기에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좋을 거라는 상상을 한다. 수업 대신 바이킹을 타러 월미도로 탈출하고 하늘엔 돌고래 풍선이 날고 있으니 지금처럼 앞으로도 행복할 거라는 즐거운 상상.

 

이 년째 그런 일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우리는 제일 저렴한 시리얼로 아침을 먹고, 점심에는 참치 캔 하나 따는 것을 세상 고민하면서도, 저녁이 되면 편의점에서 제일 비싼 수입 맥주를 종류별로 돌아가며 하나씩 사다 먹었다. 그건 일종의 보상이었다.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냈다는 데 대한 보상이 아니라, ‘아무 일 없음’을 또 하루 견뎌 냈다는 데 대한. P157

 

📚 네버랜드에서

 

풍차돌리기 적금을 들며 계획적인 삶을 살고 있는 남자친구 희욱을 두고 부모님을 모시고 언니와 조카, 형부가 일하고 있는 태국으로 휴양을 떠났다. ‘피터 팬’ 이름을 가진 태국 남쪽 바다 어느 작은 섬으로. 그곳에서 차갑지만 나에게만 보이는 바보같은 웃음을 짓는 희욱과 달리 수영을 알려주는 다정한 론을 만난다.

희욱이 없기 때문일까. 즐거워하는 언니네, 휴양지의 모습 모든 것이 다 싫다. 동화 속 네버랜드처럼 친구를 두고 다시 현실로 오지만 휴양지에서의 만남으로 내 삶은 행복한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냥 젊다는 것’에 관해 생각했다. 단지 젊기만 하다는 것은 젊음 외에 내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고, 나는 그 사실을 견디느라 젊음을 다 소모해 버린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무언가가 되라는 목소리에는 늘 저항감을 느꼈었다. P189

 

뭔가 여기, 조그만 구멍이 하나 있는데, 이건 새 옷을 사도, 맛있는 걸 먹어도, 애인을 바꿔도 메워지질 않는 거야. P191



 

📚 지나가는 바람

 

한없는 무기력에 빠진 나. 전 직장 동료 민지씨처럼 SNS 유명인사가 되어 매달 천만 원을 벌고 싶었다. 영상장비를 사고 여행준비물을 샀지만 코로나가 터졌다.

가만 누우면 표팀장의 콘텐츠MD 라는 사람이 그걸 모르냐는 얼굴이 떠오를 만큼 정신적으로는 힘들다.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퇴사를 했는데 경제적으로 힘들어져서 다시 일을 해야하는 삶이란.. 이런 힘듦도 지나가는 바람이겠지만 지금은 매섭고 차갑다.

 

그냥 쉬고 싶다. 잠깐이 아니고 계속.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라, 전원을 끄고 싶다.

배터리를 빼고 싶다. P210

 

세상은 왜 이렇게 나에게 불친절한가.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였다. 카페에서, 마트에서. 아무도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얼굴의 반쪽이 마스크로 가려진 세계에서는, 입가에 희미하게 묻어 있을지도 모를 미소가 상대에게 가닿지 못한다. P212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바람이.

지나가는 바람.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 간판을 떨어뜨리고, 전봇대를 넘어뜨린다면. 벚꽃 잎을 남김없이 탈탈 털어버리는 바람에 대해 생각했다. 꽃잎은 바로 이 순간에도 떨어지고 있겠지. 한번 떨어진 건 다시 붙지 않아. 봄은 찰나 같고 곧장 여름이었다. P222

 

내가 할 수 있는 건 겨우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누군가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는 것. P226



 

📚 한낮의 빛

 

부유한 집 딸이었지만 가세가 기울어 나의 집에 잠시 오게 된 유영언니가 오빠와 침대 위에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내가 부모님께 말함으로 두 집은 완전 남이 되었고, 학교에서 말함으로 언니는 결국 우리나라를 떠났다. 어릴 때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지만 소질없던 나의 모습이 스물다섯 유럽 여행 중 엘로이즈의 <이중 자화상>을 보고 놀라게 된다.

언니에 대한 말을 자신이 했다는 것에 죄책감으로 누구에게도 언니라 부르지도 듣지도 않는데 현재 전시장에서 엘로이즈의 <이중 자화상>을 보고 있는 아르바이트 생 주명을 보게 되고, 자신을 언니라 부르고 싶다고 말하는 주명을 보며 유영언니를 떠올린다.

 

아무렇지 않게 유영언니는 나를 만나주었는데. 과거의 일을 용서한 것일까. 나는 평생을 정신과 치료를 요할만큼 부채를 떠안고 지냈는데 언니는 괜찮았던 건지 궁금해졌다.

 

내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찰나의 웃음기가 느껴지는 눈인사를 건넸으나, 다른 것은 일체 묻지도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는 몰랐지만 내 연애의 연대기를 알았다. 그와 나는 모종의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인 동시에 절대 궤도가 겹치지 않을 행성 같았고, 그래서 편안했다. P234

 

‘한낮의 빛이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그러나 밤의 어둠도 한낮의 빛을 알지 못한다.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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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어둠 속에 자신을 내버려둘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닐까. 너무 어두워서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가도. 시간을 견디면 결국에는 아주 느린 속도로 시야가 밝아지듯이. 캄캄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 P61

빛이 환할수록 더 짙어지는 그림자에 관해. 임계점에 닿기도 전에 쉽게 무너져버리는 마음에 관해. - P31

다만 후에 내가 알게 된 것은, 그날 할머니는 자신이 가진 최선의 것들을 몸에 걸치고 나왔다는 사실이다. 최선의 것들이자 유일한 것들을. 단 한 벌의 코트, 하나의 모자, 하나의 목도리, 한 켤레의 장갑. 나는 뒤늦게야 그녀가 살아온 삶의 방식을 감히 짐작해볼 수 있었다. 최소한의 최선. 그것이었다. - P96

말의 홍수보다는 말의 빈곤이, 그보다는 침묵이 언제나 나았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 침묵했고 그 침묵에 만족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게 되었다. - P140

다만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영원히 살 수 있는 꿈 같은 건 없다는 것을. 이 순간은 오직 지금뿐이라는 것을. 어떤 오늘도 내게 너무 늦지는 않았다는 것을. - P150

이 년째 그런 일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우리는 제일 저렴한 시리얼로 아침을 먹고, 점심에는 참치 캔 하나 따는 것을 세상 고민하면서도, 저녁이 되면 편의점에서 제일 비싼 수입 맥주를 종류별로 돌아가며 하나씩 사다 먹었다. 그건 일종의 보상이었다.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냈다는 데 대한 보상이 아니라, ‘아무 일 없음’을 또 하루 견뎌 냈다는 데 대한. - P157

‘그냥 젊다는 것’에 관해 생각했다. 단지 젊기만 하다는 것은 젊음 외에 내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고, 나는 그 사실을 견디느라 젊음을 다 소모해 버린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무언가가 되라는 목소리에는 늘 저항감을 느꼈었다. - P189

뭔가 여기, 조그만 구멍이 하나 있는데, 이건 새 옷을 사도, 맛있는 걸 먹어도, 애인을 바꿔도 메워지질 않는 거야. - P191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바람이.

지나가는 바람.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 간판을 떨어뜨리고, 전봇대를 넘어뜨린다면. 벚꽃 잎을 남김없이 탈탈 털어버리는 바람에 대해 생각했다. 꽃잎은 바로 이 순간에도 떨어지고 있겠지. 한번 떨어진 건 다시 붙지 않아. 봄은 찰나 같고 곧장 여름이었다. - P222

‘한낮의 빛이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그러나 밤의 어둠도 한낮의 빛을 알지 못한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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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 기분에 지지 않고 삶의 통제력을 되찾는 몸 중심 심리연습
미셸 블룸 지음, 동현민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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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미셸 블룸 지음

동현민 옮김

더퀘스트 출판




 


불안을 이기는 뇌는 몸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기분에 지지 않고 삶의 통제력을 되찾는 몸 중심 심리연습을 ‘소매틱 기술 SOAR 4가지’를 통해 알게 해주는 책이다.

 

불안 때문에 떨어진 몸에 다가가기 ‘감각하라’

내가 공포에 반응하는 방식 파악하기 ‘관찰하라’

지금 당신의 기분은 어떤가요? ‘표현하라’

순간의 불안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돌아보라’

 

감각 및 정서와 나 사이의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시도를 처음에는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을 감각, 호흡, 동작을 알아차림으로써 몸 중심 경험과 첫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이끈다. 신경계와 뇌가 어떤 불안을 야기하고 그로인한 증상과 해결책을 각자의 속도에 맞춰 마음을 다해 차근차근 감각을 느끼는 방법을 알려준다.

 

감기 몸살이 반복되는 요즘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선생님의 처방에도 비타민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높이기에 한계가 있었다. 몸은 쉬면되지만 머리는 아무생각 하지 않으려고 해도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생각은 불안에서 시작된 것이고 불안을 통제하면 될 것 같았지만 쉽지 않았다.

 

사실 불안하면 왜 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초점을 많이 두었다. 그래서 아프면 병원가고, 약을 먹으면 나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고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다. 내 몸을 알아가는 시간을 주지도 않고 몸이 망가져가는 것을 치료하기에만 바빴던 과거는 뒤로하고 몸이 곧 내 신경들과 연결된 감각임을 알아가야겠다.

 



 


+ 책 파헤치기

 

완벽주의 성향에 시달리고, 이래라 저래라 괴물인 불평불만의 내면도 갖고 있는 상담자 ‘메리’의 예는 나를 보는 듯 했다. 이런 불안은 암묵기억(당시 사건을 경험했던 순간에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 등 무의식에 새겨진 특정 감각정보의 파편에 가까운 것)이 현재에 간섭하고 정서적 부담이 컸던 기억일수록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기 어려워 나타난다.

 

암묵기억 속의 경험이 그 감각의 형태가 이미지로 떠오르는데 말로 표현하면 도움이 된다. 감각에 압도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효과도 있고, 기억과 몸의 연결을 돕거나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몸의 소리를 여기서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사실 어려웠다.^^;

 

호흡, 근육, 감각을 집중해서 찾는 연습인데 몸과의 연결하는 방법의 팁!들을 참고하면 좋았다. 잠시 멈추고 돌아보기로 느꼈던 감각을 글로 써보는 방법은 의미 있는 느낌 알아차리는 ‘우뇌’가 감각하기와 관찰하기, 논리력의 ‘좌뇌’가 표현하기와 돌아보기를 하게 해 불안과 긴장감이 저절로 가라앉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몸적’, 곧 ‘소매틱somatic'이라는 단어는 살아 있는 몸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소마soma에서 유래했다. 몸 중심 시각(몸적 시각)somaticlens을 사용하면 몸 자체와 복잡한 신경생물학적 시스템에 중점을 두고 불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P21

 

🔖SOAR은 감각하기, 관찰하기, 표현하기, 돌아보기의 줄임말이다. 몸의 느낌을 감각하고 그 감각을 관찰한 다음, 관찰한 것을 표현하고, 표현한 것을 돌아본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좌뇌와 우뇌의 기능을 통합시켜 신경계를 조절하고 몸의 소리 듣기 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 P55

 

얕은 호흡으로 불안을 잠시 진정시킬 수 있지만 외면하려고 애써왔던 감각과 연결되면 오히려 불안을 경험할 수 있는데 호흡되살리는 연습으로 몸과 가까워 질 수 있다. 이 방법은 요가 동작처럼 바닥에 누워 편안한 자세에서 호흡으로 긴장한 몸을 이완시키는 연습 같았다. 지금까지 불안을 떨쳐버리는 방법들과는 다르게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거나 발바닥의 촉감을 찾기, 공간을 인식 하기는 내 몸을 찾아가는 버티기 훈련처럼 느껴졌다. 😌

 

유년기 상처가 만든 잘못된 패턴으로 만들어진 과도한 결합은 나를 관찰자, 경험자로 분리하여 이중 알아차림을 해보면 분리할 수 있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다. 마찬가지로 몸과 마음은 건강한 경계를 원하는데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경계를 알고 분명하게 거절하고 나와 상대방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거절의 상황을 연습을 통해 상상해 본다)

 

🔖다시 말해 나쁜 일이 벌어지고 있거나 앞으로 벌어질지 모른다는 부정적 예감이 지각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는 공포 중심 서사가 무의식중에 과거의 일이 똑같기 재현될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P137

 

🔖어린 시절에 경계를 세웠던 경험은 현재 나와 타인 사이에 경계를 설정하는 능력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자아가 형성되던 시기에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맺었던 관계는 자존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며, 경계를 설정할 때 그 자존감이 반영된다. P202

 

놀면 불안한 사람들 역시 어린시절 집안의 분위기가 엄격하고 딱딱하고 변덕스럽고 예측불가능했을 때 안전감을 느끼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놀이가 부정적, 부적절, 쓸모없다고 느끼면 불안으로 피해야하는 행위로 간주되어 어쩌다 가끔 조심스럽게 해야하는 행동이 된다.

아니 취미와 특기 적는게 그렇게 힘들었던 게 놀면 불안했던 내 모습은 아니었나. 👀

 

✔️일상의 놀이들은 큰 돈이나 시간을 요하지 않았다.

즉흥적인 행동하기, 일부러 재미와 즐거움을 위한 행동을 해보기, 농담이나 말장난하기, 이미 벌어진 상황이나 예측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웃음거리 찾아내기, 소리 내어 웃기, 미소 짓기, 바보 같은 짓 하기 같은 내가 조금만 변화시켜도 되는 행동이었으니까.

 

1️⃣ 공포가 존재하는 이유와 그 본질을 기억하라.

2️⃣ 완전히 솔직한 태도로 치료에 임하라.

3️⃣ 치유의 여정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4️⃣ 치유의 과정에서 나 자신을 내려놓아라.

5️⃣ 인내하라.

 

🔖“나는 바로 지금 이곳에 있으며, 아주 멀쩡하다.”P167

 

🔖“너는 나에게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야.”p217

 

🔖우리는 자체로 완벽하고 동시에 매순간 완벽해지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지금 걷고 있는 곳이 옳은 길이다. P262

 

#불안을관리하면인생이관리된다 #미셸블룸 #더퀘스트 #길벗 #읽고싶어질지도 #심리서적 #불안 #소매틱 #균형 #심리치료 #신간 #책스타그램 #서평

 

❤︎ ‘더퀘스트’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몸적’, 곧 ‘소매틱somatic‘이라는 단어는 살아 있는 몸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소마soma에서 유래했다. 몸 중심 시각(몸적 시각)somaticlens을 사용하면 몸 자체와 복잡한 신경생물학적 시스템에 중점을 두고 불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P21

SOAR은 감각하기, 관찰하기, 표현하기, 돌아보기의 줄임말이다. 몸의 느낌을 감각하고 그 감각을 관찰한 다음, 관찰한 것을 표현하고, 표현한 것을 돌아본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좌뇌와 우뇌의 기능을 통합시켜 신경계를 조절하고 몸의 소리 듣기 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 - P55

다시 말해 나쁜 일이 벌어지고 있거나 앞으로 벌어질지 모른다는 부정적 예감이 지각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는 공포 중심 서사가 무의식중에 과거의 일이 똑같기 재현될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 P137

어린 시절에 경계를 세웠던 경험은 현재 나와 타인 사이에 경계를 설정하는 능력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자아가 형성되던 시기에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맺었던 관계는 자존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며, 경계를 설정할 때 그 자존감이 반영된다. - P202

"나는 바로 지금 이곳에 있으며, 아주 멀쩡하다." - P167

"너는 나에게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야." - P217

우리는 자체로 완벽하고 동시에 매순간 완벽해지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지금 걷고 있는 곳이 옳은 길이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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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아르테 오리지널 24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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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Beautiful World, Where Are You

 

샐리 루니 장편소설

김희용 옮김

아르테 출판

 

 

❝당신은 나에 대해 다 아는데,

나는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친구들과의 대화』와 『노멀 피플』로 서른 초반 젊은 나이에 평단의 찬사와 상업적 성공을 거둔 아일랜드 작가 샐리 루니의 세 번째 장편소설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이다.

소설은 단락이 나뉘지도 않고 대화에 그 흔한 따옴표를 넣지도 않아 글이 정말 빼곡해서 읽는데 한참 걸렸다. 드라마를 보듯 글을 읽으니 주인공들의 각자의 사랑과 삶에 대해 고뇌하는 젊은 남녀 4명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편의 소설로 성공한 작가가 된 ‘앨리스’

앨리스의 대학 친구이자 더블린 문학잡지 보조편집자 ‘아일린’

틴더(데이트 앱)를 통해 앨리스가 만난 물류창고 노동자 ‘펠릭스’

아일린이 어린시절부터 오랫동안 좋아했던, 어린 여자들과 데이트를 즐기는 그리스도 교도인 의회 보좌관 ‘사이먼’

 

앨리스는 소설 두 편을 쓰고 성공을 거둔 뒤 더 이상 글이 써지지 않고 신경쇠약으로 더블린에서 떨어진 마을에 살고 있다. 앨리스는 작가와 비슷한 면이 많았는데, 왠지 이 소설을 통해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스트레스로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던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 인물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소설의 시작은 아일린은 아일랜드 문학 석사 과정을 시작하고, 앨리스는 커피숍에 일자리를 얻고 소설을 쓴다. 둘의 주고받는 이메일 대화가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지만 개인 일상뿐만 아니라 편의점 플라스틱에 든 점심을 먹다가 도시락을 만들기위해 착취당한 사람들, 사회, 세계, 팬데믹, 종교 등 지식인들이 대화할 법한 내용들도 많다.(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졌을 수도..ㅎㅎ)

 

아일린은 사이먼과 헤어지고, 에이든을 만났지만 또 헤어진다. 언니 롤라와 매튜는 결혼하고. 사이먼은 앨리스가 더블린에 돌아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사람들을 만나지만 아일린은 행복하지 않다.(🔖어떤 특정한 종류의 고통은, 삶의 특정한 형성 단계에서 한 사람의 자아감에 영원히 아로새겨지는지도 모르겠어. P54)

 

십대 때 반했던 사이먼과 밤을 보낸 아일린은 어릴 때부터 봐왔기 때문에 이 감정이 사랑인지 자신의 달라진 느낌에 대해 혼란스럽다. 그 와중에 남녀의 끌리는 육체적 욕망은 강하다. (🔖잠자리를 함께 하고 나서 미사에 간다는 것은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지만, 그로 인해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된 것 같아. 그러니까 그저 잠깐일지라도 그의 삶에 관여하고,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의 어떤 면을 보고, 그 결과로 그를 달리 보게 되어버린 기분을 말이야. P143)

 

사랑하는 사람들과 삶에 대한 열정이 있지만 공허함이 많이 느껴졌다. 작년 엄마가 돌아가신 후 신경쇠약이었던 것 같았다며 고백하는 앨리스는 자신과 로마에 이탈리아어 번역본을 보러 같이 가자고 펠릭스에게 제안하고, 이후 연인관계에서 펠릭스는 물류창고노동자인 자신과 성공한 앨리스를 비교하며 누가 우위에 있는 것이 이득인지 생각하게 되고 둘은 서로 간의 다른 생각으로 번진다.

 

생각이 많은 앨리스를 바라보는 팰릭스는 늘 자신의 직업이 부족하다고 생각까지 하게되며 부담을 느낀 걸까. (🔖내가 내린 결정들 중 어떤 결과를 낳은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고, 내 삶의 그 무엇도(직업도, 집도, 욕망도, 연애도) 내게 영원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았기 때문이야. 나는 무엇이든 다 가능하다고, 내 등 뒤에 닫힌 문은 하나도 없고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저기 어딘가에 나를 사랑하고 숭배하며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할 사람들이 있다고 느꼈어. P197)

 

아일린은 사이먼의 여자 많은 것이 불만이다. 무엇보다 그 사고방식이 외롭다고 눈믈흘릴 땐 언제고 또 다른 여자를 만난다. 아일린은 화가 나면서도 자신도 사이먼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시간이 좋았고 계속 사이먼의 연인이고 싶다. (🔖삶의 중심에 무언가를 두는 것에 관해서라면 신은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 적어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과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는 좋아. 그래도 우리는 지금 여기 있어.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게 훨씬 낫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훨씬 낫지. 그리고 나는 여기 있고, 내가 존재하지 않는 순간을 바라지 않으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어. P280-281)

 

마지막엔 4명 모두 앨리스가 있는 곳으로 와서 만난다. 글 2편으로 더 이상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앨리스. 예수를 닮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심하게 대하는 사이먼. 멍청이로 인생을 즐기는 펠릭스. (🔖하느님은 그들을 사랑하시죠. 사이먼은 이말을 잠시 생각해보는 것 같더니, 이내 자신이 정말로 한 일이라고는 회의에 가고 아무도 읽지 않는 보고서를 쓰는 것이 다였기 때문에, 점점 더 자기 일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펠릭스가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은 관심은 가지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관심도 없어요. 사이먼은 물론 이론적으로는 관심을 가지기는 하지만, 자신이 관심을 가지든 말든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곤 덧붙여 말했다. 대부분의 시간에 마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요. P311)

 

외딴섬에 앨리스가 있지만 아일린은 일을 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오지 않고 이메일만 보냈다. 아일린은 앨리스가 있는 병원에 부모님이 찾아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은 핑계일뿐, 곧잘 글을 잘 썼던 자신은 보조편집자로 남아 2인자가 된 듯한 좌절감으로 성공한 앨리스가 보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닐까. 그러기엔 돈을 다 털어 버스타고 매일 찾아갈만큼 앨리스가 좋았던 마음도 있고. 친구와 말다툼과 서운함, 화해와 깊어지는 우정으로 성장해가는 것이 현실 같아 공감되었다.

 

젊은 남녀의 사랑과 삶에 대한 각자의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고, 불안정한 삶이지만 그 속에 늘 사랑이 있었음을 말해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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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테’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어떤 특정한 종류의 고통은, 삶의 특정한 형성 단계에서 한 사람의 자아감에 영원히 아로새겨지는지도 모르겠어. - P54

잠자리를 함께 하고 나서 미사에 간다는 것은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지만, 그로 인해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된 것 같아. 그러니까 그저 잠깐일지라도 그의 삶에 관여하고,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의 어떤 면을 보고, 그 결과로 그를 달리 보게 되어버린 기분을 말이야. - P143

내가 내린 결정들 중 어떤 결과를 낳은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고, 내 삶의 그 무엇도(직업도, 집도, 욕망도, 연애도) 내게 영원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았기 때문이야. 나는 무엇이든 다 가능하다고, 내 등 뒤에 닫힌 문은 하나도 없고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저기 어딘가에 나를 사랑하고 숭배하며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할 사람들이 있다고 느꼈어. - P197

삶의 중심에 무언가를 두는 것에 관해서라면 신은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 적어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과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는 좋아. 그래도 우리는 지금 여기 있어.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게 훨씬 낫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훨씬 낫지. 그리고 나는 여기 있고, 내가 존재하지 않는 순간을 바라지 않으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어. - P280

하느님은 그들을 사랑하시죠. 사이먼은 이말을 잠시 생각해보는 것 같더니, 이내 자신이 정말로 한 일이라고는 회의에 가고 아무도 읽지 않는 보고서를 쓰는 것이 다였기 때문에, 점점 더 자기 일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펠릭스가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은 관심은 가지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관심도 없어요. 사이먼은 물론 이론적으로는 관심을 가지기는 하지만, 자신이 관심을 가지든 말든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곤 덧붙여 말했다. 대부분의 시간에 마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요.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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