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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ㅣ 아르테 오리지널 24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평점 :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Beautiful World, Where Are You
샐리 루니 장편소설
김희용 옮김
아르테 출판
❝당신은 나에 대해 다 아는데,
나는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친구들과의 대화』와 『노멀 피플』로 서른 초반 젊은 나이에 평단의 찬사와 상업적 성공을 거둔 아일랜드 작가 샐리 루니의 세 번째 장편소설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이다.
소설은 단락이 나뉘지도 않고 대화에 그 흔한 따옴표를 넣지도 않아 글이 정말 빼곡해서 읽는데 한참 걸렸다. 드라마를 보듯 글을 읽으니 주인공들의 각자의 사랑과 삶에 대해 고뇌하는 젊은 남녀 4명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편의 소설로 성공한 작가가 된 ‘앨리스’
앨리스의 대학 친구이자 더블린 문학잡지 보조편집자 ‘아일린’
틴더(데이트 앱)를 통해 앨리스가 만난 물류창고 노동자 ‘펠릭스’
아일린이 어린시절부터 오랫동안 좋아했던, 어린 여자들과 데이트를 즐기는 그리스도 교도인 의회 보좌관 ‘사이먼’
앨리스는 소설 두 편을 쓰고 성공을 거둔 뒤 더 이상 글이 써지지 않고 신경쇠약으로 더블린에서 떨어진 마을에 살고 있다. 앨리스는 작가와 비슷한 면이 많았는데, 왠지 이 소설을 통해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스트레스로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던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 인물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소설의 시작은 아일린은 아일랜드 문학 석사 과정을 시작하고, 앨리스는 커피숍에 일자리를 얻고 소설을 쓴다. 둘의 주고받는 이메일 대화가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지만 개인 일상뿐만 아니라 편의점 플라스틱에 든 점심을 먹다가 도시락을 만들기위해 착취당한 사람들, 사회, 세계, 팬데믹, 종교 등 지식인들이 대화할 법한 내용들도 많다.(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졌을 수도..ㅎㅎ)
아일린은 사이먼과 헤어지고, 에이든을 만났지만 또 헤어진다. 언니 롤라와 매튜는 결혼하고. 사이먼은 앨리스가 더블린에 돌아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사람들을 만나지만 아일린은 행복하지 않다.(🔖어떤 특정한 종류의 고통은, 삶의 특정한 형성 단계에서 한 사람의 자아감에 영원히 아로새겨지는지도 모르겠어. P54)
십대 때 반했던 사이먼과 밤을 보낸 아일린은 어릴 때부터 봐왔기 때문에 이 감정이 사랑인지 자신의 달라진 느낌에 대해 혼란스럽다. 그 와중에 남녀의 끌리는 육체적 욕망은 강하다. (🔖잠자리를 함께 하고 나서 미사에 간다는 것은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지만, 그로 인해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된 것 같아. 그러니까 그저 잠깐일지라도 그의 삶에 관여하고,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의 어떤 면을 보고, 그 결과로 그를 달리 보게 되어버린 기분을 말이야. P143)
사랑하는 사람들과 삶에 대한 열정이 있지만 공허함이 많이 느껴졌다. 작년 엄마가 돌아가신 후 신경쇠약이었던 것 같았다며 고백하는 앨리스는 자신과 로마에 이탈리아어 번역본을 보러 같이 가자고 펠릭스에게 제안하고, 이후 연인관계에서 펠릭스는 물류창고노동자인 자신과 성공한 앨리스를 비교하며 누가 우위에 있는 것이 이득인지 생각하게 되고 둘은 서로 간의 다른 생각으로 번진다.
생각이 많은 앨리스를 바라보는 팰릭스는 늘 자신의 직업이 부족하다고 생각까지 하게되며 부담을 느낀 걸까. (🔖내가 내린 결정들 중 어떤 결과를 낳은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고, 내 삶의 그 무엇도(직업도, 집도, 욕망도, 연애도) 내게 영원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았기 때문이야. 나는 무엇이든 다 가능하다고, 내 등 뒤에 닫힌 문은 하나도 없고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저기 어딘가에 나를 사랑하고 숭배하며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할 사람들이 있다고 느꼈어. P197)
아일린은 사이먼의 여자 많은 것이 불만이다. 무엇보다 그 사고방식이 외롭다고 눈믈흘릴 땐 언제고 또 다른 여자를 만난다. 아일린은 화가 나면서도 자신도 사이먼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시간이 좋았고 계속 사이먼의 연인이고 싶다. (🔖삶의 중심에 무언가를 두는 것에 관해서라면 신은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 적어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과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는 좋아. 그래도 우리는 지금 여기 있어.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게 훨씬 낫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훨씬 낫지. 그리고 나는 여기 있고, 내가 존재하지 않는 순간을 바라지 않으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어. P280-281)
마지막엔 4명 모두 앨리스가 있는 곳으로 와서 만난다. 글 2편으로 더 이상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앨리스. 예수를 닮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심하게 대하는 사이먼. 멍청이로 인생을 즐기는 펠릭스. (🔖하느님은 그들을 사랑하시죠. 사이먼은 이말을 잠시 생각해보는 것 같더니, 이내 자신이 정말로 한 일이라고는 회의에 가고 아무도 읽지 않는 보고서를 쓰는 것이 다였기 때문에, 점점 더 자기 일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펠릭스가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은 관심은 가지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관심도 없어요. 사이먼은 물론 이론적으로는 관심을 가지기는 하지만, 자신이 관심을 가지든 말든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곤 덧붙여 말했다. 대부분의 시간에 마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요. P311)
외딴섬에 앨리스가 있지만 아일린은 일을 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오지 않고 이메일만 보냈다. 아일린은 앨리스가 있는 병원에 부모님이 찾아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은 핑계일뿐, 곧잘 글을 잘 썼던 자신은 보조편집자로 남아 2인자가 된 듯한 좌절감으로 성공한 앨리스가 보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닐까. 그러기엔 돈을 다 털어 버스타고 매일 찾아갈만큼 앨리스가 좋았던 마음도 있고. 친구와 말다툼과 서운함, 화해와 깊어지는 우정으로 성장해가는 것이 현실 같아 공감되었다.
젊은 남녀의 사랑과 삶에 대한 각자의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고, 불안정한 삶이지만 그 속에 늘 사랑이 있었음을 말해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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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테’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어떤 특정한 종류의 고통은, 삶의 특정한 형성 단계에서 한 사람의 자아감에 영원히 아로새겨지는지도 모르겠어. - P54
잠자리를 함께 하고 나서 미사에 간다는 것은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지만, 그로 인해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된 것 같아. 그러니까 그저 잠깐일지라도 그의 삶에 관여하고,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의 어떤 면을 보고, 그 결과로 그를 달리 보게 되어버린 기분을 말이야. - P143
내가 내린 결정들 중 어떤 결과를 낳은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고, 내 삶의 그 무엇도(직업도, 집도, 욕망도, 연애도) 내게 영원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았기 때문이야. 나는 무엇이든 다 가능하다고, 내 등 뒤에 닫힌 문은 하나도 없고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저기 어딘가에 나를 사랑하고 숭배하며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할 사람들이 있다고 느꼈어. - P197
삶의 중심에 무언가를 두는 것에 관해서라면 신은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 적어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과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는 좋아. 그래도 우리는 지금 여기 있어.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게 훨씬 낫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훨씬 낫지. 그리고 나는 여기 있고, 내가 존재하지 않는 순간을 바라지 않으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어. - P280
하느님은 그들을 사랑하시죠. 사이먼은 이말을 잠시 생각해보는 것 같더니, 이내 자신이 정말로 한 일이라고는 회의에 가고 아무도 읽지 않는 보고서를 쓰는 것이 다였기 때문에, 점점 더 자기 일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펠릭스가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은 관심은 가지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관심도 없어요. 사이먼은 물론 이론적으로는 관심을 가지기는 하지만, 자신이 관심을 가지든 말든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곤 덧붙여 말했다. 대부분의 시간에 마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요.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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