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하지 못한 말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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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지 못한 말』


임경선 소설

토스트 출판



한 남자를 짝사랑하는 여자인가?

일방적인 통보에 꼼짝도 할 수 없는 심정으로 시작했다. 


3살 연하의 피아니스트 그는 안정을 위해 가는 과정의 불안정한 사람이었고 그를 맞춰주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의 외로움과 상처받은 마음은 알아주지 않은 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누구보다 한 몸처럼 사랑했고 아주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행복해했던 달콤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영원하고 싶었던 그 시간들. 그래서 멀어지지 않아도 확인하고 싶었고 더 마음을 두고 싶어 집착처럼 변해가는 동안에도 나는 몰랐을 것 같다. 


프리다 칼로가 나이많고 문란한 디에고를 떠나왔지만 결국에는 그에게 돌아간다는 불쌍한(?) 연애 방식에 자신도 그도 다시 서로를 원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공감한 듯했다. 나를 잃어버리는 사랑이라 할지라도 그와 함께라면 그저 행복했었던 그때. 


자신의 안정을 위해 기준을 세우는데 집중하는 남자. 응원하고 기다려야 했었나. 그랬어도 멀어지는 마음은 똑같았을까. 사과를 해도 상대는 더 이상 화도 내지 않는 감정이 식어버린 것을 알아버려도 모른척하면 다시..라는 것이 가능할까. 


잔인하다. 끝이라는 말도 없이 시간을 갖자고 한없이 기다리게 만드는 일은 일상에서 한 자리를 도려낸 것처럼 늘 아프게 지내야하는데.

사랑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 속 주인공이 느낀 감정이 어떤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ㅡ○ 책 속 밑줄 긋기



‘전혀 동요하지 않는’ 내 모습에 과 사람들은 감탄하곤 했지. 

한데, 지나고 보니 딱히 칭찬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 어쩌면 나는 ‘화를 낼 줄도 모르는 딱한 사람‘이었는지도 몰라. P22


내가 무력하게 느껴지는 게 싫었어. 바보가 된 느낌은 더 싫었어. 이 세상에 싫은 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어. 그럴수록 나는 일상을 잘 보살피며 사는 성숙한 어른에서 제 기분에 따라 멋대로 구는 유치한 아이가 되어갔어. 평소의 나답지 못한 게 무척 못마땅했지. P43


사랑에 보태진 연민이라는 감정은 사람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어. 섬세한 당신과 기 싸움을 해서 당신을 피로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 혹자는 내가 당신의 시무룩함을 신경 쓰고, 눈치를 보고 맞추려는 게 다 휘둘리는 거라고 손가락질하겠지. 하지만 상대에게 연민을 느끼는 순간 이미 지는 거잖아. 그렇잖아. P86


“미안해요.“

화를 내는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대응하면 화를 내는 이유가 없어져. 상대가 나한테 원하는 게 있을 때만 화내는 것이 효력을 발휘해. 하지만 상대가 나한테 바라는 게 더 이상 없다면 화내는 사람은 더 비참해지기만 하지. P144


미움과 사랑. 

체념과 미련. 

원망과 자책. P173


“어떤 괴로움도 공부가 돼요. 잃는 건 없어요.“ P173


지난 1년 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은 무엇이었을까. 


희한한 게 뭔지 알아? 당신이 너무 미웠는데, 정작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를 도통 모르겠다는 거야. 당신은… 당신대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 당신을 떠올리면 어떤 희미한 빛이 내 마음속에 잔잔히 아른거려. 이젠 당신이 밉지 않아. 


정말이야. P203

#다하지못한말 #임경선 #소설 #토스트 #추천소설 #사랑소설 #신간도서 #서평

‘전혀 동요하지 않는’ 내 모습에 과 사람들은 감탄하곤 했지.

한데, 지나고 보니 딱히 칭찬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 어쩌면 나는 ‘화를 낼 줄도 모르는 딱한 사람‘이었는지도 몰라. - P22

내가 무력하게 느껴지는 게 싫었어. 바보가 된 느낌은 더 싫었어. 이 세상에 싫은 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어. 그럴수록 나는 일상을 잘 보살피며 사는 성숙한 어른에서 제 기분에 따라 멋대로 구는 유치한 아이가 되어갔어. 평소의 나답지 못한 게 무척 못마땅했지. - P43

사랑에 보태진 연민이라는 감정은 사람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어. 섬세한 당신과 기 싸움을 해서 당신을 피로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 혹자는 내가 당신의 시무룩함을 신경 쓰고, 눈치를 보고 맞추려는 게 다 휘둘리는 거라고 손가락질하겠지. 하지만 상대에게 연민을 느끼는 순간 이미 지는 거잖아. 그렇잖아. - P86

"미안해요."

화를 내는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대응하면 화를 내는 이유가 없어져. 상대가 나한테 원하는 게 있을 때만 화내는 것이 효력을 발휘해. 하지만 상대가 나한테 바라는 게 더 이상 없다면 화내는 사람은 더 비참해지기만 하지. - P144

미움과 사랑.

체념과 미련.

원망과 자책. - P173

"어떤 괴로움도 공부가 돼요. 잃는 건 없어요." - P173

지난 1년 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은 무엇이었을까.



희한한 게 뭔지 알아? 당신이 너무 미웠는데, 정작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를 도통 모르겠다는 거야. 당신은… 당신대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 당신을 떠올리면 어떤 희미한 빛이 내 마음속에 잔잔히 아른거려. 이젠 당신이 밉지 않아.



정말이야.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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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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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장편소설

김보람 옮김

다산책방 출판


1948년 아이올라 마을. 삼대에 걸쳐 복숭아 재배기술을 보유한 우리 과수원. 행복했던 집이었지만 켈 오빠, 비비언 이모, 어머니를 앗아간 기차사고로 집은 전쟁 참여 후 장애를 입은 이모부와 아빠, 남동생 세스 이렇게 남자만 가득하다. 주인공 빅토리아(토리)는 성장하며 변하는 신체를 꽁꽁 숨기느라 바빴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른 채 점점 의지할 곳 없는 집에서의 시간은 흐른다. 


어느 날 윌슨 문(윌)이름의 낯선 이방인이 마을에 오지만 사람들은 미국으로 밀입국한 멕시코인을 폄하하는 단어인 웻백(wetback) 이나 아메리칸 인디언을 비하하는 표현인 인전(injun)이라 부르며 그에게 잠자리, 일자리 아무것도 허용하지 않고 문전박대와 멸시로 가득찬 시선을 보낸다.


토리를 깃털터럼 가볍게 안아 옮길 만큼 강인한 윌. 그런 윌은 사람들의 편견과는 전혀 달랐다. 토리는 동물의 새끼를 살리려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손길을 가진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윌에게 빠져든다. (그는 내게 본질을 제외한 모든 것을 비운 삶이야말로 참된 삶이라는 사실을, 그런 수준에 도달하면 삶을 지속하겠다는 마음 외에 그다지 중요한 게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P32) 


윌이 보이지 않자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던 걸까. 의무감에 움직이지만 모든 일상이 다 무기력해지고 허상이라도 윌을 보고 싶다는 마음은 더 커져만 간다. 

(무고한 소년을 포용하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르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블랙 캐니언이 윌의 깊고 끔찍한 무덤이 되어버린 것은 그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이 마을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는 진실을. P151)


토리는 윌의 아이가 뱃속에서 자라는 것을 느끼고, 잔인한 소문을 듣고 윌을 죽게 만든 게 남동생 세스일 거라는 생각에 분노가 가슴에 자리 잡고 집을 떠나게 된다. 

(단 한 번의 폭풍우가 강둑을 무너뜨리고 강물의 흐름을 바꾸어버리듯 한 소녀의 인생에 닥친 단 하나의 사건은 이전의 삶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P165)


생존을 위해선 아기 베이비 블루를 지켜야 하는 어머니가 되어야 하니까 두려움을 딛고 일어선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 P143) 본능처럼 자연의 동물. 식물들의 소리와 움직임을 관찰하고 익히며 환경에 익숙해지는 과정들을 묵묵히 견뎌내지만 결국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도망치듯 숨다시피한 삶도 끝을 내고 고향으로 돌아오다 갓난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여자를 보게 되면서 아들은 그 여자와 있다면 살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두고 떠난다. 


다시 돌아온 집. 하지만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후 토리 홀로 남았다. 마을은 댐 공사로 물에 잠길 것이라는 정부관계자의 말에 토리는 마을에서 복숭아밭을 가장 먼저 보상받고 팔았고, 동네사람들은 윌에게 했던 것처럼 토리를 욕하며 돌아섰다. 토리는 아이올라 마을과 거니스 강으로 이어진 파오니아 마을에 새로운 사람들과 정착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과거 모두가 안된다 했던 땅에 복숭아 나무를 심었던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아이올라의 복숭아 고목나무들을 새로운 땅에 옮기기로 한다. 그곳에서 동네 사람들도 가족도 추억도 뒤로한 채 새롭게 출발하고 살아남을 것이라 믿으며. 


(젤다의 말대로 나는 이 땅을 일굴 만큼 강인하다는 걸 증명해 냈고, 이 땅은 나를 받아줄 만큼 관대하다는 걸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내 속마음은 우리 복숭아의 잎마다 뿌리마다 씨앗마다 슬픔이 묻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당연했다. 윌과 내 아들은 과수원 모퉁이에서 날 보며 웃고 있지도, 내 옆에 서서 나와 함께 일하고 있지도 않았다. 아무리 자주 상상한다 한들 그 사실이 바뀌지는 않았다. P341)


복숭아가 자랄 수 있는 땅을 기다리는 동안 토리는 윌과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며 그리움과 후회의 감정을 고스란히 견뎌낸다. 그들을 상상하며 채워진 그리움의 공간들은 포기 하지 않는 희망을 그려보지만 땅도 과수원이 성공적으로 일구어지는 모습에 아들도 윌도 없는 지금의 공허함은 더욱 크기만 하다.

(이제 내가 아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천 마디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때에도 할 수 있는 유일한, 그러나 쓸모없는 한마디. “미안해.” P323)


상실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토리를 통해 아들을 생각하는 저며오는 아픈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 아픔과 슬픔과 후회에 대해 흐르는 강물처럼 다 지나가고 흘러갈 것이지만 어느 때에 어딘 가 연결된 물처럼 나에게 돌아와 희망으로 그릴 수 있을 것도 같은. 길었지만 아름다웠던 소설. 


#흐르는강물처럼 #셸리리드 #다산책방 #김보람 #장편소설 #추천책 #아름다운소설 #소설추천 #읽을만한책 #독파


그는 내게 본질을 제외한 모든 것을 비운 삶이야말로 참된 삶이라는 사실을, 그런 수준에 도달하면 삶을 지속하겠다는 마음 외에 그다지 중요한 게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 P32

무고한 소년을 포용하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르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블랙 캐니언이 윌의 깊고 끔찍한 무덤이 되어버린 것은 그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이 마을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는 진실을. - P151

단 한 번의 폭풍우가 강둑을 무너뜨리고 강물의 흐름을 바꾸어버리듯 한 소녀의 인생에 닥친 단 하나의 사건은 이전의 삶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 P165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 - P143

젤다의 말대로 나는 이 땅을 일굴 만큼 강인하다는 걸 증명해 냈고, 이 땅은 나를 받아줄 만큼 관대하다는 걸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내 속마음은 우리 복숭아의 잎마다 뿌리마다 씨앗마다 슬픔이 묻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당연했다. 윌과 내 아들은 과수원 모퉁이에서 날 보며 웃고 있지도, 내 옆에 서서 나와 함께 일하고 있지도 않았다. 아무리 자주 상상한다 한들 그 사실이 바뀌지는 않았다. - P341

이제 내가 아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천 마디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때에도 할 수 있는 유일한, 그러나 쓸모없는 한마디. "미안해."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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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양장본)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Memory of Sentences Series 2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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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편역

SENTENCE 센텐스 출판



'사랑 앞에선 늘 아이였지만, 현실과 동화의 경계에 서 있었던 안데르센'의 동화 중 잔혹이야기들로 욕망, 사랑, 환상, 교훈 4장으로 나뉘어 동화소개를 한다. 요약이지만 또 안데르센의 목소리를 다 담아서 읽을 거리가 가득하다. 


++ 내 문장 속 안데르센

동화 작품의 주제로 꼽은 문장을 영어나 한국어 표현을 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의역하거나 그대로 필사해 보면서 안데르센의 문장을 사유해 보는 페이지가 이 책의 매력!


sentence 340

Life itself is the most wonderful fairy tale.

인생 그 자체가 가장 훌륭한 동화이다.




안데르센 잔혹동화들을 단순 재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교훈이나 작가 에필로그, 시대적 배경 등의 숨은 이야기들을 알 수 있어  박예진의 동화 '큐레이션'은 계속되어도 좋을 것 같다.



1장. 인간적인 욕망과 그 욕망에 인물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탐구하는 안데르센의 모습을 마주한다.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_Little Claus and Big Claus>

안데르센이 초창기에 썼던 작품으로 발표 당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다가 동화작가로 성공하면서 가장 잔혹적이고 재밌는 동화로 평가 받았다. 

꾀 많은 가난한 작은 클로스와 욕심 많은 큰 클로스. 더 큰 욕심 때문에 가진 것을 결국 다 잃고 만다. 


<빨간 구두_The Red Shoes>

죽어도 멈출 수 없는 춤. 

But she could still see them with the eyes of her mind. She was walking and dancing in her mind.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의 눈으로 그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녀는 마음속에서 걷고 있었고, 마음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답니다. P46


2장. 사랑을 통해 우리 존재의 의미를 실현할 것을 강조하는 안데르센을 마주할 수 있다. 


<인어공주_ The Little Mermaid>

이 작품은 안데르센이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에드워드 콜린의 결혼 소식을 듣고 상실감에 빠져 집필한 동화다. 짝사랑의 대상이 남자였는데 그를 향한 마음은 종교도 결심도 막을 수 없었기에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로 자신의 감정을 담아냈다. 

순애보같이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물거품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작가 자신의 감정을 담았다니 인어공주가 또 다르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비극이 슬프게 다가왔는지도. 


She knew that she could never be with him, but still, she couldn’t help loving him with all of her heart. 

인어공주는 왕자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온 마음을 다해서 그를 사랑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P91


<어머니 이야기_The Story of a Mother>

죽음에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가며 달려가지만 결국 아이의 행복을 위해 신의 곁으로 보내주는 어머니의 이야기. 

희생으로 아이를 구할 것 같지만 작은 희망은 와르르 무너져버린 절망으로 끝난다. 안타깝다고 느껴지기 까지 했는데 이 동화 역시 안데르센 자신의 어머니와의 좋은 관계가 아니었던 것을 녹여두었다. 사랑받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을 곁에 있을 때 후회없이 사랑하라는 세상 어머니에게 말해주고 싶은 걸지도. 

꼭 죽이는 잔인함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동화. 


3장. 환상적인 마법과 마녀가 등장하는 모험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인물들을 마주할 수 있다. 


<눈의 여왕>처럼 꿈처럼 사라져버리거나 <부시통>처럼 악도 성공으로 이끄는 동화는 환상같은 동화이지만 화려함밖에 기억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삶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동화들. 


4장. 주인공들이 보여 주는 교훈을 통해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가치를 심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안데르센을 마주한다. 


<미운 오리 새끼_The Ugly Duckling>

미운 오리 새끼의 백조가 안데르센 본인을 투영한 작품이라니.. 185센티의 키였던 안데르센은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고 뒤늦게 들어간 라틴어 학교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무시와 악평을 내뱉는 교장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지만 자신은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는 욕구를 갖고 있었기에 이런 동화를 쓸 수 있었다. 

나에겐 <미운 오리 새끼>는 지금 읽어도 원래 백조였기때문에 잘 되었다 보다는 힘든 시기를 지나면 행복한 날도 온다는 희망적인 동화다. 


Everything has its beauty, but not everyone sees it. The difference in appearance doesn’t matter, as long as you have a good heart. 

모든 것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가 그것을 보지는 못하죠. 외모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으며, 훌륭한 마음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P221


<하늘을 나는 가방_The Flying Trunk>

부자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을 탕진한 청년은 하늘을 나는 가방을 선물받고 성꼭대기 사는 공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즐거움을 주는 행복을 이제 알기 시작했지만 폭죽을 실은 가방이 불에 타면서 행복도 모두 사라져버린다. 

적당히 라는 것을 알았다면 자신이 한 나라의 왕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판타지 말그대로 하늘을 나는 청년은 자신의 행복이 마법처럼 영원할꺼라고 믿었던걸까. 결국 끝없는 욕심으로 불꽃과 함께 행복을 날려버렸다.



#안데르센잔혹동화속문장의기억 #안데르센 #문장의기억시리즈 #박예진 #센텐스 #북큐레이터 #리텍콘텐츠 #책속의명언 #책갈피를꽂다 #신간도서 #교양서적 #책스타그램 #서평


❤︎ ︎❛리텍콘텐츠❜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But she could still see them with the eyes of her mind. She was walking and dancing in her mind.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의 눈으로 그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녀는 마음속에서 걷고 있었고, 마음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답니다. -빨간구두 - P46

She knew that she could never be with him, but still, she couldn’t help loving him with all of her heart.

인어공주는 왕자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온 마음을 다해서 그를 사랑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인어공주 - P91

Everything has its beauty, but not everyone sees it. The difference in appearance doesn’t matter, as long as you have a good heart.

모든 것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가 그것을 보지는 못하죠. 외모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으며, 훌륭한 마음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미운오리새끼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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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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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프란츠 카프카 지음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이재황 옮김

문학동네 출판




ㅡ○ <독파챌린지> 박연준 『듣는 사람』 속 고전 읽기 


20세기 문학의 신화 카프카의 소설 「변신」. 밀란 쿤데라는 카프카의 작품을 두고 ‘검은색의 기이한 아름다움’이라 표현했다고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인의 삶을 그려낸 책을 읽으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공간에서 우리의 존재는 과연 무엇으로 '변신' 되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ㅡ○  <책을 읽고>


아버지의 사업 실패 후 그레고르는 불행에서 가족을 구하고 빨리 잊기 위해 열성을 갖고 일했다. 돈을 잘 벌자 행복해했고 일상처럼 당연하게 모두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아침에 벌레가 된 그레고르. 문 밖으로 나서기도 어려울 자신의 흉측한 외모와 알게 될 가족들의 놀라움을 걱정한다. 회사 출근도 못했지만 어찌해서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적응해보려고 노력하며 그레고르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면 지금의 모습을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냥 벌레로 있는 게 더 나은 삶인가. 인간일 때의 삶은 더 나을까. 자신의 희생으로 가족이 행복하면 좋은 삶일까. 당연하게 가장처럼 일을 해야 하는 건가. 그레고르는 방 안에서 수많은 생각의 늪에 빠진다.


자신이 희생하는 존재였다는 것을 알고 난 다음 느끼는 억울함. 그리고 외롭고 쓸쓸한 마음.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지만 등을 돌리는 가족을 보며 포기하는 그 순간까지의 과정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보는 듯했다.

그레고르의 모습이 변하고 버려지고 방치되는 동안 가족들은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데 초점을 둔다. 변해버린 모습으로 고통을 홀로 견뎌내던 그레고르를 감싸주지 않고 가족이 먼저 외면해버리다니. 이기적이라고 하기에는 가족들은 악의가 없었으니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특히 공감되었던 것은 그레고르 같은 인물이 나 혹은 우리 가족 주변에 있다는 것.

아파도 쉴 수 없던 엄마의 모습. 가족 경제를 위해 책임감으로 묵묵히 버텼던 아빠.  그런 희생으로 인해 나머지 가족이 행복해 했다는 것.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마음 그리고 그로 인해 누렸던 행복들은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쓰임이 사라졌을 때 홀대되고 버려지고 잊혀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소설.



ㅡ○ <책 속 밑줄 긋기>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P9


“침대에 그냥 머물러 있을 수는 없어. 전부를 희생해서라도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렇게 하는 편이 가장 올바른 길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절망적인 결심보다는 침착한, 최대로 침착한 성찰이 훨씬 더 낫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P23


집에 돌아와 그 돈을 식탁 위에 올려놓으면 식구들은 모두 행복해서 입이 벌어졌다. 정말 좋은 시절이었다. 나중에 그레고르는 온 가족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후로 그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았다. P74


“가구를 모두 치워버리면, 그 병세가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모두 포기하고 매정하게 그앨 혼자 내버려두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니? 방은 예전 그대로 두는 게 좋겠어. 그러면 그레고르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을 때 모든 게 전과 달라진 게 없음을 확인하게 될 테고, 그럼 그 동안의 일을 그만큼 더 쉽게 잊을 수 있을 거야.” P92



#변신 #프란츠카프카 #소설 #읽을만한소설 #고전 #책추천 #루이스스카파티 #이재황 #문학동네 #북클럽문학동네 #독파 #독파챌린지 #서평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 P9

"침대에 그냥 머물러 있을 수는 없어. 전부를 희생해서라도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렇게 하는 편이 가장 올바른 길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절망적인 결심보다는 침착한, 최대로 침착한 성찰이 훨씬 더 낫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 P23

집에 돌아와 그 돈을 식탁 위에 올려놓으면 식구들은 모두 행복해서 입이 벌어졌다. 정말 좋은 시절이었다. 나중에 그레고르는 온 가족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후로 그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았다. - P74

"가구를 모두 치워버리면, 그 병세가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모두 포기하고 매정하게 그앨 혼자 내버려두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니? 방은 예전 그대로 두는 게 좋겠어. 그러면 그레고르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을 때 모든 게 전과 달라진 게 없음을 확인하게 될 테고, 그럼 그 동안의 일을 그만큼 더 쉽게 잊을 수 있을 거야."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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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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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링 인 폴』


백수린 소설

문학동네






십 년 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된 『폴링 인 폴』은 백수린 작가는 소설을 처음쓰던 그 시절의 마음을 그대로 글 속에 간직하고 싶어 크게 수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9개 단편소설은 사랑에 혹은 욕망에 빠져버린 한 시기의 이야기들이었다. 나이 국적 성별을 떠나 언제 어디서든 예고 없이 훅 다가왔다가 빈자리만 텅 남겨두는. 

그래서 오랫동안 잊고 있지만 또 갑자기 생각나서 그때의 회상. 추억. 혹은 후회 같은 감정들이 뒤섞이는 소설들이 많았다. 



<거짓말 연습>


엄마의 거짓말. 남편의 바람으로 별거. 프랑스로 도망치듯 떠났지만 언어의 장벽으로 힘들다. 다음 학기의 계획도 모르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방황 아닌 방황 중이다. 상대를 용서하는 방법도 내가 도망치는 방법도 몰라 서툰 모습. 

엄마의 거짓말은 내가 알았지만 사실은 이 세계가 거짓으로 소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는 말. 과연 거짓으로 세상을 살았고 살 수 있을까. 그러면 상처를 덜 받을까 ㅠㅠ


그렇지만 막상 전화를 걸어도 우리는 서로에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우리 사이에는 일곱 시간의 시차보다 더 먼 거리가 놓여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좁혀야 하는 지 둘 다 알지 못했다. P21


<폴링 인 폴>



재미교포이자 여섯 살 차이나는 제자 폴. 나는 폴을 좋아하지만 폴은 유리코와 결혼하겠다며 말한다. 대학 강사가 오피스 아워라는 열정페이 시간에 선생으로 사명을 다하는 동안 정들어버린 제자를 짝사랑한 이야기. 


실연당한 여자의 자기 위안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그가 해준 이야기가 내 초라한 사랑에 대한 그만의 응답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P64



<부드럽고 그윽하게 그이가 웃음 짓네>



과외 선생님과 첼로를 전공한 나. 십년의 나이 차이에도 그를 믿고 따랐지만 자라온 환경과 전공이 달라 늘 가까이 가도 벽이 있다. 베를린으로 떠난 곳에서는 그 거리감이 더욱 느껴지고 과거 수줍어하며 그를 바라보던 나를 끄집어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감자의 실종>


사람들이 갈아먹고 부쳐먹고 볶아먹는다는 말에 야만적이라고 말하는 나. 그래서 감자가 개인가. 신념인가. 

감자라는 단어의 뜻을 잃어버린다는 것. 단순히 사물에 붙여진 이름이 감자라는 것을 잊은 것인지 내가 생각하는 감자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감자가 다른 것인지. 

내가 어떤 것을 바라보는 것과 타인이 바라보는 것의 차이를 말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다름의 차이. 소설에서는 다만 그 어떤 것이 감자였을 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나의 삶이 변화하고 있다면 그건 모두 감자와 개와 신념 따위의 사소한 것들 때문이라는 것뿐이었다. P121


글을 다 마치고 나자 나는 이 글이 나 아닌 누군가에게 완전히 오독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에 다시 한 번 휩싸인다. 이 글을 왜 쓰고 있는 것일까, 하는 물음이 자꾸만 불쑥불쑥 의식 위로 떠오른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잃어버린 것을 생각한다. P126



<자전거 도둑>


주거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제이. 아무도 모르는 밴드의 보컬 안나. 무명 웹툰 작가 나. 는 함께 산다. 어느 날 안나가 남자친구 P를 자주 데리고 오면서 나는 안나의 일상과 자전거에 대해 집착하게 된다. 

더 이상 셋이 아닌 이 상황의 감정은 작은 힘에도 쉽게 뭉개지는 복숭아를 달콤한 과즙 한입 베어 먹고 싶다는 욕망처럼 점점 커져만 간다. 안나의 자전거는 안나의 자물쇠만 채워져 있다가 공동 소유처럼 제이와 나는 함께 해야 한다고 자물쇠를 채우겠지. 누구하나 잘 되는 꼴은 배아프다. 


세상으로부터 미끄러진다는 느낌을 더이상 받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뿌리를 내렸다. 어둠울 움켜쥐고 자라는 음지식물처럼. ‘우리’라는 견고한 껍질 안에서 우리는 그 누구보다 안전했다. P135


누군가 몰래 탔는지 자전거에 흠이 생겼다며 안나는 자전거를 집안에 들여 놓기 시작했다. 그것도 자물쇠를 채운 채로. 행복이 마취제와 같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행복에 겨운 사람은 타인의 불행 앞에서 무감해지는 법이었다. P151



<밤의 수족관>


그래서 진실은 무엇? 다시 보아도 이해도, 공감도 안되는 어려운 소설ㅜ


내 아이는 도대체 지금 어디에 있다는 말입니까. P198



<까마귀들이 있는 나무>


아프리카에서 만난 유럽에서 온 킴과 리. 성을 여름별장으로 가질만큼 능력있었던 여자 킴. 언어도 통하지 않고 능력도 없던 리는 킴 앞에서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킴의 궁이 아닌 문화재 가이드 장소인 궁에서 만난 낯선 여자는 킴과 다를 것이라 생각하며 상상 속에서 비교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여자는 당돌하기 짝이 없이 키스를 하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킴의 궁에서 길을 잃고 까마귀 떼를 본 그 때처럼 여기 궁 안에서도 까마귀 떼를 보는데. 낯선 여자를 찾는 리는 도대체 그 여자를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걸까. 복수라도 하면 자존심은 지켜지는 건가.. 답답하고 찌질해보였던 리. 


모든 문제는 그렇게 생각한 데서 비롯되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빛깔의 꽃들과 어딘지 신비로운 숲의 분위기에 취해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P216



<꽃 피는 밤이 오면>


노동현장에서 억울하게 죽음. 그 유가족이 울먹이며 회사에 요구하는 현장을 자신도 노동자이면서 밀어내야했고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피하기만 했던 과거의 당신. 비겁했음을 자신의 눈을 가리며 괴로워했던 당신. 그런 당신도 죽었지만 죽지 않고 귀신처럼 내 앞에 있다. 남편의 힘듦을 함께 했다고 생각했는데 떠난 이를 놓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니 함께 하지 못했던 그때의 미안함으로 붙잡고 있다. 


어쩌면 끝끝내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당신 역시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나를 허망하게 만들었다.  P244


이 모든 게 내 탓일까. 자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원망의 대상을 찾고 싶었으므로 나는 종종 자책했다. 당신이 귀를 닫고, 소란한 침묵 속으로 숨어들 때까지도 아무런 기미를 알아채지 못한 것이 온전히 내 탓인 것만 같았다. P249



<유령이 출몰할 때>


진짜 인지 아닌지 모를 소문. 일상에서 벗어나 소문의 원상지로 계획없이 가본다. 사람들에게 잊혀져가는 추억의 장소에 나도 세상에 잊혀지게 되어가는 현실이 겹쳐지며 안개 낀 밖을 답답하게 바라보는듯한 소설. 


나 역시 아무도 찾지 않는 K구역에 대해 까맣게 잊고 지냈다. 내 청춘의 가장 농밀했던 시간이 묻혀 있는 장소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원래 일상은 그런 것이다. 마치 사막의 마른 유사流砂처럼 한번 잡아끌기 시작하면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것. 그러니 솔직히 말하건대 내가 ‘카르페디엠’에 가볼 마음이 생긴 것은 고시에 또 다시 낙방한 나를 일상이 내뱉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P270


#폴링인폴 #백수린 #단편소설 #개정판 #문학동네 #독서 #읽을만한책 #책스타그램 #소설 #서평 

그렇지만 막상 전화를 걸어도 우리는 서로에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우리 사이에는 일곱 시간의 시차보다 더 먼 거리가 놓여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좁혀야 하는 지 둘 다 알지 못했다. - P21

실연당한 여자의 자기 위안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그가 해준 이야기가 내 초라한 사랑에 대한 그만의 응답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 P64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나의 삶이 변화하고 있다면 그건 모두 감자와 개와 신념 따위의 사소한 것들 때문이라는 것뿐이었다. - P121

글을 다 마치고 나자 나는 이 글이 나 아닌 누군가에게 완전히 오독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에 다시 한 번 휩싸인다. 이 글을 왜 쓰고 있는 것일까, 하는 물음이 자꾸만 불쑥불쑥 의식 위로 떠오른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잃어버린 것을 생각한다. - P126

세상으로부터 미끄러진다는 느낌을 더이상 받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뿌리를 내렸다. 어둠울 움켜쥐고 자라는 음지식물처럼. ‘우리’라는 견고한 껍질 안에서 우리는 그 누구보다 안전했다. - P135

누군가 몰래 탔는지 자전거에 흠이 생겼다며 안나는 자전거를 집안에 들여 놓기 시작했다. 그것도 자물쇠를 채운 채로. 행복이 마취제와 같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행복에 겨운 사람은 타인의 불행 앞에서 무감해지는 법이었다. - P151

모든 문제는 그렇게 생각한 데서 비롯되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빛깔의 꽃들과 어딘지 신비로운 숲의 분위기에 취해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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