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클래식 수업 - 알아두면 쓸모 있는 최소한의 클래식 이야기
나웅준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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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랫만에 재미있는 클래식에 대한 책을 읽었습니다. 그 동안 클래식에 대한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읽을 때마다 어렵게 느껴졌던 것은 사실인데요, 나웅준 씨가 쓴 책 <퇴근길 클래식 수업>은 제가 읽은 어떤 책보다도 쉽고 재미있게 쓰인 책이었어요. 클래식에 대한 관심도 많이 생겨서 오랫만에 유튜브로 열심히 클래식을 검색하며 들었습니다.



하마터면 클래식도 모르고 살 뻔했다는 부제가 눈길을 끕니다. 이미 클래식을 모르고 살고 있는 저는 괜히 뜨끔하기도 합니다. 한예종에서 예술사를 졸업하고 트럼펫 연주자로 활동하는 나웅준 씨는 일반인들이 클래식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요. 책 저술도 그 중 한 일환이겠구요. QR 코드를 찍으면 출판사의 블로그로 연결됩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말하겠지만 이 책이 전반적으로 QR코드를 굉장히 잘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루한 클래식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하는데요, 처음 목차를 볼 때에는 몰랐는데 책을 다 읽고 보니 목차가 신경써서 잘 구성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먼저 일상 속에서 쉽게 보기 쉬운 클래식, 드라마, 코미디 등에 자주 사용되는 음악에 대해 설명하고 그 클래식이 시대별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그러한 클래식은 어떤 악기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천천히 살펴보는데 너무 이해하기도 좋고 궁금증도 해결되는 느낌이었어요. 마지막으로는 일상에서 듣기 좋은 클래식을 소개합니다.



"띠로리"로 시작하는 심오한 종교음악을 만들던 바흐가 왜 커피 칸타타를 만들게 되었는가가 첫 이야기인데요, <토카타와 푸가>라는 제목은 몰랐지만 뭔가 심오한 종교음악이면서 '띠로리'로 시작한다니 어떤 음악인지 딱 알겠는거에요. 토카타와 푸가를 검색해 들어봤더니 예상이 맞더라고요! 1720년대 바흐가 활동하던 독일 라이프치히에서는 커피가 유행했고, 커피하우스에서 바흐에게 카페에서 연주할만한 음악을 주문합니다. 그래서 탄생한 노래가 바로 커피 칸타타라고 해요.


저자는 커피 칸타타의 내용과 형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의 판소리와 비교합니다. 세상에! 이렇게 자유분방한 설명이라니! 판소리도 소리꾼이 말로 하다가 노래도 하잖아요? 그리고 반주해주는 고수가 있구요. 여기서 말하는 부분, 즉 '아니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칸타타로 이야기하면 '레치타티보'라고 해요. 판소리의 '창'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리아'이고, '고수'가 바로 '오케스트'라가 되는 것이죠. 이렇게 설명하니까 너무 쉽지 않나요? 우리가 잘 아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는 아리아의 대사를 노래로 하는 부분이 되겠죠? 




앞에 말한 '띠로리'하는 심오한 음악인 <토카타와 푸가>처럼 제목은 몰라도 통용되는 노래가 또 있죠.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은 우리에게 <장학퀴즈>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졌다고 해요. 아 여기서 장학퀴즈 알면 아재인증인데 딱 알겠네요! 장학퀴즈 출연해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푸하하- 요즘으로 치면 <도전 골든벨> 같은 프로그램이랄까요?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쉬운 설명입니다. 소나타의 구성은 글쓰기의 기승전결과 비슷하다거나 교향곡을 발표하는 음악회 프로그램은 신제품 발표회와 비슷하다는 설명은 보는 순간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더라고요. 소나타가 작곡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교향곡은 작곡가의 지식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그렇기 때문에 일평생 곡을 만든 숫자가 많지 않다고 해요. 소나타가 작가에게 에세이 정도라면 교향곡은 장편소설 출판기념회 쯤 되는 것일까요? 어쨌든 이해하기 정말 쉬운 설명입니다.




클래식 용어를 말할 때에도 정말 이렇게 쉬운 설명이 있을까요? 작가 나웅준 씨가 북한에서 매우 유명한 곡인 '반갑습니다'를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빠르기를 알려주는 부분에 '기쁨에 넘쳐 뜨겁게'라고 표현돼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음악을 잘 모르더라도 일단 곡의 분위기가 어떤지 딱 느껴지지 않나요? 알레그로, 안단테 등 클래식의 용어들도 바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곡의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죠.



  

고전적인 클래식을 계속해서 현대문화로 비교해서 설명하는 것 역시 탁월합니다. 우리에게 결혼식 입장할 때 쓰는 행진곡으로 유명한 '혼례의 합창'이 어디서 나왔는지, 왜 그런 분위기를 나타내는지 알기 위해서는 그 음악이 사용된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알아야 한다고 해요. 그런데 등장인물도 헷갈리는데 스토리도 복잡한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과감하게 등장인물의 이름을 바꿉니다. 브라반트 공국은 서울 강남으로, 로엔그린은 도민준, 엘자는 천송희, 프리드리히는 놀부, 오르투르트는 놀부 부인으로 말이죠. 등장인물의 이름만 바꿨을 뿐인데 내용이 상상되지 않나요?



아울러 클래식에서 브라보! 라고 환호하는 형식을 래퍼들의 '드롭 더 비트'라는 말과 비교하니 클래식의 문화에서 사용되는 언어라는 것이 바로 납득됩니다. 결국 클래식도 익숙해지면 그 용어가 어렵다고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르네상스 시대'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소제목을, '바로크 시대'는 '오늘부터 삐뚤어질 거야'라는 부제를 붙였습니다. 내용을 읽지도 않았는데 벌써 알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짧은 단어나 문장으로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것이 작가의 탁월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음악의 구성과 특징을 알았으면 그 음악을 직접 들어보고 싶어지잖아요?


  

그럴 때 알아야 하는 것이 바로 악기인 것이죠. 악기에 대한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악기의 특징, 클래식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 특유의 편안하고 쉬운 설명으로 안내합니다. 그나저나 색소폰이 신식악기인 줄은 처음 알았네요? 섹소폰은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의 장점들만 모아서 제작된 발명품이었어요!




아울러 악기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악기의 소리를 듣기 좋은 음악도 함께 소개합니다. 우리는 사실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를 잘 모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클래식을 들으면 그 중에 무슨 악기가 무슨 소리를 내는지도 잘 구별이 안 되구요. 그런데 이렇게 악기 하나하나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을 설명해주니 조금씩 익숙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넬라 판타지아'로 알려진 '가브리엘 오보에'는 오보에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곡인데요, 오보에는 너무 아름다운 소리를 내서 사람의 마음을 홀릴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되기도 했던 악기라고 하네요.



  

그 외에도 다른 음악들을 듣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해도 걱정 없어요. 마지막에 음악을 설명해주면서 QR코드를 제시하거든요. QR 코드를 찍으면 그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클립으로 이동합니다. 너무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 자신을 사랑하고 싶을 때, 힐링하고 싶을 때, 요리할 때 등등 다양한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클래식을 추천해줘서 더더욱 부담없이 클래식에 접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입문하기 너무 좋은 책입니다. 저 역시 당분간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클래식을 듣는 시간들을 갖게 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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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전쟁 - 본격치과담합리얼스릴러
고광욱 지음 / 지식너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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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전쟁을 읽었다. 소설 형식을 띈 사회고발소설인데 굉장히 흥미로우면서 믿기지가 않는다.

  

요약하자면 치과는 왜 이렇게 비싼거야? 라는 의문에 답하는 책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말은 정말 많았다. 치과는 왜 이렇게 비싼거야? 보험이 안 돼서 그렇대~ 라는 말. 실제로 치과에 한 번 가는 일은 (여러가지 의미로) 상당히 큰 결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도 했지만, 기왕이면 빨리 가라~ 늦게가면 가격이 엄청나다~ 라는 조언도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저자 고광욱 씨는 대한민국의 치과의사이기도 하고,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나온 의사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온 내용이 아마도 사실일 것이라고 짐작하게 되는데, 첫 표지에는 '이 소설은 모두 허구'라는 안전장치의 안내문이 있다. 만약 실제와 비슷하다면 현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라는데, 이 책에 나오는 인물이나 단체가 비슷한 이름으로 현실에 존재하고, 또 유사한 사건들이 계속 거론되는 이상 정말 이 소설의 내용이 허구라고 믿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 때 임플란트 하면 입 안에 벤츠 한대 넣고 다니는 거라고 했었는데, 요즘 임플란트 가격이 많이 내리긴 했다. 그런데 그 내리는 과정에서 이런 사건들이 벌어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소설은 왕따의사 권광호를 한민영 기자가 취재하면서 시작된다. 물론 그 전에 굉장히 힘들게 왕따를 당하면서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등등 다양한 사건 끝에 이런 광명같은 소식이 벌어진 것이지만. 처음 소설로 시작했을 때에는 너무 사소한 사건을 굳이 포장한 것 같아 오글거리기도 했는데, 내용을 읽다보니 엄청 거대한 서스펜스 스릴러라 소설의 형식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 소설로 봐도 이렇게 방대한데!!


초반에는 "치과가 어렵다고 하지만 과거의 영화를 잊지 못하는 것일 뿐, 지금도 엄청 부유하다"는 설명과 함게 치과세계 내에서의 스펙경쟁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임플란트 사건으로 들어가기 전에 치과 내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설명하는 느낌인데, 사실 의사라고 해서 윤리검사를 해서 부격격자들만 모아놓는 것은 아닐테니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의 이해관계 속에 그런 고압적인 분위기, 비정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면 소수자가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고 점점 이상해졌겠지.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 sky 캐슬처럼 말이다.


뭐 어쨌든 재료비가 10만원 수준인 임플란트를 300만원에 담합하다가 물흐리는 의사들 때문에 230만원으로 낮춰서 기분이 나쁜 의사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물론 주인공 광호는 도대체 왜 그렇게 받아야 하지? 하는 마음으로 100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진료를 하는데, 광호뿐만 아니라 그런 비정상적인 분위기와 높은 가격담합에 동의하지 않는 의사들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의료비를 받고 진료를 한다. 그러던 중 지역 회의에서 무려 100만원의 진료비를 받고 임플란트를 한 의사가 고발되어 조리돌림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낮은 수가로 진료를 하다가 들키게 되면 지역 의사들에게 거의 진료를 할 수 없는 수준의 왕따를 당하게 되는데, 그것이 그냥 따돌리고 안 끼워주는 것에서 멈추는게 아니라, 간호사들에게 퇴사 압력을 넣고, 지역 병원에 재취업이 불가능하게 만들며, 악성루머를 퍼뜨리고, 심지어 구청이나 경찰서에 말도 안 되는 일로 신고해서 번거롭게 하는 등등의 엄청 치사한 일들이 이어진다.


그러나 양심의사(?)들의 피해사례가 계속되면서 양심의사들끼리도 네트워크가 생겨나게 되고, 치과의사협회와의 한바탕 전쟁이 펼쳐진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임플란트 전쟁인 것!


물론 이 책의 내용은 모두 허구이지만, 당시 이 문제에 관여했던 보건복지위원회의 국회의원 김양조 의원과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하필 그 국회의원의 이름은 김양조와 비슷한 양승조이고, 소설 속 협회 회장은 이름이 김재형인데 실제 협회 회장의 이름은 김세영이니 이게 정말 허구인 것일까 의문에 의문은 더해져만 간다.


아니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사건을 난 왜 하나도 몰랐을까? 어쨌든 너무나도 엄청난 사건들이 계속되면서 어디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운 것은 함정. 이 책을 덮고 나면 갑자기 엄청난 정보를 탐색하고 싶어지는 욕망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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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병자호란 - 하 - 격변하는 동아시아, 길 잃은 조선 만화 병자호란
정재홍 지음, 한명기 원작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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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서평단에 당첨되어 아직 출간되지 않은 만화 병자호란 下 권을 가제본으로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최근 나라꼴이 하수선해서 그랬는지 병자호란을 다룬 콘텐츠들이 참 많이 생겼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워서 이해하기 어려웠다면 만화로 만나보는 건 어떨까? 



한명기 교수의 병자호란이라는 역사 평설을 원작으로 정재홍 씨가 그림을 그렸다. 격변하는 동아시아, 길 잃은 조선이라는 부제가 있다. 사실 임진왜란부터 병자호란까지의 조선은 그야말로 '병맛'의 총천연색을 뽐내는 시기이니만큼 아무리 쉽게 읽기 좋은 만화책이라고 하더라도 각오를 다지고 읽기 시작하는 편이 좋다.



역사와 현실을 데자뷔. 병자호란과 오늘이라는 머릿말이 있다. 한명기 교수가 병자호란 책을 펴낸 때가 2013년인데, 2010년 즈음에는 한창 임진왜란이 유행했기도 하다. 정녕 역사는 반복되는가.... (다행히 국란극뽁!한 현실...)



삼전도의 굴욕은 알았지만 그 곳이 송파인 줄은 몰랐었다! 그러고보니 송파에 삼전동이라고 있었는데!!! 거기가 거긴가? 싶어서 찾아보니 삼전도비가 잠실동에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닌가보다 했는데, 원래는 삼전동 부근 하중도의 나루였는데, 그 곳의 개천을 매워 지금은 섬이 아니게 되었다고. 삼전도비는 원래 세워진 곳에서 옮겨진 것이라고 한다. 서울 살 때 송파 가까웠는데, 이런 유적지 한 번을 못 가봤네. 물론 알지도 못했지만.




시작부터 속이 터지는 장면이 계속된다. 후금의 세력은 계속 커져만 가는데 명나라 타령 하면서 사신을 푸대접하고 조선의 자존심을 드높이려는 모습은 역시 데자부같은 기분이...



군사력도 부족하고 백성들의 삶도 피폐한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척화파를 보면.... #니가가라하와이그전쟁



여튼 그래서 전쟁이 벌어졌는데 당연히 짐. 그러나 퇴각한 장수대신 퇴각명령을 내린 초관이 참수되는 아이러니.... 마치 임진왜란에서 봤던 모습들이 더 센 모습으로 반복되는 느낌이다. (나라가 안 망한게 신기할 뿐)



심지어 죽은 아군의 목을 베어와서 청군이라며 포상을 받으려고 했던 장수도 있었으니..... 더 이상 할말이 없다.




닭고기는 먹고 있는데 닭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이제 더 이상 닭을 올리지 말라는 말을 한 걸 보면 왕도 아주 나쁜 놈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없는 인조. 사실 인조에 대해 전혀 호감이 없는데, 역사책을 보면 꼭 왕은 좋게 그려지는 느낌이다. 오히려 신하들의 삽질이 부각되는데, 왕이 모자라니까 신하들도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함.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는데, 고기를 먹다가 개를 보고 먹던 고기를 던져주는 모습을 보고 '조선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야만적인 모습에 인조는 더욱 모멸감을 느꼈다'는 대목이 있는데, 이 장면만 보면 왜 조선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야만적인 모습인지를 모르겠으며, 모멸감을 느낀 이유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어쨌든 후금은 굉장히 야만적이고 조선은 위기관리에 실패했지만 대의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여겨지는 듯하게 표현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서술이 나올 때마다 거슬렸다. 개돼지같은 후금을 모실 수 없어 죽여달라고 했던 척화파 홍익한에 대해 '의롭고 강직하게 최후를 맞이했다'고 설명하는데, 1도 공감이 되지 않는 말이다.




오히려 임금이 제정신이 아니고 무능하니까 도성을 몇 번씩 비우고 도망다녔다는 주모의 말에 공감하는 걸 보면 그냥 나는 뼛속까지민초인건가....



임금은 그저 척화파의 관직 삭탈을 명해 책임을 전가한다. 이 모습이 퇴각 명력을 내린 장수가 퇴각 명령을 전한 부하를 참수한 것과 뭐가 다른가? 여튼 지도자 하나 잘 못 뽑으면 나라 참 힘들어진다는 건 진리인 것 같다.




소현세자를 청으로 보내면서 애틋한 마음으로 서로를 위했다는 말은 별로 안 믿기지만 어쨌든 돌아온 세자가 뭔가 개혁적인 모습을 보이자 제정신이 아니라며 구박하다가 결국 죽음으로 내몰아버리는 인조.



   

결론은 여전히 강대국에 둘러쌓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현명한 외교정책을 해야 한다는 건데, 다소 급마무리 같은 느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자호란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몰랐던 사람들이 입문하기 좋은 책으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다. 



하권을 먼저 읽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한 권으로서의 완결성이 있었다. 물론 상권을 알면 전반적인 내용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었고, 하권에서 나온 내용에 대해 더 깊이 알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하권만 읽었을 때에도 전혀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하권 서평단을 하는 동안 상하권의 책이 모두 출간됐으니, 상권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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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섬에서 생긴 일
홍미령 지음, 최서경 그림 / 쉼어린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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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부터 스토리가 너무너무 귀여운 그림책, 모자섬에서 생긴 일을 읽었습니다. 그림책이니까 봤다고 해야 하나요? 귀여운 동물 친구들에게 생긴 이야기에요

   

모자섬은 모자같이 생겨서도 모자섬이지만 이 섬의 이름에는 비밀이 하나 더 숨어있습니다.


어느 날 모자섬에서 신나게 놀던 돈돈이는 실수로 나무줄기를 놓치고 선인장 가시에 콕 찔려요.



아파서 눈물 흘리는 친구를 위해 원숭이 친구는 바닷가에서 조개를 찾아 가시를 빼 줍니다. 눈치채셨나요? 이 그림책은 자음과 모음으로만 이루어져있어요.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가나다라마바사아자카타파하 이렇게 총 24글자가 모두 사용됩니다. 이 섬의 이름이 모자섬인 이유는 바로 모음과 자음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라서에요.


모음과 자음만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분명 몇 개의 글자만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요, 정말로 자음과 모음이 모두 사용되었습니다. 심지어 이야기도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어요!! 글자를 모르는 영유아 아이들이 보면 좋을 책이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로 누가 봐도 재미있을 책이에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표정이 살아있는 캐릭터들도 너무 매력적입니다. 병아리가 예쁜 원숭이와 돼지, 그리고 그런 관심이 귀찮은 병아리의 표정이 너무 생생하지 않나요? 어릴 때에는 그림책의 매력을 잘 몰랐는데, 오히려 어른이 되고 나니 그림책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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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의 공대생 만화
맹기완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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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는 이미 유명한 웹툰 '야밤의 공대생 만화'를 봤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철학자나 사상가에 비해 과학자의 삶을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관심이 없었기도 하겠지만 그 전에 그들의 성과를 이해하기에 너무 어렵기도 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너무 유쾌하고 재미있어서 무려 과학을 공부하고 싶은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저자 맹기완씨 역시 능력자다. 서울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하는데, 심지어 훈남이다. 이런!! 웹툰 속 천재들만큼이나 일반인들을 좌절시키는 스펙이 아닐 수 없다. 우연히 태블릿 펜을 산 김에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려 대학 커뮤니티에 올리던 작품이 이렇게 책으로까지 나왔다. 일반인은 두 번 좌절한다.


책에서는 그런 작가를 좌절시키는 태어나자마자 천재였고 천재로 살다가 천재로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름을 얼핏 들어본 적이 있었거나 혹은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유명한 수학자 및 과학자들과 처음 보는 듯한 공식이 끝도 없이 쏟아지는 책인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지금까지 많은 교양과학책이 있었지만, 이처럼 대중들이 좋아하게 풀어낸 책은 손에 꼽을 듯!(그냥 내가 안 본 걸까...)뉴턴과 에디슨, 빌게이츠 등 대중적인(?) 천재들 외에도 오일러나 에이다, 폴링 등 잘 모르는 천재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접하면서 과학적 상식도 높일 수 있다.


과학자들의 이상한 사례들이나 난제를 해결한 천재들, 우리가 잘 모르는 과학의 뒷이야기를 다뤘다. 점점 현대와 가까워지기 때문에 2002년이라는 연도가 나와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나 농담도 잘하는 파인만씨 얘기는 너무 친숙하면서도 쉬워서 양자역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도 들었고, 파인만씨의 책을 읽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이런 어메이징한 책이라니. 


IT에서 이미지파일 연구를 할 때 자주 쓰는 레나라는 여자는 흥미있었다. 플레이보이 모델이었다는데, 연구 중에 친구가 보던 잡지를 찢어서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IT계에선 모나리자만큼 유명한 여자라고. 하... 역시 처음봤다.


그런데 무엇보다 웃기다. 너무 재밌다. 온갖 짤방들이 펼쳐지면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다. 물론 책을 다 읽고 덮으면 내가 읽은 천재들의 이름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짤방만 떠오르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건 몇 번 더 읽으면 해결될 일이다.


그리고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감동한 부분은 덧글을 수록한 것이다!!!! 이건 다른 웹툰들도 활용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 부분에 가장 감동받았다) 웹툰이라는 건 작품을 읽는 재미만큼이나 덧글을 읽는 재미도 쏠쏠한데, 책으로 보면 덧글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이런 방식으로 덧글을 수록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물론 작품을 읽으면서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을 수도 있지만, 덧글은 분명 작품의 한 요소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작품을 보면서 흥미로워진 학자들의 삶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책을 소개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사실 따로 소개하지 않더라도 책 내용 안에 이런 저런 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책만 정리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참고문헌이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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