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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 입소문으로 팔아라 - 고객을 전염시키는 소리
엠마뉴엘 로젠 지음, 송택순 옮김, 이주형 감수 / 해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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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남의 말이라면 믿고 보는 습자지 귀의 소유자인데다가,

세상의 쇼핑을 5분 안에 결정해버리는 충동구매의 달인인 나로써는

입소문의 저력을 믿지 아니할 수 없다(숭배하라! 경배하라!)

 

자주 다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추천한 물건이면 의심도 안 하고 사고,

(예를 들어 카메라 커뮤니티에서 추천하는 카메라는 사지 않지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영화 커뮤니티에서 카메라를 추천하면 왠지 이권이 개입되어 있지 않을 것 같아

 두번 의심하지 않고 구매리스트에 추가해버리는 것이다)

 

좋아하는 만화가가 언급한 음식은 다음날 꼭 찾아가서 먹어보고,

지금 무슨 영화를 상영하는지는 몰라도 친구가 추천한 영화 리스트는 꿰고 있는-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일단 지르고보는 생활패턴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 『고객을 전염시키는 소리, 버즈, 입소문으로 팔아라.』 를 읽었다.

 

책에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옳다. 모두 진리다. 적어도 나에게는.

난 그렇게 입소문을 냈고, 그렇게 구매했다. 그런데 모두다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미 기업에서 이러한 입소문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었을 줄이야!(나는 냉큼 넘어가 버린거다)

미국에서 2004년도에 했다는 많은 사례들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걸 보면-

이 입소문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꽤나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사실, 입소문 마케팅이라는 말이 쉬워서 그렇지, 이는 심리학에서 꽤나 유명한 모형인

제 2차 흐름 모형에서 기인한다(고 책에 나와있다). 즉, 오피니언 리더들이 먼저 정보를 접하고

이를 주변에 전달하는 2단계 흐름이 진행되면서 소문은 급속하게 퍼진다는 것이다.

 

454페이지의 긴, 두꺼운 책이지만 사실 말하는 바는 간단하다.

주변에서 화제가 될 요인을 만들어라. 새로워라. 감동을 주어라.

 

당연한 말 아니야? 라고 생각되지만, 여기서 키포인트는 제품이 좋을 때,

그 이후에도 성공을 못한다면 그것은 바로 마케팅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입소문 전략도 제품이 좋다는 전제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

 

광고계의 거장 오길비가 한 말 중에 "좋은 광고는 나쁜 제품의 실패를 가속화한다"라는 말이 있다.

나쁜 제품의 실패가 가속화되는 이유도 역시 입소문 때문일 것이다.

결국, 얼마나 많이 알리느냐에 앞서, 나는 이 제품에 얼마나 자신있느냐가 먼저라는 것이다.

 

조금 찔리는 것이, 나도 빅마우스라 여기저기 내 경험을 공유하고 다니는데,

그 중에서는 정말 좋은 것도 있지만, 썩 나쁘지 않은 것들도 굳이 추천하게 될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말한다. 정말 좋은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면, 추천자의 가치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맞는 말 같다. 식도락에 까다로운 친구들은 이미 나의 맛집 추천을 믿지 않는다. 흑흑.

난 그저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가게들을 추천해준 것일 뿐인데...

 

책 중간에 나오는 표현인데, '인간은 창작하고 공유한다'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소설을 쓰거나 영화를 찍는 등 순수 창작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분명 자신의 경험을 누군가에게 '재가공하여' 전달할 수 밖에 없었을 것 아닌가!

이렇게 좋은 소식을 나누고 싶은 마음- 여기서 입소문 마케팅은 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공유된 사례들 중에 써먹고 싶은 것들도 많았다)

 

물론, 가장 큰 전제는 '좋은 제품에 대한' 이지만.(어설프게 시도하지 말라는 뜻이다)

 

매우 새로운 이야기라거나 혁신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초판이 2000년에 나왔으니 그도 그럴만)

머리맡에 두고 매일 읽으며 마음을 집중시키는 지침서나 고전처럼-

(착하게 살아야 하는 걸 모르는게 아님에도 착하게 살라는 잠언을 외우는 신도처럼)

지금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나를 돌아보도록 자주 주의를 환기시켜줄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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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힘이 세다
이철환 지음 / 해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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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길.

따뜻한 에피소드와 문체로 전국민을 울렸던 베스트셀러.

가끔'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언제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안도현 시인의 시와 오버랩되면서 괜히 사람 사는 찡한 인생의 향취가 강해지는 바로 그책.

그 책의 작가가 첫 소설을 썼다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눈물은 힘이 셀까?

이 책엔 다양한 인간군상이 자신의 약한 살을 드러내며 서로의 슬픔을 나누고 혹은 감추며 살아간다.

주인공 유진은 가난한 집에 태어나 파란색 크레파스를 아끼기 위해 바닷가에

온갖 물고기를 그려넣으며 작가를 꿈꾸는 소년이다.

그런 그에게 크레파스가 2개 있어 하나 준다며 다가온 라라는 천사같은 첫사랑이다.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없는 유진의 아버지는 평소엔 점잖으나

매일 술로 달래며 취하면 가족에게 폭력을 일삼고 그런 그의 옆집엔 시각 장애인 안마사 부부가 산다.

 

그러나 첫 페이지부터, 넘쳐나는 비유와 수식에 길을 잃었다.

기린같은 그림자, 착시처럼 가물거리는 길, 달빛 내린 시냇물과 느릿느릿 기어가는 달팽이 같던 은하수-

아직 이 책을 읽을 마음의 준비도, 여유도 없던 한 독자는 첫 페이지를 몇번이고 다시 읽어야 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거야? 라고 투덜거리다가-

결국-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나는 투덜거리고 말았다.

 

"눈물이 정말 힘이 셀까?"

페이지를 넘기면서 작가(로 추정되는 주인공)의 과도한 자기연민에 지쳐버렸다.

아 정말 힘든 아이로구나, 라는 생각보다,

자기만 힘드나? 세상에 안 힘든 사람이 어딨어? 라는 냉소가 먼저 표출됐다.

손가락을 잘라야 하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도,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는 아버지도,

집이 불에 타버린 달수도, 짝사랑에 시달리는 유진이도-

모두 자기가 가장 큰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지만,

그저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일반인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자기연민에 빠져있는 동안 세상을 향해 나아갔더라면 세상에 편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도대체 왜 저렇게 미리 패배주의에 빠져서

가족들에게 상처주고 남에게 피해주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억지로 짜내려는 그 눈물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고, 관망하고 관조하며 냉소적으로 책을 읽었다.

그렇게 비겁하니까 아무것도 못하지, 라고 첫사랑 라라를 떠나보낸 유진을 조소했고,

술값만 아꼈어도 아들을 대학에 보냈을 것이라며,

가족 부양을 하지 못함을 슬퍼하며 술로 하루를 보내는 아버지를 비난했다.

착한척 하는 주인공의 삶은 가식적으로 느껴졌고,

우연히 계속되는 아저씨와 유진의 만남은 작위적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과도한 안마의 후유증으로 관절이 다쳐 손가락을 모두 잃게 되고,

아내가 뺑소니에 사망하면서 쪽방을 전전하는 신세가 된 시각장애인 아저씨의 삶이 안타깝긴 했지만,

정말 저런 사람이 있겠어? 하고 넘겨버렸다.

그런 나에게 시각 장애인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개미가 바위를 옮기려니 너무 힘들다고.

독사는 허물을 벗어도 독사라고.

 

이 사람들이 언제 나에게 이해를 구한적이 있던가.

그들의 슬픔을 공감해 달라고 윽박지르거나 강요한 적이 있던가.

그냥 그들의 삶을 보여줬을 뿐인데, 난 그냥 불편한 사실을 외면하고싶어 눈을 감았던 것이다.

눈을 감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며 나를 합리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위선은 그들이 아니라 내가 행했고, 그들의 도와달라는 신호를 무시했으며,

그렇게 그들과의 세계를 단절해버렸다.

그렇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아냥 거릴 때 껌을 팔면서도 무지개를 노래하던 시각장애인 아저씨는

세상과 잘 지내길 꿈꾸느니 차라리 지네 발에 신발을 신기는 것이 낫겠다며

차가운 방에서 쓸쓸히 생을 포기한다.

 

아! 눈물이 힘이 셀지도 모르겠다.

사실 여전히 이글이 구구절절 감성을 자극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난 여전히 턱을 괴고 무표정한 얼굴로 이 책을 읽어내려가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삶이 지금도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게 된다.

내가 도울 일이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바로 그거다.

 

비록 이 책이 너무나도 계몽적으로, 직접적으로, 삶을 행동을 권장하고 권유하지만-

그 바탕에 진실이 있기에 울릴 수 있는 것이다.

눈물이란 울고 싶다고 나오지 않는다. 그 울림에 반응해야만 나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울림이 있는자, 가 외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눈물은 힘이 센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상을 쓰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읽어봤더니

처음 읽었을 때 처럼 책의 표현에서 불편한 감정의 과잉은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렇게 나는 이 책에 익숙해진 것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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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램지의 불놀이 - 슈퍼 쉐프 고든 램지의‘핫’한 도전과 성공
고든 램지 지음, 노진선 옮김 / 해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내면의 깊은 성찰과 태도가 괴팍한 언행의 그를 우리 시대 트랜드로 자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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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램지의 불놀이 - 슈퍼 쉐프 고든 램지의‘핫’한 도전과 성공
고든 램지 지음, 노진선 옮김 / 해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평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썩 달가워하지 않는 성품 턱에 자기계발서에 대해서는 부정적 생각을 했었다. 고든 램지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지만, 뭔가 도전과 성공이라니 열심히 해서 잘하라는 뻔한 소리겠지 라는 편견으로 첫 페이지를 넘겼다. 그런데 은근 재밌다. 이 책!

 

최고가 되려는 시도가 언제나 성공했을까? 바보 같은 소리. 대신 나는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잭 니콜슨을 생각한다. 그는 정신병원에 갇혀 있던 다른 동료 수감자에게 자신이 바닥에서 수도꼭지를 떼어나 그걸 창밖으로 던져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동료들은 내기를 건다. 그의 허풍이 사실일 리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땀을 뻘뻘 흘리고 끙끙대고 신음하는 잭 니콜슨을 보여주고, 결국 수도꼭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잭 니콜슨은 마침내 포기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고는 “적어도 난 노력은 했고, 그것만으로도 네놈들보다 나아”라고 말한다. - pp. 13-14. 본문 중에서

 

얼마 전 우연히 본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산적(?)에게 붙잡힌 덕만이 기우제를 지낸다며 3일간 절을 하다가 실패하자 우물을 파겠다며 나서는 장면이 나왔다. 황당해하는 천명공주에게 덕만공주는 이렇게 노력하다보면 지나가는 사람이 도와줄지, 정말 비가 내릴지 누가 알겠느냐며, 일단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온 힘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든 램지의 글을 읽으며 선덕여왕의 일화가 생각난 이유는 램지 역시 성공한 레스토랑 경영자가 되겠다는 꿈을 처음부터 꾼 것이 아니라, 다만 접시는 내가 가장 깨끗하게 닦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더 잘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배우고 미친 듯 노력하다 보니 어느 새 다른 레스토랑에서 스카우트를 받게 되고, 그것이 레스토랑 사업의 발판이 되었던 것이다.

 

한 순간도 성공에 운이 필요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마라. 스스로 운을 만들어가는 일도 결코 멈추지 마라. 운은 성공하겠다고 결심한 사람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 p. 296. 본문 중에서


이 책에서 필자 역시 성공하는 데 운은 필요하지만, 그 운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노력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그러나 필자의 피눈물나는 노력을 보고 있노라면, ‘아 정말 저렇게 하면 누구라도 성공하겠구나!’ 싶다가도, 그렇게 경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결국 경쟁의 강도가 더 세지게 될 것을 생각하면 ‘나는 그냥 내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서 저들이 덜 경쟁하게 해줘야지.’ 라는 자기합리화 성인군자 마인드가 발생한다. 그러나 목표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가 새로운 길을 찾거나 한 단계 성장하게 되는 마치 롤플레잉 게임 같은 그들의 성공담은 단순히 접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흥분시키는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매 레스토랑을 열면서 기존의 매뉴얼을 적용해 나가지 않고, 언제나 가장 제일 나은 방법을 고민하고 모색하여 실천해나갔던 것이다. 이쯤 되면 잘 짜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진정한 해답은 처음부터 제대로 하는 것이다. 파도가 잔잔한 바다에서는 구명보트가 필요 없다. - p. 93. 본문 중에서

 

특히나 이 책에서 감명받았던 부분은 레스토랑 사업보다도, 레스토랑 사업을 벌이면서 부딪히게 되는 다른 분야 사업에 대한 비판이었다. 건물을 짓는 사람들이 쓸데없이 미적 감각만 고집하면서 결국 레스토랑의 용도와 동떨어진 건물을 설계해온다거나, 레스토랑에 단순히 음식을 먹기 위해 오는 1인용 손님을 위한 1인용 테이블이 없다면 예의가 없는 것이라거나, 기자들이 좋은 기사를 써주겠다며 공짜 식사를 요구하자 분노해서 공휴일을 알려준 것 등 핵심을 파고들면서 사고의 전환을 주는 통찰이 곳곳에서 (유머러스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이런 일화를 보다 보면, ‘아! 이곳이 정말 사람을 위한 레스토랑이구나!’하는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뉴욕에서의 사업이 성공할까? 성공하고말고. 피라니아 같은 언론은 날 어떻게든 먹어치우려 하고. 노조는 탐욕스러우며, 전반적으로 우리가 훌륭하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는 여론이 존재할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서 미국에 왔기 때문이다. - p. 226. 본문 중에서

 

이 책이 단순히 성공 이야기만 나열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허영심에 들떠 무리한 투자를 진행했다가 큰 손실을 보기도 하고, 자동차 애호가로서의 기질을 버리지 못해 신차 구매에 낭비를 하기도 하며, 사람을 잘못 고용해서 전체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망쳐버리기도 한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는 세무조사를 받아 고생하기도 하고(탈세로 말미암아 힘든 것이 아니라, 서류를 제때 정리하지 않아 조사받기 번거로워져서) 회계장부를 정확히 써야 함을 깨달았다며 이를 갈기도 한다. 이처럼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고든 램지는 이렇게 말한다. “실패는 깨끗이, 그리고 재빨리 인정하라!”고.

 

왜 전에는 그 사실을 몰랐을까? 분명 허영심 때문이고, 내가 깨달은 바에 의하면 허영심에는 지랄맞게 돈이 많이 든다. 그래도 이제 그 해독제를 알았다. 차가운 현실 한 바가지와 극단적인 조치. 출혈과다로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 p. 55. 본문 중에서

 

그런데 고든 램지와 일하는 일은 정말 까다로운 일이 될 것 같다. 자선사업에도 자신만의 깐깐한 기준이 있고, 레스토랑 세면대에 수건을 놓아야 할지 비누를 놓는지 여부부터 화장실 벽걸이, 테이블 위 화분까지 세세하게 참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은 바로 해고해버리며 앞선 예약 시스템을 누구보다 먼저 창안하는 부지런함에, 실수에는 독설을 늘어놓는 상사라니! 정말 24시간 내내 사시나무 떨 듯 떨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가 그럼으로써 추구하는 것이 부정적 방향인 것도 아니고, 단순히 맛있는 요리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수익으로 이끌어내는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주며, 고든의 히스테리를 잘 견뎌내 환상의 팀워크를 보여준 인재는 적절히 선별하여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있게 해주니-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요식업계의 최고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볼만할 것 같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책 곳곳에서 표현된 그의 인재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등감 경주마를 찾아냈다면 매일 그 녀석의 털을 손질해 주어라. 그리고 목숨을 걸고 지켜라. - p. 58. 본문 중에서

 

인재를 뽑는 최고의 방법은 이미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잘 관찰하다가 더 나은 연봉을 제안해서 낚아채는 것이다. - p. 212. 본문 중에서

 

전문가들의 도움 없이 일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라. 불가능하다. 그저 그들을 잘 지켜보다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면, 절대 놓치지 말고 꽉 붙잡아라. - p. 277. 본문 중에서

 

성실한 사람은 여름날의 시끄러운 말벌처럼 눈에 띈다. - p. 295. 본문 중에서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주변 사람들이 다 이 사람을 알아본다. 알고 보니 케이블 TV에서 뭔가 요리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이란다. 입이 걸고, 성격이 괴팍한데 재밌다고. 그런데 그런 평판은 굳이 TV 프로그램을 보지 않더라도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성장기를 회상하면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간 역경과 성공담이 너무나도 익살스럽고 직설적으로 묘사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치 술자리에서 친구가 하는 일상 얘기를 깔깔거리면서 듣는 기분을 전해준다. 그리고 분명히 그 화술은 이 책의 매력이다.

 

서리 방지 장갑과 산소 탱크를 준비하기도 전에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봐야 좋을 게 없다. 밑에서부터 천천히 올라가는 게 낫다. 그게 훨씬 재미있기도 하고. - p. 289. 본문 중에서

 

그는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성공하기 위해 목적의식을 품고 좋은 인재와 제대로 된 시스템에서 일하되, 잘못된 일은 하지 말고 고객의 처지에서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이런 내면의 깊은 성찰과 태도가 괴팍한 언행에도 그를 우리 시대 트랜드로 자리하게 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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