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
금태현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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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창간 50주년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 금태현 작가의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약간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선입견이 하나하나 깨지는 경험은 꽤나 즐거웠습니다



제목만 봤을 때에는 가볍고 재미있는 라이트노벨인 줄 알았고, 특별공모당선작인 줄 알게 되었을 때는 작가가 젊은 줄 알았으며, 작가의 사진을 보고 나서는 오래전의 사건을 다룬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모두 틀렸어요. 이 책은 코피노에 대한 이야기인데, 주인공은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며 살아가는 젊은이입니다.



마치 독자들이 그런 오해를 할 줄 알았다는 듯, 작가는 신부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신부는 코피노를 보고 '하루에 몇 끼를 먹느냐'며, '성당에 오면 공짜로 밥도 주고 글도 가르쳐준다'고 하지만, 주인공은 십대에 참치맛을 알았습니다. 여자를 꼬시기도 하고, 소매치기를 하기도 하고, 뭐 다양한 일을 전전했긴 하지만요.



그리고 마지막 한 방. 저는 망고스퀘어가 가상의 공간인 줄 알았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JBL이 나오길래, 혹시나 해서 '망고스퀘어'를 검색했더니 실제로 세부에 있는 광장 이름이더라고요. 그 외에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사건들과 인물은 실제였습니다! 주인공이 좋아하는 미스 유니버스 메건영도, 세부에 위치한 바 JTV도,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의 내용도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디테일한 내용을 서술한 작가 금태현 씨는 이 소설을 울산의 태화강을 걷다가 훌쩍 떠난 일주일동안의 여행에서 탈고했다고 해요. 그 사이 가족들은 금태현씨가 태화강에 빠졌는 줄 알고 신고를 할 정도였는데 말이죠. 소설도 재밌지만 창작 뒷이야기도 재미있어서 책의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작가 인터뷰를 한 강영숙 씨도 금태현 씨와의 인터뷰 중에 몇 번이나 '과연 그럴 수 있을까'를 생각한 걸 보면 범상치 않은 분인 것 같긴 합니다. 아내와 아들과 노모가 있는 상황에서 10년간 소설만 썼고, 바로 출간할 수 있는 작품도 몇 편이 된다니 저 역시도 그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였거든요.




언젠가 작가가 된다는 생각으로 행동을 늘 조심하고 절제했다니, 그야말로 꿈을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주는 작가랄까요?



그런데 작가와 달리 주인공은 '남의 실패를 모아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그로 인해 돈을 버는 사람'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작권을 어겨서 경고 메일을 받기도 하고요. 하지만 크게 미래를 계획하는 성격은 아닌지라 바로바로 삭제하고 또 남의 영상과 사진을 훔쳐 새로 만듭니다. 클럽에서 여자를 꼬시기도 하고요. 그러다 주인공의 약점을 잡은 '박사장'으로 부터 '베런'을 찾으라는 임무를 받게 됩니다.




단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화자와 시간의 시점이 좀 들쑥날쑥해서, 흐름을 놓칠 때가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그걸 제외하고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주인공이 베런을 찾고 동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자꾸 저의 선입견에 대해 지적해주는 기분이에요. 분명 사회고발 소설이었는데, 추리 소설이 되는 듯 하다가, 로맨스로 흐르며 마무리될 것 같았던 소설은 마지막에 뒷통수를 치며 마무리 합니다. 어떻게 보면 반전같지만 또 어떻게 보면 정말 현실적인 마무리라는 생각입니다. 그 끝은! 소설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세요 ^^




그 때나 지금이나 세부섬은 달라진 게 없다. 파리, 모기 한마리까지 우리를 뜯어먹으려고 안달이다. - p. 59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자기중심적일 수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척하면서 결국을 자기 맥락을 찾다 소멸하는 대화도 있을 수 있다. - p. 64


특별한 인격이나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계기판은 운전자의 상심을 몰라준다 - p. 71


난 20년 뒤 일흔살쯤에 결혼할 생각이야.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있잖아. 살면서 아이를 낳는 게 아니라 죽으면서 아이를 낳는 추세로 변하고 있는 중이야. 바퀴벌레를 닮아가고 있는지도 몰라. - p. 96


또 내 이야기만 했군. 사람들을 만날 때 미리 생각해두곤 하지. 이번에는 제발 내 이야기는 삼켜두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자고. 10분쯤 말을 듣다보면 끼어들고 있더라구. 나중엔 다른 사람 입을 막을 정도로 내 이야기만 하고 있어. - p.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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