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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뜻한 집
벨마 월리스 지음, 이은선 옮김 / 홍익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장 따뜻한 집(원제 Two old women) / 벨마 월리스 지음 ; 이은선 옮김 ; 홍익출판사, 2000

저는 학교 도서관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의를 기울여 뒤적거리는 곳이 4층 사회과학자료실 390번대 서가입니다. 왜인고 하니, 그곳에 민속학 관련 서적이 집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엡 저 옛날이야기 좋아합니다... 민담 설화 문화사 아주 껌벅 죽습니다. 아아 졸업 때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390번대 서가를 배회하던 어느 날.
'세계민담전집' 이라든가 '~~~ 풍속사', '짚문화' 같은 서명이 득시글거리는 책꽂이에서, 눈에 띄는 제목을 발견하였던 것이에요.
[가장 따뜻한 집]
헤에? 무슨 책이지? 하고 뽑아서 펼쳐서 책 날개를 보았습니다.
'벨마 윌리스. 1960년, 알레스카에서 태어났다. (...) 알래스카 인디언의 전통에 따른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실제로 들은 이 실화는, 알래스카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화제를 (....)'

바로 대출 GoGoGo

죄송합니다... 새삼 말하기도 뭣하지만...
저는 극지방 너무 좋슴다.
북극 탐험 이야기 좋아하고, 알래스카 원주민 이야기 좋아하고, 시베리아 좋아하고. 추운 거 잘 견디지도 못하면서 이런 이야기가 엄청 좋아요. 네네네.(자타공인 늑대 펫치인 것은 이미 블로그 로고를 봐도...)

그래서 읽는 것도 아까워 들추지도 못하기 며칠.([로키산맥의 늑대]때도 이랬지....)
어제 비로소 다 읽었습니다. 이에이-! 만족스러운 독서였어요.
이야기는 알래스카의 툰드라 위에서,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다 못한 어느 부족이 무서운 결단을 내리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80세와 75세의 할머니인 치드지그약과 사라를 버리고 떠나기로 한 것입니다. 이런 무정한 풍습은 굳이 혹독한 알래스카에서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장이 있었고, 일본에서도 그러한 풍습이 [나라야마 부시코]라는 영화로 두 번이나 제작된 바 있지요.
이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버려진 두 할머니입니다. 두 할머니는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덫을 놓고 옷을 만듭니다. 황량하고 무서운 툰드라는 저렇게 나이든 할머니 둘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얼어붙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두 할머니에게는 자식과 손자가 마지막으로 남겨준 손도끼와 사슴가죽 주머니가 있습니다....

벨마 윌리스는 어머니로부터 들은 옛날 이야기를 이야기로 엮었다고 합니다. 분명 처음 전해내려온 이야기는, 그 무시무시한 툰드라에서 살아남은 두 할머니의 행적에 놀라움과 찬사를 보내는 내용이었으리라 짐작됩니다.
하지만 벨마 윌리스는 그것을 비참한 환경에 직면한 사람의 각박한 심정, 피붙이에게서 배신당했다는 치드지그약의 슬픔, 무엇이든 해보리라 생각하는 사라의 결의, 그런 감정들을 그려내는 데에 치중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앞에 직면한 시련이 너무나 끔찍해서, 우리는 분명 사람된 도리를 잊어버릴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165페이지의 이 얄팍한 책은, 사람이 그런 고난과 비극에 얼마나 훌륭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요.
상처는 싸맬 수 있습니다. 부서진 것은 고칠 수 있어요.
인간은 지상에 낙원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가장 따뜻한 집 정도는 세울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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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봄
이시다 미키노스케 지음, 이동철 외 옮김 / 이산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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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언니의 블로그(<-여기입니다. 크엉! 이글루에서는 다른 타입의 블로그로 트랙백이 안 먹혀요!;ㅁ;)에서 추천하는 글을 보고 읽게 된 책.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이에이-!
이 책의 가장 매혹적인 부분은, 그토록 번영을 구가하던 당나라의 수도 장안의 모습을 형용한 묘사이겠지요. 모란을 흔상하는 사람들, 귀공자가 금안장을 얹은 말을 몰아 호희胡姬가 포도주를 따르는 술집으로 들어가는 정경, 불야성을 이룬 정월의 도읍. 제가 역사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그 시대 사람들이 생활하는 생생한 모습인 만큼 기뻐하면서 읽었답니다.

중국사를 공부하면서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지 저마다 특색이 있고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만, 진냥이 굳이 가장 좋아하는 나라와 시대를 꼽으라면 역시 당나라입니다. 무엇보다도 당 태종과 위징이 정말 좋습니다!
위징이 후대에 이름을 남기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그의 직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징은 태종의 조정에 몸담으면서 수백 차례에 이르는 엄중한 간언을 올렸지요. 그러나 대개 비위가 상하면 충신을 죽이기 일쑤인 중국 황제 중에서, 태종만큼 간언을 잘 받아준 황제도 드뭅니다. 그렇다고 yes맨이었던 것도 아니지요. 당 태종이 다스렸던 정관 연간이 중국 역사에서도 보기 드물만큼 안정된 치세였던 것은, 간언을 잘 하는 신하와 그 간언을 잘 조율할 수 있었던 황제의 합주곡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여름 중국 답사 때, 저는 명 태조 주원장의 무덤인 명 효릉에서 '치륭당송治隆唐宋'이라는 문구를 보았습니다. 청의 강희제가 쓴 것으로 주원장의 업적이 당 태종과 송 태조를 능가한다는 의미라던가요. 물론 명 태조의 업적도 휘황한 것이고, 강희제 또한 옹정 건륭에 이르기까지 청나라의 전성기를 이룩한 인물이지요.
하지만 명 태조도 옹정제도 문자의 옥이라고 하는 언론탄압을 일으켰다고 하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꽃이 만개한 도시, 장안. 곱슬머리에 코가 크고 눈이 푸른 호인이 왕래하고, 조로아스터 교와 마니 교의 사원이 세워진 도시. 귀공자는 술잔에 서역의 술을 기울이고, 귀부인은 호인의 풍습대로 옷을 입고 몸을 치장하는 곳.

싫은 소리,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굉장한 것일지도 모른다! 라는 겁니다요. 예엡.
아무튼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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