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기보코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동양편 525
아사이 료이 지음, 이용미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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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일본문학 모노가타리류 부분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던 책 중 한 권입니다. 모노가타리류를 좋아해서 여기 있는 것은 다 읽고자 마음먹었지요.

그 중에서도 이 [오토기보코]는 중국의 [전등신화]에 영향을 받아 쓰여진 기담집의 일종입니다. 우리나라의 [금오신화], 베트남의 [전기만록]과 형제뻘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이런 류의 기담은 [태평광기]니 [요재지이]니 해서 허구헌날 나오는 것이라 다 아는 이야기 같은 기분도 들지만, 일본 고유의 분위기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우게쓰 이야기]보다는 덜한 편이지만... 특히 이 책은 일본 전국 시대의 실존 인물들의 이름이 나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일화는 귀신을 믿지 않는다고 떠들다가 귀신들에게 붙잡혀 귀신과 같은 모습으로 개조(?)당하는 남자 이야기. 그리고 불법을 비난하다가 지옥에 끌려갔다 와서 깨달음을 얻고 출가한 남자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예전에 [태평광기]를 읽었을 때, 그 방대한 내용에 질려하다가 색인을 보고 제가 좋아하는 인물이 나온 일화를 찾아본 기억이 나네요. 특히 당태종의 명재상 위징을 찾았을 때, 일화도 하나뿐인데다가 '유교적 사고방식으로 귀신을 믿지 않던 위징이 귀신을 만나게 된 이야기'라서 꽤 갈굼을 당하는 분위기라 놀랐었죠. 반면 최대분량을 먹고 있는 사람은 당현종. 한 사람은 당의 기반을 잡았다고 칭송을 받고, 다른 한 사람은 당의 성세에 종지부를 찍다시피 했다고 여겨지는데, 막상 [태평광기]와 같은 이야기를 즐긴 사람들에게는 평가가 전혀 달랐던 것일까요?

괴력난신을 말하지 말라- 공자는 그렇게 말했지만, 동아시아의 여러 지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괴력난신과 뛰노는 사람들에게 매혹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기뻐했습니다. 그토록 많은 기담집을 보면 그 사실을 알 수 있지요.

아니면 정말로- 괴력난신이 실재하여 자기네 이야기를 남기는 것을 기꺼워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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