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신화와 전설
무경 지음, 박희병 옮김 / 돌베개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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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신화와 전설 / 무경 지음 ; 박희병 옮김 ; 돌베개 2000

베트남의 기이한 옛이야기 / 완서 지음 ; 박희병 옮김 ; 돌베개 2000


일본문학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그 끄트머리 부근에 저를 낚는 제목이 보여서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저렇게 민속학인가 싶은 제목이지만 본래 제목은 [영남척괴열전](베트남의 신화와 전설)과 [전기만록](베트남의 기이한 옛이야기). 15세기, 16세기 무렵 베트남의 문인들이 저술한 책입니다. [영남척괴열전]은 베트남의 신화에 대한 것을 주로 다루었고, [전기만록]의 경우 중국의 [전등신화]에 영향을 받아 쓰여진 기담집입니다. [전등신화]에 영향을 받은 것은 우리나라의 [금오신화]도 있지요. 이 세 작품을 나란히 두어두고 주르륵 읽어보면 세 나라의 문화적 차이가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에 재미있어요.

베트남이라고 하면 지리적으로도 거리가 있고 풍습도 완전히 다른 나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어찌된 일인지 한국과 닮은 점이 대단히 많습니다. 중국의 영향력 아래서 오랫동안 저항을 하거나 복종하기도 했던 점이나, 외세에 식민지가 되었던 일, 그리고 냉전 시대에 이념에 의해 남북으로 갈라져서 전쟁을 했던 것도 있군요. 이 무렵 한국에서는 베트남에 파병함으로서 현대사에 무시 못할 관계를 가지게 되었지요=ㅅ=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경제적 문제라든가, 국제 결혼이라든가, 기타 등등 이러쿵 저러쿵.

그런 터라선지 이 책들을 읽으면서 아하! 하고 공감하는 일이나 오오.. 하고 감탄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특히 [영남척괴열전]에 따르면 베트남의 전설적인 시조는 염제의 후손인 신용군. 일부=ㅅ=에서 한국의 선조라고 추앙하고 있는 치우가 염제의 후예라는 설도 있는 걸로 볼 때, 이런 논리라면 베트남과 한국은 형제 나라였다는 결론이 나오는군요..

...뭐, 결과적으로는 파병의 역사만 남아있을 뿐입니다만....(치우설 싫어하는 파)

그밖에도 베트남의 문신 풍습이 신용군의 모습을 몸에 그려 물 속의 권속들이 해치지 못하도록 하는 의미였다던가, 혼례예물로 쓰이는 빈랑의 유래.... 또 중국의 지배에 저항하는 전 지배층 일가가 도적떼가 된 것을 두고, '닭의 머리보다 소의 꼬리가 낫다'라고 긍정적으로 평한 이야기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저 또한 한국에서 베트남과 관계될 일이 뭐가 있나 싶었습니다만, 이렇게 책을 읽노라면 닮은 점이 많고, 얼마나 많은 것들이 이어져 있었던가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나라조차도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꾸려갈 수는 없는 일이지요. 자신의 나라 자신의 문화 자신의 입장만 강요하는 것은 자폭의 지름길=ㅁ=/ 현실적으로 전혀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옛날 이야기책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마음속 어디선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깊이 하는 거라면 제법 읽을 만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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