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위의 세 남자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24
제롬 K. 제롬 지음, 김이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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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이름은 [보트 위의 세 남자,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월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고]로 알게 된 책입니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빅토리아 시대로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유쾌한 SF작품으로, 이 [보트 위의 세 남자]를 오마쥬했지요. 실제로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보트 위의 세 남자]의 형식과 개그를 많이 답습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마이너 버전이랄까요.

[보트 위의 세 남자]는 빅토리아 시대에 출간된 코믹 소설입니다. 주인공 J.(저자 본인이겠죠)와 술 좋아하는 해리스, 둔탱이 조지, 그리고 장난이 지나친 폭스테리어 몽모렌시가 템즈 강을 따라 보트 여행을 하는 이야기지요. 그러나 단지 여행을 보여주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으르고 얼빠진 세 남자가 보트 여행을 하면서 겪는 갖은 고난과 시련을 풍부하게 망라하고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라고 하면 만화 [엠마] 같은 작품의 배경으로, 실로 로맨틱한 시대로 여겨지고 있지요. 그러나 정작 빅토리아 시대 한가운데를 사는 J.와 해리스와 조지와 몽모렌시의 여행에는 로맨틱의 파편조차 섞여 있지 않습니다. 또 J.가 들었거나 회상하는 형식으로 빅토리아 시대의 고즈넉한 묘지라든가 보트 놀이, 산책, 낚시, 사진, 수영 같은 흥미로운 소재에 대해 주워섬기고 있는데- J.가 아는 이런 일들에는 로맨스가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는 것이에요. 불운이라든가 사람들의 멍청함이라든가 시궁창같은 현실이 섞여서 모든 것이 우스꽝스러워집니다. 솔직히 이 작품, 가능하다면 [엠마]의 작가 모리 카오루 씨에게 꼭 읽혀주고 싶더군요(...) 벌써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빅토리아 시대는 반드시 로맨틱하고 청교도적이고 우아한 시대가 아니라, 이런 바보같은 개그를 즐기는 면도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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