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세기 - 소나무 학술 총서 22, 신라인의 신라 이야기
김대문 지음, 이종욱 옮기고 해설 / 소나무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화랑세기]는 8세기 김대문이 저술한 화랑의 전기입니다. [삼국유사]에 제목이 언급되어 있을 뿐 실전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가 1989년, 거의 1300년의 세월만에 필사본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지요. 아직까지도 학계에서는 [화랑세기]의 진위 여부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헌데 학문으로서의 역사에는 한 일억 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제가 어째서 [화랑세기]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느냐... 아무 생각 없이 집어든 [화랑]이라는 책이, 이 [화랑세기]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이종욱 교수의 저서였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라는 것이 제대로 안드로메다

지금 상식으로 보면 아주 별천지인 신라 사회를 비추고 있었던 겁니다. 이거 진짠가?! 진짜라면 화랑세기 내용은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야!? 하고 뿜으면서 원문을 찾게 되었던 것입니다.

대체 어떤 점이 안드로메다한가.

우선 현대 시민 사회 도덕도, 유교 사회 도덕도 확립되어 있지 않은 시대상. 결혼에 근친이 금기가 아닙니다=ㅁ= 더해서 조카에 처제 계모에..... 게다가 혼외관계도 아주 노 프러블럼인 분위기.

이런 시대상의 대표격인 인물이 미실. 미모와 재기로 당대 남자들을 후리며 다니는데, 왕의 서자인 세종이라는 인물과 결혼했으면서도 사다함에 설원랑에.... 게다가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 3대에 색공을 바칩니다. 오히려 남편인 세종이 다른 여자에게 눈을 안 돌리고 정절을 지켰다고 할 정도. 결국 왕의 총애를 받아 남모와 준정의 불화로 폐지된 원화 제도를 부활시켜, 자신이 그 자리에 앉지요.

...게다가 여자만 안드로메다한 게 아닙니다.

화랑의 우두머리인 풍월주 중에 보종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얼굴도 새하얗고 하여간 이쁜데다... 묘하게 여자에게는 흥미가 없어서 어머니인 미실이 왕실 여자들을 불러놓고 보종을 꼬시면 상을 주겠다=ㅁ=/라고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는 염장이라는 화랑과 형아우 할정도로 극진했는데, 하희라는 여인이 보종에게 반해서 달라붙으니까 '염장은 나와 한 몸이나 다름없으니 그와 사랑하면 나도 사랑하겠다'라는 식으로 대꾸.

.....하희는 그 말에 납득을 한 모양으로..... 염장과 이하하략...

.......이거 3p입니까? 3p인 건가요?!

보종과 염장은 노골적으로 ㅎㅁ관계이고 말이지...

....아아 화랑세기 포스팅을 했더니 전연령 건전 블로그가 멀어져간다....

이렇게 읽노라면 정신이 대략 아득해져가는 [화랑세기]입니다만, 단지 정신이 아득해져간다는 이유만으로 위작으로 몰기는 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대인은 상상도 못할 문화에, 풍월주나 대원신통, 진골신통, 국선, 선모, 화주 등의 다양한 세계관. 여기에 [삼국사기] [삼국유사]에 나타난 실제 역사와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점까지. 이걸 다 감안해서 위작하려면 대체 어느 정도의 공이 필요한 겁니까=ㅁ=

[화랑세기]의 위작설 중에는 소설이라는 설도 있는데 이게 소설이라면 진짜로 대단한 겁니다. 전문을 한문으로 쓰고, 향가까지 짓고, 모든 사료까지 참고하고, 세계관 창작까지. 이건 뭐 톨킨(?)도 아니고...

[화랑세기]를 필사한(위작한?) 인물로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창화라는 분이라고 합니다. 이분이 일제시대 때 일본에 건너가 궁내성에 근무할 때 필사한(위작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만약 위작이라고 한다면 왜 한 걸까요? 그리고 왜 생전에 공개해서 낚시=ㅅ=하지 않은 걸까요? 오히려 위작이기 때문에 장대하고 철저한 작업이었을 텐데, 그 결과를 보지 않고 묻어두었다는 것은... 도무지 제대로 된 낚시꾼의 자세로는 보이지 않네요=ㅁ=/

뭐, 학문과는 상관없는 처지의 저로선 어느 쪽이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료라고 해도 그럴싸한 데가 있고, 소설으로 쳐도 드라마틱하고 재미있어서.

....관계자들은 오늘도 거품 물고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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