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당하게 살겠다
김건우 엮음 / 문자향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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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비범한 여인들의 일화를 채록한 책입니다. 어디서 굴러먹었던 것인지도 모르는 스캔들 중심의 야사가 아니라, 제대로 원전도 있고 원문도 있습니다.

조선시대라고 하면 여성 권리가 땅을 치던 시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그럭저럭 두께가 있는 이 책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면 그야말로 후덜덜..... 아니 정말 굉장합니다. '예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우선 가장 처음에 나오는 일화에는 '검녀'라고 해서 이름난 양반가의 딸과 여종이 집안이 파멸하게 되자 초절한 검술을 연마하여 원수를 죽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건 뭐 무협지도 아니고

그밖에도 여성의 몸으로 성리학을 논의한 여성, 남편을 매질한 여성, 거짓으로 뒤집어쓰게 된 수치를 씻기 위해 칼부림을 한 여성 등, 엄청난 처자들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것.

16세 꽃다운 나이에 내시에게 시집가게 된 여자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문제를 깨닫게 된 그녀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내시 집의 패물을 훔쳐다가 새로운 인생을 찾으러 떠납니다(....) 그러나 한 번 머리채까지 올린 몸으로서 정상적인 혼인은 맺을 수 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 그녀는, 자신처럼 떳떳치 못한 데가 있는 남자를 찾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렇게 길을 가던 중에 여자는 주막에서 잘생긴 스님을 만났습니다. 여자는 이거다 싶어(...) 스님과 억지로 동행하였다가 길가 숲에서 덮칩니다(.............).

파계를 하게 되어 혼비백산한 스님을 여자는 잘 설득하여 혼인을 강행하기로 하고(....), 스님의 어머니를 만나러 갑니다. 스님의 어머니는 지금까지 절에 기대어 살던 터라 눈을 까뒤집고 반대합니다만, 여자가 꺼내놓은 패물을 보고 반색합니다. 여자는 새 신랑에게 스님의 가사를 팔아치우고 평범한 옷을 입혔더니 그야말로 미소년이라 대만족. 그러던 중에 스승이었던 산의 거사가 찾아와 난리를 피우지만, 여자는 양싸대기를 먹여 쫓아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내시의 패물을 팔아 밭도 사고 재산도 불려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

......대단합니다. 강합니다. /무릎입니다.

요즘 여자들이 강세라고는 하지만 요즘 세상에 이런 여자 없어요... 진짜 없다구....=ㅁ=/

이런 사례가 백에 하나, 천에 하나... 아니 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 딱 한 사람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건 인정하지만, 아무튼 조선시대 여성에 대한 통념이 아찔하게 흔들리는 순간이었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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