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세계사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모토무라 료지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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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경마를 풍미한 명마가 미소녀(??!!)로 나와 활약한다는 정체 모를 모바일 게임이 화제인 가운데....

저는 말 자체에 관심 많습니다. 은퇴한 말 중에도 무척 귀엽고 사람을 잘 따르는 말이 많아요. 메이쇼 도토쨩 귀여워요 도토쨩

하여 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는 가운데 SNS의 추천을 받아 초이스했습니다. 동명의 책이 두 권 있지만 일본 경마로부터 비등해진 관심이니만큼 일본 문화에 정평한 출판사의 일본인 저자 책부터 읽기로 했습니다.

....일단 저자가 훌륭한 말덕후임은 알겠어요!

말이 없었다면 21세기는 여전히 고대 사회에 머물렀을 것이다.

...라니......

심지어 서문에서는 이탈리아의 도르멜로라는 마을을 방문한 이야기를 신나게 늘어놓고 있습니다. 거기 어디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저도 동지니깐..... 하지만 저자 가로되 이 마을에서 태어난 명마 네아르코야말로 일본의 기라성 같은 명마의 조상인 노던 댄서와 선데이 사일런스의 선조라나요. '왜 일본인이 이런 데에?'같은 수상쩍은 시선을 보내는 목부들에게 "데시오, 네아르코!"라고 외치면 당연히 알아들이라 여기는 저자의 마인드가 유쾌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제1장은 말이 왜 인간에게 길들여질 수 있었을지를 분석하고, 제2장부터 역사 속에서 말의 활약을 짚어나갑니다.

저자의 입담은 여전히 유쾌합니다. 전차의 등장으로 전차 '무인'이라는 에토스가 등장했음을 논하면서 기원전 1,000년 경에 막스 베버가 살았다면 [전차 무인의 규범과 대국주의 정신]을 썼을 거라나요. 아니, 안써요!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았습니다. 춘추전국시대의 회맹에서 패자국이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밭의 두렁조차 같은 방향으로 일구길 요구함은 전차의 진군 방향을 고려해서라든가. 고대 지중해 세계의 근대성을 엿볼 수 있는 까닭이 말을 배려하며 다루는 법이 기술되어 있는 크세노폰의 [마술론]에 둔다든가, 당연한 듯이 말 지상주의지만요. 포세이돈은 본래 말의 신으로 내륙에서 살던 헬레네스들이 해안 지대로 이주한 후 수면을 질주하는 배를 말과 연관시켜 바다의 신이 되었다는 해석도 흥미롭습니다. 어릴 적 그로신에 빠져 있을 때 파도의 포말이 말로 형상화된 마차를 타는 포세이돈 일러스트가 떠오르네요.... 이슬람 문화권에서 말을 아끼는 까닭은 무함마드가 말을 두고 갖은 찬사를 퍼부어서라는데, [꾸란] 읽어봤지만 기억에 없습니다. 뭐, 당시의 저는 말덕후도 뭣도 아니었으니 기억에 남지 않을 만도 합니다만.....


이 세상의 행복, 풍요, 보수는 말의 앞갈퀴에 붙어 있다.

종교의 승리를 위해 말에게 먹이를 주는 자는 신에게 큰 은혜를 베푸는 것이다.

성전을 위해 정성껏 키운 말은 심판의 날 화재로부터 주인을 구할 것이다.

말에게 쓴 돈은 신의 눈으로 보면 기부와 같은 것이다.

말에게 준 보리 한 알까지도 선행 장부에 기록된다.


이 세상의 행복, 풍요, 보수는 말의 앞갈퀴에 붙어 있다.

종교의 승리를 위해 말에게 먹이를 주는 자는 신에게 큰 은혜를 베푸는 것이다.

성전을 위해 정성껏 키운 말은 심판의 날 화재로부터 주인을 구할 것이다.

말에게 쓴 돈은 신의 눈으로 보면 기부와 같은 것이다.

말에게 준 보리 한 알까지도 선행 장부에 기록된다.모든 것은 몽골 제국으로 흘러들고 몽골 제국으로부터 흘러나갔다.

고대사에 있어 로마 제국에 관한 격언을 패러디한 듯한 문구도 좋았습니다. 중국의 남선북마, 일본의 동마서선이라는 사자성어도 재미있네요. 저자 가로되 일본의 말 문화는 고구려계 이주민에게서 비롯되었을 거라는데요, 일본에도 기마민족설이 있다 봅니다. 왜 다들 기마민족에 하악대는지? 저자도 까더만....

저자는 에필로그부터 문고판 출간 후기까지 꾸준히 말 덕질을 합니다. 대학원생 시절 학회 준비를 도와달라는 교수의 부탁을 더비 경기가 있다고 거절했다거나(....), 이 책으로 JRA 마사문화상을 받았다거나, 문고판을 '오르페브르 개선문상 재패 기념 출간!'으로 하고 싶었다거나....

.....사실 경마는 어찌할 수 없이 도박인데(아닌 경우도 있지만) 패가망신하지 않고 잘 지내는지 모르겠군요 이 저자....

말은 오랜 역사 속에서 고역도 마다않으며 우리에게 크나큰 은혜를 베풀었다. 과연 우리는 이 기품있고 아름다운 동물에게 진 역사의 부채를 갚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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