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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대안 말입니까? 그러니까 제 말은... 기생충을 다시 부활시키자는 거지요.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양만춘은 주머니에서 조그만 병 하나를 꺼냈다.
 "이건 회충알입니다. 이 병 안에 적어도 1천만 개 가량의 회충알이 들어 있지요. 물론 마음만 먹으면 더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걸 각자 구역을 나누어서 삼겹살집에 공급되는 상추에다 뿌리는 겁니다. 두 날, 적어도 두 달이면 전국에 난리가 날 테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우리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빌 겁니다."
 신라대 김유신이 손을 들었다.
 "우리가 헀다는 게 탄로 나면 어떡하죠?"
 계백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갑자기 회충이 급증하면 그 원인을 조사할 테고, 그러면 우리의 오늘 모임에 관해서 조사를 할 수도 있을 텐데..."
 "두 분은 언제나 그렇게 걱정이 많으시군요."
 양만춘이 코웃을을 쳤다.
 "우리 나라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봄, 가을로 구충제를 먹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것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회충의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핟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회충 환자가 발생하면 '내가 무언가 잘못해서 회충에 걸렸구나'라고 생각하지, 누가 일부러 회충을 풀었다고 생각하겠습니까?" 더구나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회충이 박멸되지 않았습니다. 자, 이렇게 말을 합시다. 근근히 명맥을 이어 가던 회충이 올 겨울의 이상 고온 때문에 급증한 것 같다고."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말 되네, 기발한 생각이야."
 "양 교수님, 그런데 그 회충알은 어디서 난 겁니까? 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양만춘은 껄껄 웃었다.
 "이건 제가 만든 겁니다."
 "네? 뭐라고요?"
 "석 달 전, 저희 병원에서 수술을 받던 환자로부터 회충 세 마리가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그 중 두 마리가 암컷이었죠. 그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이용해 불 수 없을까. 그러다 결심했지요. '내가 먹자!' 혹시 앞으로 유용하게 쓸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래서..."
 양 교수는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닦았다.
 "회충의 자궁에서 알을 꺼낸 뒤, 인큐베이터 속에서 부화시켰지요. 3주쯤 지나고 난 뒤 그 알들을 모아 빵에다 얹었습니다. 그리고는 두 눈 딱 감고 그 빵을 먹었습니다. 정확히 7주가 지나자 제 대변에서 회충알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전 대변을 볼 때마다 변에서 회충알을 분리해 병에다 모았습니다. 회충알의 수로 보건데, 제 몸에는 적어도 스무 마리 이상의 회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회충의 수명을 1년으로 잡는다면, 앞으로 8개월 동안은 얼마든지 회충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조금은 겸연쩍게 회충알의 입수 과정을 설명한 그를 향해, 누군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박수 소리는 점점 커 갔고, 얼마 후에는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쳐댔다. 박수 소리가 뜸해질 무렵,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 교수, 수고 많았어요. 우리 나라에 양 교수 같은 분만 있다면 이 나라가 이렇진 않을 겁니다. 양 교수가 우리 학회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전 양 교수가 비범한 인물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지요. 자, 그럼 그 회충알 살포... 멋있게 '회충 프로젝트'라고 하죠. 그 회충 프로젝트에 혹시 반대하시는 분은 안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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