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터 하우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어느 가족 이야기
빅토리아 벨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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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 하우스>의 저자 빅토리아 벨림은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10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지금은 벨기에 브뤼셀에 거주하고 있다. 저자에게 우크라이나는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곳, 외가 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 반도 침공을 계기로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러시아 아버지와 우크라이나 어머니를 둔 저자는 어릴 적 우크라이나에서 자라며 보았던 풍경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와 현실이 뒤섞이는 혼란을 겪게 된다. 더 이상 남의 일처럼 멀리서 바라볼 수만 없다는 강한 이끌림에 의해 우크라이나로 향한다.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외할머니댁을 찾아가 그곳에서 외증조부의 오래된 일기장에 적힌 '니코딤'이란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니코딤은 외증조부의 형으로 1937년 경찰들에게 불려 가 실종된 인물로 오랜 시간 동안 가족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빅토리아 벨림은 니코딤이 왜 경찰에 잡혀갔으며 어떻게 실종이 됐는지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남아 있는 기록은 부족하고 과거의 일을 들춰내지 말라는 외할머니의 냉담한 태도에 부딪쳐 진실을 찾지 못한 채 수수께끼 같은 궁금증만 남기고 만다. 저자는 과연 니코딤의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루스터 하우스>는 역사를 기반으로 둔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드는 에세이이다. 읽는 동안 소설이라고 생각할 만큼 이야기의 전개가 좋았고 등장인물들이 가진 서사와 감정 묘사가 와닿아서 더욱 잘 읽혔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볼 수 있는 엄혹한 시대의 풍경이 낯설지 않다는 점은 슬프게 다가왔다. 무엇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부분이었다. 



우크라이나 국기에 대한 설명을 본 적이 있다. 시리도록 높고 푸른 하늘을 뜻하는 파란색, 그리고 광대하고 비옥한 토지에서 곡물이 자라는 풍족한 땅을 의미하는 노란색이라고 했다. 파란 하늘 아래 풍족한 땅이 우크라이나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또다시 우크라이나 침공했고 전쟁이 시작됐다. 비옥한 우크라이나의 대지에서 다시금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뉴스를 통해 접하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이 전쟁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나라에서도 전쟁이 일어났다. 나에게 전쟁은 역사 속 일이었다. 아주 예전에, 더 나아가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설화 같은 이야기. 그렇게 막연했던 전쟁이 현실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그 사이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내가 아는 것은 더 이상 무고한 죽음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뿐이다. 우리는 거대한 세력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에겐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쟁이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본다.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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