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식사전 - 2014 최신개정판, 경제신문이 스포츠신문보다 더 재미있어지는 ㅣ 길벗 상식 사전 1
김민구 지음 / 길벗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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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재미삼아 주식을 시작한 지 두어 해 된다. 주식이 뭔지도 모르면서 덜컥 주식 계좌를 개설하고 나서는 그 날 밤 잠을 못 잤던 것 같다.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지도 물론 고민이었지만, "야..이거 잘 하면 며칠만에도(?!) 부자가 될 수 있겠는 걸..." 하는 엉뚱한 걱정 때문에도..내가 가진 원금이 이만큼이니깐, XX회사 주식을 사서 얼마가 되면 팔아서 돈을 챙기면....? 이렇게 좋은 불로소득이 있다는 걸 왜 난 몰랐던 걸까 하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 주식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하지만 난 여전히 주식에 대해 모르는 게 훨씬 더 많다.) 주식이 내가 생각했던만큼의 엄청난 불로 소득을 안겨 주지도 않을 뿐더러, 주식으로 돈을 벌려면 적잖은 공부를 해야하고 수업료(?)로도 얼마간의 돈을 지불해야함을 알게 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수업료를 내 본 적이 없고, 그래서인지 내가 공상했던 것 같은 엄청난 수익을 거두지도 못하고 그저 은행이자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수익을 얻고 있을 따름이다. 큰 돈을 투자한 게 아니어서인지 혹은 수업료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주식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고 절박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예전보다 경제뉴스에 조금 더 관심이 가는 건 사실이지만, 낯선 경제 용어 때문에 못 알아듣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고 그러다 보니, 궁금하긴 하지만 덜 챙겨보는 뉴스가 경제관련 뉴스였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거라고나 할까..

 

   그러던 차에 잘 됐다. 이 책을 만나게 됐으니 말이다. 별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이해하기에도 쉬운 경제 입문서로는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나 같이 경제초보자들에겐 말이다. 그간 궁금했던 코스닥이니 나스닥이니 하는 용어들에 대한 설명은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경제관련 현상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어 꼭 경제 뿐만 아니라 시사적인 이야기도 여럿 소개되어 있어 유익했고,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 몇 개를 예를 들어보면 이러하다.

 

   2007년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개최되었다는  다보스포럼에서 나온 몇 가지 신조어 중 인포데믹스라는 말. infodemics 우리나라 말로는 정보전염병 정도로 번역이 된다는 그 말은 정보와 유행병이라는 두 낱말의 합성어로 "정보확산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일컫는 말이란다. 하긴 그렇다. 예전엔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이 발달된 후 사실 여부를 떠나 별 해괴한 소문들이 인터넷 구석구석을 잠식하고 있는 걸 보노라면.. 지난 달엔가는 나이 지긋한 유명 가수가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루머에 대한 "해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까지 봐야했었다. 재벌가의 누구와 연예인 누구의 괴소문은 마치 상식처럼 얘기되기도 했었던 것 같다. 정보 과다의 문제인 듯 보인다.  책을 읽으며 그런 상황을 지칭하는 적절한 용어가 있음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비쌀수록 잘 팔리는 현상을 말할 땐 베블런 효과. 미국의 사회학자 베블런의 저서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자각 없이 이뤄진다."고 말한데서 유래한 말이란다. 그렇구나. 예전에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제품에다 실수로 동그라미 하나를 더 붙여놓았더니 물건이 더 잘 팔리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 듯도 하다. 글쓴이가 붙인 첫째 마당의 제목처럼 "아는 척 하기 딱 좋은 경제 상식들"이 실려있어서, 각종 경제현상과 관련된 용어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둘째마당 [재태크에 도움되는 금융상식들]에서도 얻을 것들이 많았다. 나처럼 어설픈 주식 투자자는 주식이 폭락할 때도 뉴스를 들으면서 "사이드카"가 발동이 됐다느니 하는 말을 들으면서 "저게 무슨 말일까..?"했을 뿐, 그저 어려운 용어겠거니 하고 넘어가 버리곤 했었다. 그리고 "감자"니 "증자"니 하는 말도 내가 보유한 주식이 한 번도 그런 걸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그냥 그렇게 넘어가 버렸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기에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앞으로 그런 말들을 들으면 무슨 말인지 정도는 간단하게나마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경제와 관련한 많은 용어들이 실려있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과서와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훌륭한 참고서 역할을 할 것으로 자부합니다."라는 글쓴이의 말마따나 어렵지 않게 설명된 점도 이 책의 장점인 것 같다. 아직도 모르는 게 많고, 이 책에 모든 경제관련 용어가 실려있는 것도 아니지만, 경제용어가 사람이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외계어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경제뉴스를 듣다가 모르는 용어가 한번씩 튀어나올 때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쉬운 사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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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대의 과학수사 X파일
이종호 지음 / 글로연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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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앞날개에 실린 글쓴이의 이력이 약간 의아했다. 공학박사 학위와 "조선"이라는 낱말 사이에서 어떤 연결고리를 발견하기 어려웠기에. 책 제목에서 "과학"이라는 용어는 무시하고 "조선"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이 책의 성격은 지극히도 '인문학적일 것이다'고 단정지어버린 내 사고의 한계 때문에 든 의아함인 듯도 하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각종 사건과 그 처리과정에서의 과학적 수사기법 뿐만 아니라, 법전과 형벌 제도에까지 조선의 사회 단면을 포괄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글쓴이는 영화 [혈의 누]나 [다모], [대장금]과 최근에 방영된 [별순검]이란 사극을 재미있게 본 모양이다. 텔레비전과는 별로 친하지 않은터라 영화 [혈의 누]를 빼고 위에서 나열한 세 편의 드라마는 한 편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책에서 소개되는 [별순검]과 [대장금]과 관련한 이야기는 공감가지 않는 부분이 몇 군데 있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기도 하다.

    제1장 [추리 수사의 탄생]에서는 추리를 통한 과학수사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단, 유럽에서 말이다.) 아서 코난 도일(1859~1930)과 그의 유명한 추리소설 셜록홈즈 시리즈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코난 도일에 의해 과학적인 수사 기법이 등장했다고 말할 수 있는데 비해 조선에서는 매우 이른 시기에 과학 수사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글의 요지인 듯 하다. "제 아무리 셜록 홈즈라 해도 조선의 수사진 앞에서는 탁월한 수사 실력을 자랑할 수 없었을 것이다."(p25)라고 글쓴이가 극찬하고 있는 조선의 과학 수사대를 만나러 가는 마음이 뿌듯함과 기대감이 넘쳐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제2장 [별순검과 다모]에서는 기존의 사극과는 형식이 다른 사극이었음에도 매니아층을 형성할만큼 성공했던 드라마 [다모]와 [별순검], [대장금]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역사 속 실제의 (별)순검과 다모 의녀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특히 의녀 대장금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의녀의 역할과 의녀가 되는 과정,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의녀의 성격과 그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에 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 나로선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들도 많았다.

  제3장 [법전 외우는 왕]에서는 이영규와 노복 김도홍의 사건 처리를 둘러싼 정조와 신하들의 문답에서 보이다시피 법에 밝았던 왕과 관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4장 [조선의 과학수사 교과서]에서는 [무원록]과 [신주무원록], [중수무원록언해]등을 통한 검험법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특히 흥미롭게 보았던 장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제5장 [조선시대 사건 일지]부분이다. 예전에 "귀신처럼" 범인을 찾아내는 셜록 홈즈에 매료되어 셜록홈즈가 등장하는 소설을 비롯해,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등을 탐독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또 한동안은 어린이 프로그램이었음에도 명탐정 코난이라는 일본 만화를 케이블 tv에서 즐겨 보았던 기억도 나고.. 제5장 [조선시대 사건 일지]를 읽는 기분이 딱 그러했다. 현대의 법의학적 측면에서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만한 과학적인 수사 기법을 도입해 사건을 풀어낸 이야기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 속에서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아울러 살펴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살인은 그 때나 지금이나 분명 용서받지 못할 범죄이건만 자신의 부모님을 욕되게 한 경우 혹은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경우, 그에 대한 복수로써 상대방을 죽인 경우에 대해서는 관대한 처벌을 했었다는 여러 사건들을 보면서,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나 윤리 혹은 법까지 많이 변화함을 알 수 있었다. 5장에서 가장 놀랍게 읽었던 이야기는 인체의 자연연소 현상에 관한 것. 글쓴이는 정약용의 흠흠신서에 기록된 두 남녀의 자연연소 사건 뿐만 아니라 서양에서 있었던 인체의 자연연소 현상에 대해서도 사진과 함께 여러 예를 들고 있는데, 나는 처음 접한 사실이라 무척 놀라웠다.

  제6장 [조선시대의 법전], 제7장 [조선시대의 형벌제도]에서는 조선 전 시기에 걸친 법전과 형벌제도에 관해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역사 속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생기게 마련인 갈등의 해결방법을 역사 속에서 찾는 재미도 있었고, 그 갈등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범죄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라."는 조선 시대 사람들의 해결안을 읽는 재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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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ㅣ 선생님도 놀란 초등과학 뒤집기 1
정재은 지음, 박수영 그림 / 도서출판성우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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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 공부를 가르칠 일이 있었다. 처음엔 아이들 수준을 못 맞춰서 애를 먹었다. 내가 아는 것을 아이들 수준에 맞춰서 얘기를 해 줄 수 없어서 힘들었다. 특히 과학부분은 더더욱이나.. 솔직히 말하자면 과학은 내가 잘 몰라서 제대로 이야기해줄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해야겠다.  분명 나도 배웠었고 중고등학교 땐 그보다 더 어려운 화학식까지 계산하곤 했었다는 게 신기하다 생각될 정도로 "과학적인 사고"와는 무관하게 살아와서였던가..? 대충 큰 틀을 설명하라면 하겠는데, 구체적으로 그게 왜 그런지, 어떻게 되는지를 설명할 수 없어 대충 얼버무리고 만  것들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 과학은 이후 생활에서 터득한 것들과 합쳐져 "그러려니.."하고 당연시해왔기에 더욱 무관심했던 것 같다. 

    "선생님도 놀란 초등과학 뒤집기"시리즈의 첫 편 [날씨]를 보고 있자니, 참 괜찮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의 발간사에 나오는 말마따나 재미와 유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기가 쉽지 않은 법인데 이 책이 재미와 유익성의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을 수 있게 해 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다시 초등학생이 될 수 있다면, 중학생 때 즈음하여 사라져버린 나의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주 독자층은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부터 중학생까지를 포괄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읽는 습관이 든 아이라면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도 읽혀도 괜찮지 않을까.. 
 

   [날씨]에서는 초등 과학과 중학교 과학 과정의 기상현상과 관련된 자연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크게 8주제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주제의 마무리 부분에서는 "올백으로 가는 퀴즈"와 "놀이야? 실험이야?"가 실려 있어 재미있게 정리하고 실험할 기회를 주고 있다. "초등과학  뒤집기"란 제목 때문이었을까? 유치(?)한 수준의 이야기들이지 않을까 하고 책을 깔보고 읽기를 시작했는데, 책에 나오는 내용에는 간간이 나도 잘 몰랐던 이야기가 실려 있어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도 있다. 바다에서 발생한 토네이도를 "워터스파우트"라고 한다는 것, 우리나라에서도 "용오름"이라는 현상이 관측된 적이 있다는 것, 조선시대에 풍향을 측정하는 "풍기죽"이라는 도구가 있었다는 것 등.  상황에 어울리는 삽화와 쉬운 용어설명도 재미있었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재미를 주지 않을까 싶다.

    주변의 "요즘" 초등학생들을 보면 학교 마치기 바쁘게 몇 개의 학원을 가고, 몇 개의 학습지를 하면서도, 학교 공부를 제대로 따라가지도 못하고, 공부에 흥미를 잃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무작정 남들이 하니깐 덩달아 하는 식의 공부보다, 진득하게 앉아서 책 한 권을 읽어낼 수 있는 독서력을 키워주는 게 나중을 생각할 때 더 좋은 교육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초등학생들이 좋은 책을 많이 접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괜찮은 책이었다. 과학은 무조건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부모님과 함께 읽어보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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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
안젤레스 에리엔 지음, 김승환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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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띠지에서 묻고 있다. "당신은 후회없는 인생을 살아왔는가?"라고.. 아니. 길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후회되는 일이 너무 많다고, 더군다나 요즘엔 모든 게 후회된다고 대답했다. 후회없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 있을까? 언젠가 이 다음에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이 없어."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잘 살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후회없는 인생이라니 얼마나 좋은가..?
   이 책에서는 삶의 후반부를 준비하기 위한 여덟 개의 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신의 삶 어디부터가 후반부인지 아는 사람은 없을 게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었기에 "아직 난 젊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더 많다."고 막연히 생각해 왔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잡고선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껏 살아온 시간만큼만 혹은 그보다 더 적은 시간만이 남아 있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급해지기도 한다. 책의 구성은 8개의 각각의 문이 던지는 과제와 그 문을 통과하면서 이겨내야 할 도전, 도전후의 선물, 그리고 반추와 실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 안젤레스 에리엔이 문화인류학자이자 교육자라 그런지 기독교와 불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에 대한 성찰은 물론이거니와 여러 작가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에게서 발견하는 삶의 지혜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늙는다는 것, 나이든다는 것, 그리고 죽는다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머리말에 나오는 글쓴이의 말마따나 "우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시대에 살고 있"다. 그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축복일 수도 저주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열심히 살아온 젊은 날. 그리고 안정된 노후라면, 젊은 시절 그저 사는 데 급급해서 누려보지 못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면 그건 축복일테지만, 버림 받고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힘든 노후라면, 그건 저주일 수도 있겠단 생각. 그렇기에 "지금"의 삶도 중요하지만 노후의 삶을 하나하나 준비해나가는 일도 참 중요하리라. 아름답게 나이 들 준비를 미리미리 해나가야 하는 거겠지..?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이미 노년에 접어든 연세 지긋하신 분들에게도, 혹은 나처럼 "아직은 젊다"는 생각에 노년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읽어볼 만한 책이 될 것 같다.

   책에 인용된 이 말이 참 좋았다.

 "라코타족의 전설에 의하면 어떤 일이든 시작의 과정에는 거짓말에 능한 요술쟁이 이크투미가 나타나서 참된 본성을 찾는 일을 방해하고 뜻 깊고 숭고한 만족을 얻지 못하도록 여덟 가지 거짓말로 우리를 유혹한다고 합니다. 그 여덟 가지 유혹은 다음과 같습니다.

 부자였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 유명해졌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 좋은 배우자만 찾을 수 있었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 더 많은 친구만 있었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 더 매력적이기만 했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 몸에 단점이 없었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 가까운 사람이 죽지만 않았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 세상이 더 살기 좋은 곳이었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p202)

   사실 내가 "당신은 후회없는 인생을 살아왔는가?" 질문에 대해 부정적인 대답을 던졌던 이유도 위에 나열된 여덟가지의 "유혹" 때문이었던 듯하다. 그렇구나. 행복은 무엇과의 비교가 아니라 나 스스로의 만족을 찾아나가는 과정이구나.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기회였지만, 그랬기에 읽은 모든 걸 소화해내진 못하겠다. 다음번에 읽을 땐 좀 더 쉽게 다가오지 않을까...나 역시 아름답게 나이 들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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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서평단 알림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ㅣ 문학동네 화첩기행 5
김병종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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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라틴 아메리카의 미술에 대한 지식 파편 몇 개 정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혹은 글쓴이를 통해 미술에는 문외한인 내가 미술에 대한 감각 같은 걸 새발의 피 정도로나마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였는데.. 책 제목 때문이었을까? 오해했었다. 이 책의 성격에 대해. 라틴아메리카의 미술을 둘러 보고 온 기행문이라 생각했었다. 아니다. 이 책을 간단히 얘기하자면, 라틴아메리카를 둘러본 화가 김병종의 "그림일기" 같은 책이다.

   우선 책머리에서 만난 김용택 시인의 추천의 말을 읽으며 글쓴이에 대한 부러움으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신춘문예에 두 번이나 등단한 글솜씨를 가진 화가라.. 하느님은 가끔 공정하지 못하게 사람을 편애하시기도 하나보다. 내겐 그림에도 글쓰기에도 유치원생 정도의 재주밖에 안 주셔놓곤 이 사람에겐 그 둘을 함께 주시다니.. "글을 쓰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문학청년적(?)이거나 문학소녀적인, 약간은 꼭지가 덜 떨어진 설익은 글이 아니라 탄탄한 문학성을 지닌 성숙한 지식인의 글"(p5)이라는 추천사를 읽고 있자니, 잔뜩 기대가 된다. 본격적인 글읽기에 들어서고 나서는 알았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의 그림이 뒤로 숨고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의 글이 뒤로 숨는다."(p6)는 시인의 말을..

   화가의 그림을 통해, 그리고 신춘문예에 이미 두번이나 등단한 작가의 글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를 보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쿠바와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페루 여섯개의 라틴아메리카를 둘러본 이야기 중 절반 정도의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쿠바 이야기다. 쿠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체 게바라"에 대한 이야기는 빠질 수 없다. 그리고 부에나비스타소셜. 내겐 낯선 음악, 낯선 그들이었지만 글쓴이를 통해 만난 그들은 동네 할아버지들처럼 친근한 느낌을 준다. 쿠바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주제 또 하나 "헤밍웨이"의 이야기. "이 미국 작가는 어느새 반미국가 쿠바의 관광산업이 되어 있었다."(p56) 암보스문도스 호텔, 카페 프로리디타와 보데기타 델 메디오, 코히마르 마을, 노인과 바다, 푸엔테스의 이야기. 글쓴이를 통해 본 쿠바는 낡고 오래된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 내 아버지의 어린 시절 흑백사진을 보고 있는 것처럼 빛이 바랜 느낌이랄까? 몇 개월 전에 쿠바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과는 또다른 느낌의 쿠바는 이웃 동네처럼 내게 가까이 와 버렸다.

   그 다음 멕시코. 멕시코의 유명한 벽화가 디에고 리베라와 역시 화가였고 리베라와 결혼하기도 했던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가 안타까워 가슴이 한켠이 짠해진다. 라틴아메리카에 가 본 적도 없고, 자세히 공부해 본 적도 없지만, 그 곳을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글거리는 태양과 원색의 강렬한 느낌, 아울러 "혁명"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쿠바의 체게바라, 멕시코의 카를로스 푸엔테스. 거대한 "제국" 미국에 가려져 그동안 잘 몰랐던 그들의 혁명 이야기는 이글거리는 태양과 원색의 색감과 동의어처럼 느껴진다.

   아르헨티나의 보르헤스와 에비타에 대해서는 좀더 알아보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탱고. "육체로 쓰는 가장 아름다운 시"라는 그 표현이 그렇게 적절할 수가 없다. "탱고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우리의 마당극 같은 것."(p183). 그들에겐 아직도 탱고가 생활에 자리잡고 있지만 우리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마당극을 쉽게 접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저 문장을 읽으며 아쉽고 허전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브라질과 칠레, 페루의 이야기까지 좋은 여행기였다.

    글쓴이의 감성적인 눈을 통해 남미를 바라봐서인지 남미의 역사와 사람과 문화가 아름답고 고전적이고, 이웃집 이야기처럼 친근하면서도 푸근한 느낌. 낯설지 않은 느낌이 참 좋았다. 지금 바로 달려가도 낯설지 않을 것 같은 그 곳에 가 볼 날이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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