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세자
박안식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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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읽고 나서는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국사시간에 멋모르고 무작정 외우기만 했던 예송논쟁의 원인(遠因)에 그가 있었다. 그리고 살아서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면, 조선후기 개혁군주라 칭송되는 정조보다 백여년 앞서, 조선을 확 뜯어고칠 수 있었던 인물이 바로 소현세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 소현세자의 이름은 생소했다. 핑계인지 모르겠지만, 국사시간에 비중있게 다루어졌던 인물이 아니었던 듯 하다. 내가 소현세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된 것은 역사학자 이덕일의 글을 통해서였다. 이덕일의 책을 통해 소현세자에 대해 알고 나서, 그의 삶과 조선후기의 역사에 대해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마침 이 책 뒷표지에는 이덕일의 추천사가 실려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왕조실록]은 물론 [심양장계]등 1차 사료를 바탕으로 꼼꼼히 재현해낸 그 시대의 모습은 현재 고증 소홀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역사드라마나 소설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다."라는 역사학자의 말 때문에라도, 제대로 된 역사소설 한 편을 읽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든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병자호란을 전후한 시기로부터 시작하여, 인질로서 청에서 생활했던 9년 동안의 일, 그리고 조선으로 돌아온지 불과 몇 개월만에 맞은 의문의 죽음과 세자빈 강씨의 죽음을 통해 본 소현세자의 삶을 서술하고 있다. 역사학자 이덕일의 말마따나, 충실한 역사고증을 통해 씌여진 글이라 그런지 한편의 역사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중간중간 병자호란 전후의 사회상에 대한 사실적인 언급이 많아  역사공부에도 도움이 됐기 때문에 내가 잘 몰랐던 몇몇 부분들에는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그러면서도 소설적인 재미를 잃지않는 서술이 참 좋았다. 하긴, 소현세자의 삶 그 자체가 한 편의 소설로서 손색이 없는 극적인 삶이었던 데다가,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신문기자를 역임한 작가가 노년에 쓴 글이라 그런지 담백함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을 수 있게 된 작품인 듯 하다. 그리고 그 문장에 대해 감히 평가해보자면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기에 참 좋은 글이었다.  

 

    남한산성에서의 농성전과 강화도의 함락, 삼전도에서의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항복은 치욕스러웠다. 역사에 대해 어설픈 지식밖에 없는 나는 인조반정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폐모살제나 명에 대한 재조지은을 잊었다는 이유로 광해군을 내쫓은 반정정권에 대해 수긍이 되지 않는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외교무대에서 실리를 추구하고자 했던 광해군의 중립외교가 그렇게 비난받을 일이었을까..? 폐위된 군주라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인지, 나는 한동안 광해군의 "광"자를  미칠 "狂"자로 쓰는 줄 알았었다.  한명기 교수의 [광해군]을 읽으면서, 광해군에 대해 이제라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해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시작부터 잘못된, 숭명대의崇明大義라는 쓸데없는 명분에 사로잡혀 있던 반정정권의 눈에 소현세자가 곱게 보였을 리 없다. 거기에 여자(인조의 후궁 조씨)의 무서운 시기심과 천한 신분에서 기인하는 열등감으로 비틀린 보복의식을 가진 사내(역관 정명수 같은 ; 중국과 우리가 껄끄러운 관계에 있을 때마다 종종 보이는 밉상스런 인물들이 있다. 우리 땅에서 태어난 천한 출신의 인물이 중국에 끌려가거나, 팔려 간 인물들의 중국에서 의외의 신분 상승을 한 인물들 말이다. 원 간섭기의 기황후를 등에 업은 기철 일당이나 환관 박불화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정명수라는 역관은 조선의 노비출신이었으나 중국에서 역관이 되었고,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세자를 감시하거나 핍박하고, 조선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의 힘이 결합되어 버리면, 일은 엉뚱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청에 인질로 잡혀갔지만, 외교통로의 역할을 하며  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세자를 바라보는 못마땅한 시선들은 부왕인 인조에게서 부정父情을 앗아가버렸다.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이었던가.. ?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자신의 정적으로 아들을 바라보는 인조 또한 괴로웠을까..?  소현세자의 죽음으로 조선은 서양과 우호적인 관계에서 접촉할 기회를 놓쳐버렸고, 역사의 흐름에서 뒤쳐졌던 것은 아닐까..?

 

    흔히들 역사에는 "만약"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말을 떠올리는 건 잘못 흘러간 물줄기를 바라보는 안타까움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만약"이라는 말을 자주 되뇌였다. "만약" 인조반정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만약" 소현세자가 청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했더라면.. "만약" 인조가 조금만 더 진실을 바라볼 수 있었더라면.. "만약" 소현세자가 그렇게 죽지 않았더라면.. "만약" 소현세자의 아들 석철이 임금의 자리에 올랐더라면...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괜찮았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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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 ㅣ 나의 고전 책꽂이 3
이미애 지음 / 깊은책속옹달샘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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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서점에서 "춘향전"이라고 검색하니 의외로 많은 결과가 나타났다. 놀라웠다. 굳이 "읽지" 않아도 이미 다 안다고 생각했던 춘향전이 책으로도 이렇게 다양하게 나와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래. 춘향전을 "읽"었다.  얼마전엔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라비안나이트를 책으로 읽었더니 의외의 쏠쏠한 재미가 남더니, 이번엔 춘향전이라.. 책으로 만나본 춘향이 이야기에선 어렸을 전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팔던, 입에 넣으면 톡톡 터지던 그 사탕(가루?) 맛이 났다. 읽는 내내 슬며시 입가에 고이는 웃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책에 그려진 춘향전의 등장인물은 개성이 강하다. 몽룡의 몸종 방자. 몽룡과 같은 젖은 먹고 자란 젖형제라 그런지 이놈 방자, 양반 도련님을 대하는 태도가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  대놓고 몽룡을 놀려대고 골려먹는 방자를 통해 국사 교과서에서 기계적으로 외웠던 "조선 후기 서민의식의 성장과 신분제의 동요"를 확인할 수 있으렷다.?  그리고 춘향과 몽룡. 이팔청춘, 열여섯 동갑내기인 몽룡과 춘향을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미성년자다. 하지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이 두 미성년자의 사랑은 결코 풋사랑이 아니라,  순수하고 열렬하기 짝이 없다. 또 한명의 중요한 인물 월매. 양반집 도련님이라 쉽게 딸을 허락하지만, 몽룡이 상거지꼴러 나타났을땐 구박이 심하다. 하지만 그 뒤에 감춰진 몽룡을 대하는 장모로서의 애틋한 마음은 보는 사람들을 짠하게 했다. 재미있었다.

 

   춘향전이 아니라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우선 그림. 이 책엔 꽤 많은 양의 그림이 실려 있다. 물감으로 그린 듯한 그림은 장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고, 글과는 또다른 느낌의 해학과 익살과 애틋한 감정들이 배어나는 듯 했다. 혼인을 약조하기 위해 이몽룡이 부랴부랴 불망기를 써대는데, 그 옆에 앉은 방자 녀석의 뾰로퉁하고 못마땅스러운 모습이 재미있다. 춘향전의 절정이라 할 암행어사 출두 부분을 그린 큰 그림은 또 어떠한가. 난리 법석, 엎어지고, 넘어지고, 뒤집어지고 뛰어들고, 도망가고 붙잡고, 혼비백산.. 통쾌함과 긴장감이 함께 어려있는 그림을 통해, 춘향전이 더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글.. 판소리, 혹은 구전문학으로 익숙한 춘향전의 묘미를 잘 살린 글이다. 책 어디를 펼치더라도 "얼싸 좋을시고, 하늘 아래 이런 귀한 일도 있는가? 밀화 갓끈에는 산호 격자가 제격이요, 노인 상투에는 불구슬이 제격이요, 터진 방앗공이에는 보리알이 제격이요, 안질에는 노랑 수건이 제격이요.~~~~~~~~"(p146)식의 노래가사 같은 문장들. 운율과 반복으로 인해 술술 읽혀지는 재미가 있어 좋았다. 그리고 어려운 낱말에 붙은 각주도 책을 읽어나가는데 도움이 됐는데, 덕분에 모르던 단어 - 성가퀴(p40), 동자아치(p45), 반빗아치(p45), 몽당치마(p67), 염알이(p119) - 몇 개를 알게됐다.

 

   이미 다 안다고 생각했기에 책으로 읽어볼 생각은 못했던 춘향전을 책으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책은 어느 독자층을 겨냥한 책인지 모르겠다. 쉬운 말풀이와 그림이 실려 있어 어린이들이 동화책 삼아 읽어도 좋을 것 같고, 성인들에게는 고전을 읽는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책 뒷부분에 수록된 "알면 더 재미있는 [춘향전]이야기"에는 춘향전의 바탕이 된 다양한 설화에 대한 설명과 암행어사에 관한 이야기 등이 실려 있어 춘향전에 대해 좀더 많은 것을 알 게 된 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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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즐거움 -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들려주는 120편의 철학 앤솔러지
왕징 엮음, 유수경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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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즐거움을 읽다.

   철학이라는 단어는 왠지 무겁다. 그리고 추상적이고 어렵다.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한데, 철학자라 불리우는 역사상의 인물을 살펴보면 너무나 다재다능한 완벽한 인간의 표본이 되거나 혹은 괴팍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 떠올라, 그들이 "철학"에서 말하는 "삶"은 평범한 그것과는 동떨어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꽤나 두툼한 분량의, 게다가 "철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을 한 권 만났다. 읽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철학"보다는  "즐거움"이라는 단어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해결코자 했다. 그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 책의 부제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들려주는 120편의 철학 앤솔러지". "앤솔러지"란 단어를 몰랐다. 찾아봤다. "어원은 그리스어(語)의 앤톨로기아(anthologia)로 ‘꽃을 따서 모은 것’이라는 뜻이다. 짧고 우수한 시의 선집(選集), 특히 여러 작가들의 시를 모은 것을 가리킨다."라고 되어있다. 그리고 "시뿐만 아니라 산문집도 ‘앤솔러지’라고 하는 경우가 있으며"라는 설명도 덧붙여져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참과 진리] [생명의 존귀함] [고귀한 덕] [인간의 본성] [우정] [사랑] [삶의 즐거움]이라는 일곱가지 주제로 나뉘어진 삶에 대한 짧은 글모음이다. 이 책을 굳이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책에 실린 유명한 인물들의 이름 때문이기도 하다. 헤르만헤세, 루쉰, 투르게네프, 에리히프롬, 에밀졸라, 싼마오, 톨스토이, 타고르, 라이너마리아릴케, 칸트, 베이컨, 볼테르, 루소, 칼릴지브란, 몽테뉴 뭐 등등.. 내 속에 든 지적 허영심 같은 것의 발동이었을까. 이 책 한권으로 그 유명한 인물들을 알게 되는거야..? 하는...

    책에는 일기 같은 글들도 있고, 아주 짧은 분량의 이야기들도 있고, 실린 글의 성격들이 다양하다.  성격이 급한터라, 처음부터 끝까지 한꺼번에 읽어버렸지만, 다 읽고 보니 이 책은 그렇게 읽을 책은 아닌 것 같다. 책의 부제처럼 "삶에 지"칠 때마다 찾아서 한편한편 읽어볼 때 더욱 와 닿는 글이 될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글이 몇 편 있다. 투르게네프가 소개하고 있는 "소인배"에 관한 글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멍청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p24)된 그 소인배는 그 짜증나는 소문을 막기 위해, 다른 유명한 사람들을 비난하고 다닌다. 그 유명화가가 한물 갔는데 넌 아직도 몰랐냐, 그 책 재미없다고 소문난 지 한참인데 너는 아직 몰랐냐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를 악랄하고 못된 녀석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정말 천재인 것 같다고, "권위에 저항하는 사람으로 평가"(p25)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그는 또 다른 권위자가 되어 간 것이다. 맞는 것 같다. 어느 사회에서나 헛된 명성과 잘못된 권위가 종종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선뜻 반박할 용기는 없다. 다른 사람이 좋지 않다고 하는 걸 나 혼자 좋은 것이라고 우길 용기도 없고,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는 것을 나 혼자 비난할 용기도 없다.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식으로 묻어갈 뿐..

   오그 만디노의 "만약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이라는 글도 깊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매일이 내 생의 마지막날이라면 결코 "때우거나" "죽이면서" 보낼 시간은 없을텐데, 나는 그간 그저 보내기 위해 보낸 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를 반성해봤다. 그 밖에도 관심가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곁에 두고 생각날때마다(짧으니까.) 한편씩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철학을 형이상학의 최상위 범주에 둠으로써 우리를 "ㅇㅇ주의"니 아니면 "관념""이념""궤변" 따위의 노예로 전락시키곤 합니다. 그러나 죠르쥬 깡길렘에 의하면 우리고 철학을 배우고 공부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반성(깨달음)>에 있다고 합니다."(p398)라는 편저자의 말을 철학에 대한 나의 잘못 굳어진 생각을 수정하는 기반으로 삼아야겠다. 묵직하지 않은 철학책이었다. 선각자들의 삶에 대한 여러 생각을 살펴볼 수 있었던 괜찮은 시간을 제공해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각각의 글쓴이들에 대한 생몰연대나 간단한 이력이 함께 기재 되어 있었더라면 글을 쓴 배경이나 그 성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을텐데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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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
안영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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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역사에 몇 되지 않는 이름을 남긴 여성이다. 얼마전에 허난설헌의 삶을 다룬 소설 한권을 읽었었다. 많은 재주를 가졌지만, 조선이라는 사회의 굴레, 그리고 여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난설헌 허초희의 삶이 안타까웠다. 가슴 한 켠이 먹먹할 정도로 아팠다. 길지 않은 그녀의 삶이 짧아서 오히려 다행이라 싶을 정도로 아팠다. 또다른 의미에서 우리에게 이름을 남기고 있는 여성 신사임당에 대한 소설을 읽었다. 책을 읽기 전 기대도 됐지만 약간의 우려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흔히들 말하는 "현모양처"의 전형으로서의 여성의 삶을 "대한민국 여성 No1"이라는 제목으로 잡은 책이라면 크게 매력적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사임당에 대해 알고 싶지만, 그녀의 삶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이나 그녀와 같은 삶을 살라고 강요하는 성격의 책이라면 비호감이 될 것 같았다. "특히 역사문학은 역사를 기록하는 근원에 교훈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까닭으로 치治와 란亂의 의미는 사람에게도 적용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라는 극작가 신봉승의 추천의 글은 좋았다. 하지만 (사)대한주부클럽연합회 회장이라는 김천주의 추천의 글은 조금 실망이었다. 현재 친일파로 거론되고 있는 김활란이나 모윤숙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주부클럽에 대한 이야기나 이 책이 특정종교의 월간지에 연재됐던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는 설명 등에서 거부감 같은 것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건 내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작가가 쓴 머리말 "화폐 인물로 선정되심을 기뻐하며"라는 글은 노골적으로 이 책이 시류에 영합한 상업적인 출판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했다. 

 

   그 모두가 신사임당을 지나치게 추앙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던지는 나의 삐딱성을 타는 성격에서 기인하는 반발심 같은 것일까..? 사실 문인, 화가로써 그리고 훌륭한 자식을 길러낸 어머니로서의 그녀는 본받을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모습을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본받고 추앙해야 할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들은 율곡 선생이 없었다면 신사임당의 존재가 있었겠느냐고 말하지만, 율곡 선생이야말로 신사임당의 영향이 없었다면 당대의 대학자로서 길이 남을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p9추천의글, 김천주) 나 또한 그가 말하는 "어떤 이들"에 속하는 한 사람인 모양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을 보자면 말이다. 하지만 과연 율곡이 그토록 추앙받는 위인으로 이름을 남기지 못했더라도 우리는 신사임당을 기억하고 있을까..? 물론 신사임당이 있어 그 아들인 율곡이 훌륭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녀의 모든 자녀가 다 총명하고 뛰어났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글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일까..?

 

   이 책을 통해 살펴본 사임당 신씨의 모습은 자상하고 단아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했으며, 효심이 깊었고 영특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았으며, 그림과 글에 뛰어났으며, 자식들에겐 더할 나위없는 훌륭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칭찬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삶의 모습은 훌륭했다. 칭송할만하다. 글쓴이가 그린 훌륭한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것저것 따지고, "하느님~"하고 주로 나오는 사임당의 기도에서 특정종교색이 너무 짙은 것은 아닌가 하고 따져보는 나 같은 사람 때문에 이런 책의 빛이 바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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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도 쇼핑몰에도 없는 것 - 뚱뚱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나와 이별하는 50가지 비결
빅토리아 모란 지음, 윤정숙 옮김 / 아고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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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이 아닌 다른 때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들. 이 책 [냉장고~]도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어 많은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기본적으로 자아개발서적으로 분류되는 책에 대해 크게 호감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인지, "우와~"하는 감탄사가 나오지 않는 한 썩 괜찮은 책이었다는 평가를 하지 못한다. 내가 만약 최근에 읽은 몇몇권의 자기개발서를 읽지 않았더라면, [꿈꾸는 다락방]이나 [젊은 상인에게 보내는 편지]나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 등의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우와~"까지는 못 되더라도 "오호~"하는 정도의 감탄사를 자아낼 수는 있었을텐데.. 사실 제목을 보고서 약간은 뻔한 여성을 위한 자기개발서적이겠거니 했었다. 그랬는데 책에 대한 소개를 보니 뭔가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한 책이기도 하다. 거기에 더해 "뚱뚱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나와 이별하는 50가지 비결"이라는 소개문구에 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얘기해보자면 처음에 제목만 보고 느꼈던 정도에 그치는 책이다.

 

  약간은 뻔한 내용들이 실린 책이다라고 평가해버리는 것은 저자와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는 발언이겠지.. 하지만 내겐 그랬다. 감사하라, 저축하라, 과식하지 말아라, 기부할 줄 알아라, 신용카드보다는 현금을 써라, 더 큰 세상을 꿈꾸어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가치있는 것에 돈을 지출하라, 양보다는 질을 따져라, 친구를 만들어라,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라,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계획하라,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줄 알아라.....

 

   자기개발서로 분류되는 책에 일반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그런 방법들에 대해 나열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인 듯 해 새롭다거나 신기하다거나 하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 중에서 chapter27 "기대하고 확신하고 계획하라"는 부분과 chapter46 "지금 당장 당신이 꿈꾸는 삶을 살라"에서는 스스로가 꿈꾸는대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부분을 보면서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책에서 읽었던 R=VD란 공식과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성공한 스스로의 모습을 머리속으로 그림그리는 연습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을 펼쳐들며 내가 기대했던 "엄청난 비법" 같은 것은 사실 절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 그런 엄청난 비법을 찾으려 한 것은 나의 지나친 기대였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을 돌아볼 필요를 느끼는 사람에게 필요한 트렌디물의 서적인 것 같다. 하지만 개개인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같은 말, 같은 글도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내겐 그닥 큰 영향력을 주지 못한 책이지만, 충분히 괜찮았다, 좋았다는 평가를 해 줄 사람들에게 이 책이 읽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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