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나의 고전 책꽂이 3
이미애 지음 / 깊은책속옹달샘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인터넷 서점에서 "춘향전"이라고 검색하니 의외로 많은 결과가 나타났다. 놀라웠다. 굳이 "읽지" 않아도 이미 다 안다고 생각했던 춘향전이 책으로도 이렇게 다양하게 나와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래. 춘향전을 "읽"었다.  얼마전엔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라비안나이트를 책으로 읽었더니 의외의 쏠쏠한 재미가 남더니, 이번엔 춘향전이라.. 책으로 만나본 춘향이 이야기에선 어렸을 전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팔던, 입에 넣으면 톡톡 터지던 그 사탕(가루?) 맛이 났다. 읽는 내내 슬며시 입가에 고이는 웃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책에 그려진 춘향전의 등장인물은 개성이 강하다. 몽룡의 몸종 방자. 몽룡과 같은 젖은 먹고 자란 젖형제라 그런지 이놈 방자, 양반 도련님을 대하는 태도가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  대놓고 몽룡을 놀려대고 골려먹는 방자를 통해 국사 교과서에서 기계적으로 외웠던 "조선 후기 서민의식의 성장과 신분제의 동요"를 확인할 수 있으렷다.?  그리고 춘향과 몽룡. 이팔청춘, 열여섯 동갑내기인 몽룡과 춘향을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미성년자다. 하지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이 두 미성년자의 사랑은 결코 풋사랑이 아니라,  순수하고 열렬하기 짝이 없다. 또 한명의 중요한 인물 월매. 양반집 도련님이라 쉽게 딸을 허락하지만, 몽룡이 상거지꼴러 나타났을땐 구박이 심하다. 하지만 그 뒤에 감춰진 몽룡을 대하는 장모로서의 애틋한 마음은 보는 사람들을 짠하게 했다. 재미있었다.

 

   춘향전이 아니라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우선 그림. 이 책엔 꽤 많은 양의 그림이 실려 있다. 물감으로 그린 듯한 그림은 장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고, 글과는 또다른 느낌의 해학과 익살과 애틋한 감정들이 배어나는 듯 했다. 혼인을 약조하기 위해 이몽룡이 부랴부랴 불망기를 써대는데, 그 옆에 앉은 방자 녀석의 뾰로퉁하고 못마땅스러운 모습이 재미있다. 춘향전의 절정이라 할 암행어사 출두 부분을 그린 큰 그림은 또 어떠한가. 난리 법석, 엎어지고, 넘어지고, 뒤집어지고 뛰어들고, 도망가고 붙잡고, 혼비백산.. 통쾌함과 긴장감이 함께 어려있는 그림을 통해, 춘향전이 더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글.. 판소리, 혹은 구전문학으로 익숙한 춘향전의 묘미를 잘 살린 글이다. 책 어디를 펼치더라도 "얼싸 좋을시고, 하늘 아래 이런 귀한 일도 있는가? 밀화 갓끈에는 산호 격자가 제격이요, 노인 상투에는 불구슬이 제격이요, 터진 방앗공이에는 보리알이 제격이요, 안질에는 노랑 수건이 제격이요.~~~~~~~~"(p146)식의 노래가사 같은 문장들. 운율과 반복으로 인해 술술 읽혀지는 재미가 있어 좋았다. 그리고 어려운 낱말에 붙은 각주도 책을 읽어나가는데 도움이 됐는데, 덕분에 모르던 단어 - 성가퀴(p40), 동자아치(p45), 반빗아치(p45), 몽당치마(p67), 염알이(p119) - 몇 개를 알게됐다.

 

   이미 다 안다고 생각했기에 책으로 읽어볼 생각은 못했던 춘향전을 책으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책은 어느 독자층을 겨냥한 책인지 모르겠다. 쉬운 말풀이와 그림이 실려 있어 어린이들이 동화책 삼아 읽어도 좋을 것 같고, 성인들에게는 고전을 읽는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책 뒷부분에 수록된 "알면 더 재미있는 [춘향전]이야기"에는 춘향전의 바탕이 된 다양한 설화에 대한 설명과 암행어사에 관한 이야기 등이 실려 있어 춘향전에 대해 좀더 많은 것을 알 게 된 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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