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0가지 이야기 - 생각의 크기를 쑥쑥 자라게 하는, 미국판 탈무드 ㅣ 생각 쑥쑥 어린이 시리즈 1
제임스 M. 볼드윈 지음, 김희정 옮김, 이정헌 그림 / 스코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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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원제는 [Fifty Famous Stories]라고 한다. 한국어판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0가지 이야기]라는 제목과는 사실 느낌이 많이 다르다. 한국어판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땐 어떤 이야기들이 실려있을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는 그닥 "재미있지만은 않은데..."라는 생각을 해야했다.  그러다 책 끄트머리에 실린 "옮긴이의 말"에 나와있는 이 책의 원제를 보고는 그 제목이 더 알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재미"라는 단어의 사용법이 다른 모양이다. 분명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유명한, 그래서 한번쯤은 들어보았을법한 이야기들이고, 나름의 감동과 교훈이 있지만 글쎄  "재미있는" 이야기란 제목으로 묶어서 소개하기엔 다소의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재미있는"이란 말에다 "웃긴"의 의미를 많이 두는 나 같은 독자들에게는 말이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앞서도 말했지만 유명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어른들이라면 이런저런 경로로 한번쯤은 들어보았을법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빌헬름텔이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얹어놓고 쏘았다는 이야기나, 아르키메데스가 목욕을 하다 "유레카"를 외쳤다는 이야기 혹은 알렉산더가 그의 애마 부케팔라스를 다루게 된 이야기,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그래서 다소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은 어린이용이다! 어린이들이 읽으면 분명 "아.. 이런 놀라운 이야기가 있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낼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구성은 짧게는 두 쪽 정도에서 길게는 서너쪽 정도의 한 편의 이야기에다 그 끝부분에는 "생각꾸러미"라는 작은 박스를 통해, 앞서의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꺼리나 생각해 볼 문제를 제기하고, 간간이 실린 "역사 속으로 폴짝!"에서는 이야기 속의 인물이나 시대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 식이다.

 

     이미 많이 자라버린 나로서는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느낄 구체적인 감동은 짐작하기 힘들다. 하지만 어른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말해본다면.. 이 책에 실린 인물들은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바보같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적군에게 한 모금의 물을 건네는 바보 같은 덴마크 병사의 이야기(p144)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적군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 비참하게 죽었다는 레굴루스의 행동을 "로마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로 만든 참다운 용기"(p133)로 받아들여야 할 지, 내가 그 덴마크 병사였더라도, 내가 레굴루스였더라도 그렇게 행동했을꺼라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어렸을 때는 이런 책을 읽으면 감동이 커서 오랫동안 다시 생각해봤을 법하지만, 그런 순수함을 많이 잃어버린 모양이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그들을 "바보 같다"고 여기지만 그들은 위대했기 때문에 오랜동안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뜻을 기려온 것일테고, 세상은 오히려 그런 "바보"들의 우직함으로 움직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아쉬움 한 가지. "필립 왕의 병사들 중에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는 용감하고 여러 가지로 왕을 늘 즐겁게 해 주었기 때문에 왕은 그를 유달리 믿고 좋아했습니다."(p140)  "필립 시드니 경 때의 일입니다. 이후 백여 년이 채 못 되어 스웨덴과 덴마크 사람들 사이에 전쟁이 일었났습니다."(p143) 두 인용문 다 각각의 이야기의 첫머리이다. 문장 연결이 어색하다고 생각한 건 나 뿐일까? 전문번역가가 옮긴 글 치고는 어색한 문맥이 자주 보여서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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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삼국유사 ㅣ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고전 1
일연 원저, 김봉주 글 / 두리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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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머신이 필요하다.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은 분명, 한 가지 모습일텐데 어떻게 이렇게 다른 해석들을 내릴 수 있는 걸까?  이 책 [청소년을 위한 삼국유사]를 읽으면서 예전에 봤던 영화 [라쇼몽]이 떠올랐다. 산길을 걷던 부부가 산적을 만났고, 아내는 산적에게 겁탈을 당했다. 얼마 후 남편은 가슴에 칼을 꽂은 채 시체로 발견되었다. 산적은 자신이 그 남자를 죽였다고 했고, 겁탈당한 아내는 자신을 불결하다 여기는 남편의 시선에 혼란을 느끼고 남편을 죽였다고 한다. 그러나 무당의 힘을 빌어 강신한 남편은 자신이 자결했다고 한다. 자. 이 남자를 죽인 이는 과연 누구인가?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궁금했다. 이 책 [~삼국유사]를 읽으면서도, 멀게는 2000년전, 가까이는 1000여년 전 이 땅에서는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됐다. 그래서 내겐 타임머신이 필요하다.

 

      [삼국유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우리 역사의 고전이라 불리우는 책이니까, 다른 분야보다는 그나마 역사에 관심이 많은지라 꼭 한번은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에 펼쳐든 책이었다. 그러나 어려웠다. 역사에 관한 바탕 지식이 없으니, 삼국유사에 나오는 "신기한!" 이야기들을 사실 그대로 믿어야 할런지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고, 남들은 재미있다는데 글을 통해 표현된 당시의 정확한 상황을 머리속으로 그려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내 상상력으론 읽어내기 힘들어  읽다가 중간에 멈추기를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이 책 [청소년을 위한 삼국유사]는, "청소년을 위한" 책이니까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펴들었다. 다행히도 기존에 읽다가 몇 번을 멈추었던 [삼국유사]보다는 훨씬 쉽게 읽히는 책이었고, 재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가독성이 좋은 책이라 책장이 잘 넘어갔다.

 

    책을 펴들기 전에 "일연 원저 / 김봉주 지음"이라는 저자 소개가 의아했었다. 삼국유사는 당연히 일연스님의 글인데, 김봉주 지음이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싶어서. 하지만 책을 펴보면 그 의문은 금방 풀린다. 글쓴이 김봉주는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이 책은 일연의 삼국유사 원문을 소개하고 그 앞뒤로 글쓴이의 역사해석이 가미된, 그러니까 단순히 "옮김"으로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의미의 삼국유사, 좀더 정확히는 삼국유사 해설서라고 표현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일연스님과는 800년 가까운 세대차이가 나는 터라 직접적으로 대화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 책의 글쓴이가 "일연스님의 이 말은 이런이런 뜻인 것 같다."고 통역의 역할을 하고 있는 그런 책이랄까...?

 

    글쓴이는 "여는글"에서   "<삼국유사>에는 분명 역사적 사실이라고 부를만한 이야기도 많지만, 그 자체를 사실로 보기 어려운 이야기도 많습니다. 상상력이 가미된 역사, 그런 것을 '사화史話'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사시과 허구가 뒤섞인 이야기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삼국유사>가 바로 사화의 대표적인 예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허구가 섞여 있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 허구의 내면을 적절히 해석하여 이해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기록보다 훨씬 더 사실이나 실체적 진실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p13) 는 말을 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허구의 내면을 적절히 해석하여 이해할 수만 있다면"이라는 전제가 되겠는데, 이 책은 글쓴이가 생각하는 삼국유사 속의 허구의 내면을 글쓴이 나름의 방식으로 적절히 해석하고 이해한 결과물이라 하겠다. 

 

     글쓴이는 삼국유사의 원문과 그에 대한 기존의 다양한 설명들을 아울러 소개하고, 그 중에서 글쓴이가 가장 그럴 듯하다고 판단 내린 사실을 재구성하여 들려준다. 그러한 글쓴이의 의견 대부분이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선화공주에 대한 이야기나 수로부인과 관련된 이야기 등 몇몇 부분에서는 글쓴이의 자의적 역사해석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책을 보면서 눈에 거슬렸던 몇몇 오류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28쪽의 각주 "배구전"은 "당나라 사람 배구전의 전기"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아마도 "배구裵矩"라는 사람의 전기를 말하는 듯하고, 그 아래의 각주 "통전"은 "당나라 사람 구우"가 아닌 "두우杜佑"가 쓴 책으로 알고 있다. 243쪽의 석굴암 본존불상 아래의 "혜공와 10년", 247쪽의 "월망사가 지은 <제망매가>"라는 단순한 오류도 눈에 거슬렸다. 청소년들이 읽을 책이니까 이왕이면 글자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써서 만들었더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들었기에..

 

     역사는 해석의 문제다. 타임머신이 존재하지 않는 한 우리는 절대로 과거에 일어난 "사실 그대로의 역사"를 알 수 없을거다. 다만 더 그럴 듯한 누군가의 설명에 손을 들어줄 수 있을 따름이다. 이 책은 800년전 일연의 글을 토대로 글쓴이가 삼국시대에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들려주고 있는 책이다. 역사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는 책, 어른이 읽어도 역사적 상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책 [청소년을 위한 삼국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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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꼭 알아야 할 외래어 상식 220가지 - 지성in을 위한 외래어 상식사전
박영만 지음 / 프리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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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벨탑 이야기를 언제 처음으로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어린 시절 성경학교에서였을테다. 오만해진 인간들이 하느님의 권위에 도전했고, 하느님에게 닿고자 바벨탑을 쌓았다고 했다. 이에 화가 난 하느님이 인류에게 내린 벌이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도록 말을 다르게 하셨다고 했다. 어린 마음에 그 이야기가 얼마나 신기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바벨탑을 쌓아 하느님의 권위에 도전코자 했다던 "나쁜 인간들"에 대해 화가 나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들이 그런 오만한 일만 벌이지 않았더라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바벨탑의 전설을 의심할만큼 충분히 커버렸지만 요즘도 종종 생각한다. 인간의 말이 하나뿐이라면 얼마나 좋겠냐고.. 외국어를 배우느라 낭비(?)하는 시간을 좀더 발전적인 데 쓸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제대로 구사할 줄 아는 외국어가 없는 나로서는 바벨탑을 쌓던 오만한 그들을 원망할 따름이다. [누구나 꼭 알아야 할 외래어 상식220가지]를 읽었다. 원래는 외국어였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제는 우리 말처럼 사용하고 있는 말, 외래어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외래어에 관한 상식사전"이란 말이 이 책의 성격을 대변해 줄 것 같다. 제목에서 말하고 있듯이 220개의 외래어(일일이 세어보진 못했다만)에 대해, 뜻과 유래, 활용의 예를 한쪽 분량으로 설명하고 있고, "매 항목마다 영문 주석을 달아 영어공부에도 도움이 될"(p5)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외래어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었고 그 말의 자세한 의미도 모른 채 사용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자주 쓰지만 외래어인지조차 몰랐던 낱말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불도저"라는 말이 'bulldozer'라고 영어로 표기되는 줄은 정말 몰랐었다는 고백은 무식의 표시가 될런지...? 우리 나라에서만 쓰이는 콩글리쉬 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를 왜 '퍼센트'라고도 하고 '프로'라고도 하는지도 몰랐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퍼센트는 영어 percent를 그대로 읽은 것이고, 프로(pro)는 같은 뜻을 지닌 네덜란드어 프로센트(procent)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따라서 %는 퍼센트라고 읽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p279)고 한다. 음.. 그렇군. 그럼 시중에 유통되는 모 회사의 음료수 2%는 2프로가 아니라 2퍼센트라고 해야 옳겠군...!

 

    보이콧이나 실루엣이라는 단어는 사람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멘토, 밸런타인데이, 마지노선 같은 말들도 역시 마찬가지... 처음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바뀌어 사용되는 외래어들도 많고, 우리가 쓰는 외래어들 중에는 특히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단어들도 많은 것 같다. 말이라는 것 역시, 하나의 생명처럼 성장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한 의미를 몰랐던 외래어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지만, 소략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좀더 두껍고 더 많은 이야기들을 담았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 상식의 범위를 넓히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이 정도는 누구나 꼭 알아야 할 것 같기에.. [누구나 꼭 알아야 할 외래어 상식 220가지] 정도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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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 악남 이야기
이경윤.정승원 지음 / 삼양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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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남"이라는 단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봤다. 글쓴이의 말마따나  "악한 사람을 뜻하는 '악인', 악한 여자를 뜻하는 '악녀'란 말은 있어도 도대체 악한 남자를 의미하는 적절한 단어가 없는 것이다."(머리말 中)  XX여자중학교, 00여자고등학교는 있어도 XX남자중학교나 00남자고등학교 따위가 없는 것과도 비슷한 경우일까? "따라서 세상에 악녀란 말만 있고 악남이란 말이 없는 것은 악인 중에 다수가 여자이기 때문이 아님을 명확히 해두고 싶다."(머리말 中)는 글쓴이는 이 책에서 역사상의 걸출한 악남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보따리나 풀어놓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악남은 모두 20명. 대부분 역사상의 "영웅"들로 유명한 이름들이고, 아틸라나 히틀러처럼 따로 악남이라고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인물들도 있지만, "이 사람도 악남?"이라는 의문을 자아내는 이름들도 있었다. 

 

    책을 펼쳐들기 전에 대단히 잔혹하고 끔찍한 악남들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살펴본 악남들의 면모는 대체로 두 부류 정도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표현이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기대했던 정도의 악남"과 "기대이상의 악남". 정치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해 도덕적인 이념과 행위를 하지 않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되, 권력을 가진 자였으니까 이쯤이라면 그닥 잔인하다는 평가를 내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좀 심한데...?"싶게, 그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어버리는 잔혹한 짓을 저질렀던 사람들로 구분이 되었다.

 

    그 두 부류를 구분하기 전에 먼저 이 책에 등장하는 악남들의 공통점에 대해 먼저 얘기해봐야 할 것 같다. 그들의 공통점은 "불우한 어린 시절"!  왕자로 태어났건 혹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건 그들의 어린 시절은 불행했다. 알렉산더는 "마케도니아 순수 혈통이 아니기 때문에"(p30) 마음고생을 겪어야 했고, 징기스칸은 어려서 정치적인 이유로 아버지를 여의었으며, 진시황은 연골증 환자에다 적국의 볼모로 어린 시절을 보내야했다. 질드레 역시 어린 시절을 적국의 볼모로 잡혀서 생활했고, 표트르 대제는 정치적인 위협 속에서 자랐다. 이 책에 나오는 악남들의 어린 시절을 보자면 "누가 누가 더 불행했나?"를 내기라도 하듯 불행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애정결핍과 극단적인 상황들이 빚어낸, 어린시절의 삐딱한 성격들이 잠재되어 있다가 권력을 잡은 후에 폭발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무제나 당현종, 마오쩌둥, 헨리8세와 나폴레옹, 알렉산더 같은 인물은 "기대했던 정도의 악남"들이었다. 정치적 반대파의 숙청이나 여자를 탐하는 정도의 일이야 뭐 그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권력자들이 해왔던 일들 아닌가? 뭐 크게 새삼스러울 것까지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내가 "정치"와 "권력"이란 걸 너무 삐딱하게 봐 왔기 때문일까?

 

    하지만 "기대이상의 악남"들은 '이것들이 과연 인간이었나' 하는 개탄이 절로 나오게 했다. 잔혹동화 '푸른수염'의 실제 주인공이라는 질드레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인물이다. 300명 이상의 아이들을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 그는 정말 인간이었을까? 드라큘라이야기의 실제 모델이라는 블라드3세의 잔혹함이나 아틸라가 적군을 죽이는 방법은 그야말로 끔찍함 그 자체였다. 그들과 내가 동종이라는 게 겁이 날 정도로...

 

   그러나 "기대했던 정도의 악남"과 "기대이상의 악남"이라는 분류는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판단일 뿐이리라. 300여명의 어린아이들을 끔찍한 방법으로 "직접" 죽인 질드레에 대해서는 경악하지만,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인명을 "간접"적으로 살상했을  나폴레옹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면죄부를 주고 있으니 말이다.  "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 수백명을 죽이면 영웅"이라는 생각이 내게 박혀 있었던 모양이다.

 

     역사에 굵직한 이름을 남긴 남자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 잔혹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세계 악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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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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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에서 장영희 교수님의 부고를 들은 지 한달이다. "어머.. 왜?!" 오랜동안 암과 싸우고 계셨다는 걸 몰랐던 나로서는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 속에서 오래전에 읽었던 [내 생애 단 한번]을 다시 펼쳐든 건 그날 밤이었다. 사실 몇 해전에 [내 생애 단 한번]을 처음 접했을 때는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지만, 책 표지의 선한 웃음이 참 인상적이라서, 그리고 글쓴이 스스로 "신파조일 뿐 아니라 지나치게 악착같고 필사적으로 들리기도"([살아온 기적~] 5쪽)한다고 평하는 그 제목에 궁금증이 일어 책을 펼쳐들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는 이렇게 선한 웃음을 가지신 분이, 그리고 이렇게 담백하게 글을 쓰시는 분이 어려서부터 몸이 많이 불편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몸의 불편함이 마음에도 영향을 주었을 거라는 잘못된 선입견 같은 걸 갖고 있었던 탓이다.

 

    오늘, "장영희 교수가 생의 마지막까지 전하려 한 희망의 힘"을 펼쳐들었다. 멋들어진 제목을 생각해 내겠다고 오랜동안 고민한 책이라고 한다. 제목의 후보로 거론된 "새벽 창가에서"도 괜찮고, "나는 내게 동의한다"도 괜찮은 것 같다. "영희야, 뻐만 추리면 산단다"는 너무 강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온 날의 기적, 살아갈 날의 기적"이라는 제목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기적이 아닌, 정말 눈곱만큼도 기적의 기미가 없는, 절대 기적일 수 없는 완벽하게 예측 가능하고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p9)는 글쓴이의 말을 들으니 코끝이 찡해진다.

 

     이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 담긴 글들은 "2000년 <내 생애 단 한번> 출간 이후 월간 <샘터>에 연재되었던 것들"(p10)이라고 한다. 꾸밈없다. 순수하다. 선하다. 5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암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밝다. 맑다. 교수님 치고는 빈틈이 많아 보여 오히려 인간적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그린 장영희 교수님의 모습이다.

 

    몸이 불편하시기 때문에, 피해의식나 상대적인 박탈감 같은 걸 갖고 계시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신체장애를 갖고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 끔찍하고 비참하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p179)고, "그러니 누가 뭐래도 내 삶은 '천형'은커녕 '천혜天惠'의 삶이다."(p182)고 말하는 글쓴이 앞에서 오히려 내 마음이 너무나 비뚤어졌음을 반성했다. 그녀보다 내가 훨씬 더 많은 걸 가지고 있다는 우월의식 같은 것도 저만치 던져버려야할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참 많이 배우고 많이 위로받았기에.. 그녀가 바랐던, 정말 눈곱만큼도 기적의 의미가 없는 예측가능하고 평범한 삶을, 나는 소망하지도 않고 그저 덤으로 받아 살다보니 너무 안일해졌던 모양이다.

 

    "'그만하면 참 잘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 '너라면 뭐든지 다 눈감아 주겠다'는 용서의 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니 넌 절대 외롭지 않다'는 격려의 말, '지금은 아파도 슬퍼하지 말라'는 나눔의 말, 그리고 마음으로 일으켜 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p131)가 이 책에 가득 들어 있었다. 고맙다. 고마웠다. 그녀의 잔잔한 이야기가 앞으로의 내 삶에 많은 위로와 용기를 줄 것 같다. "'잊히지 않는 자는 죽은 것이 아니다'"(P53). 여기의 삶보다도 좀 더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계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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