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삼국유사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고전 1
일연 원저, 김봉주 글 / 두리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타임머신이 필요하다.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은 분명, 한 가지 모습일텐데 어떻게 이렇게 다른 해석들을 내릴 수 있는 걸까?  이 책 [청소년을 위한 삼국유사]를 읽으면서 예전에 봤던 영화 [라쇼몽]이 떠올랐다. 산길을 걷던 부부가 산적을 만났고, 아내는 산적에게 겁탈을 당했다. 얼마 후 남편은 가슴에 칼을 꽂은 채 시체로 발견되었다. 산적은 자신이 그 남자를 죽였다고 했고, 겁탈당한 아내는 자신을 불결하다 여기는 남편의 시선에 혼란을 느끼고 남편을 죽였다고 한다. 그러나 무당의 힘을 빌어 강신한 남편은 자신이 자결했다고 한다. 자. 이 남자를 죽인 이는 과연 누구인가?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궁금했다. 이 책 [~삼국유사]를 읽으면서도, 멀게는 2000년전, 가까이는 1000여년 전 이 땅에서는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됐다. 그래서 내겐 타임머신이 필요하다.

 

      [삼국유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우리 역사의 고전이라 불리우는 책이니까, 다른 분야보다는 그나마 역사에 관심이 많은지라 꼭 한번은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에 펼쳐든 책이었다. 그러나 어려웠다. 역사에 관한 바탕 지식이 없으니, 삼국유사에 나오는 "신기한!" 이야기들을 사실 그대로 믿어야 할런지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고, 남들은 재미있다는데 글을 통해 표현된 당시의 정확한 상황을 머리속으로 그려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내 상상력으론 읽어내기 힘들어  읽다가 중간에 멈추기를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이 책 [청소년을 위한 삼국유사]는, "청소년을 위한" 책이니까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펴들었다. 다행히도 기존에 읽다가 몇 번을 멈추었던 [삼국유사]보다는 훨씬 쉽게 읽히는 책이었고, 재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가독성이 좋은 책이라 책장이 잘 넘어갔다.

 

    책을 펴들기 전에 "일연 원저 / 김봉주 지음"이라는 저자 소개가 의아했었다. 삼국유사는 당연히 일연스님의 글인데, 김봉주 지음이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싶어서. 하지만 책을 펴보면 그 의문은 금방 풀린다. 글쓴이 김봉주는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이 책은 일연의 삼국유사 원문을 소개하고 그 앞뒤로 글쓴이의 역사해석이 가미된, 그러니까 단순히 "옮김"으로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의미의 삼국유사, 좀더 정확히는 삼국유사 해설서라고 표현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일연스님과는 800년 가까운 세대차이가 나는 터라 직접적으로 대화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 책의 글쓴이가 "일연스님의 이 말은 이런이런 뜻인 것 같다."고 통역의 역할을 하고 있는 그런 책이랄까...?

 

    글쓴이는 "여는글"에서   "<삼국유사>에는 분명 역사적 사실이라고 부를만한 이야기도 많지만, 그 자체를 사실로 보기 어려운 이야기도 많습니다. 상상력이 가미된 역사, 그런 것을 '사화史話'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사시과 허구가 뒤섞인 이야기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삼국유사>가 바로 사화의 대표적인 예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허구가 섞여 있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 허구의 내면을 적절히 해석하여 이해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기록보다 훨씬 더 사실이나 실체적 진실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p13) 는 말을 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허구의 내면을 적절히 해석하여 이해할 수만 있다면"이라는 전제가 되겠는데, 이 책은 글쓴이가 생각하는 삼국유사 속의 허구의 내면을 글쓴이 나름의 방식으로 적절히 해석하고 이해한 결과물이라 하겠다. 

 

     글쓴이는 삼국유사의 원문과 그에 대한 기존의 다양한 설명들을 아울러 소개하고, 그 중에서 글쓴이가 가장 그럴 듯하다고 판단 내린 사실을 재구성하여 들려준다. 그러한 글쓴이의 의견 대부분이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선화공주에 대한 이야기나 수로부인과 관련된 이야기 등 몇몇 부분에서는 글쓴이의 자의적 역사해석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책을 보면서 눈에 거슬렸던 몇몇 오류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28쪽의 각주 "배구전"은 "당나라 사람 배구전의 전기"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아마도 "배구裵矩"라는 사람의 전기를 말하는 듯하고, 그 아래의 각주 "통전"은 "당나라 사람 구우"가 아닌 "두우杜佑"가 쓴 책으로 알고 있다. 243쪽의 석굴암 본존불상 아래의 "혜공와 10년", 247쪽의 "월망사가 지은 <제망매가>"라는 단순한 오류도 눈에 거슬렸다. 청소년들이 읽을 책이니까 이왕이면 글자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써서 만들었더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들었기에..

 

     역사는 해석의 문제다. 타임머신이 존재하지 않는 한 우리는 절대로 과거에 일어난 "사실 그대로의 역사"를 알 수 없을거다. 다만 더 그럴 듯한 누군가의 설명에 손을 들어줄 수 있을 따름이다. 이 책은 800년전 일연의 글을 토대로 글쓴이가 삼국시대에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들려주고 있는 책이다. 역사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는 책, 어른이 읽어도 역사적 상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책 [청소년을 위한 삼국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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