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 악남 이야기
이경윤.정승원 지음 / 삼양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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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남"이라는 단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봤다. 글쓴이의 말마따나  "악한 사람을 뜻하는 '악인', 악한 여자를 뜻하는 '악녀'란 말은 있어도 도대체 악한 남자를 의미하는 적절한 단어가 없는 것이다."(머리말 中)  XX여자중학교, 00여자고등학교는 있어도 XX남자중학교나 00남자고등학교 따위가 없는 것과도 비슷한 경우일까? "따라서 세상에 악녀란 말만 있고 악남이란 말이 없는 것은 악인 중에 다수가 여자이기 때문이 아님을 명확히 해두고 싶다."(머리말 中)는 글쓴이는 이 책에서 역사상의 걸출한 악남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보따리나 풀어놓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악남은 모두 20명. 대부분 역사상의 "영웅"들로 유명한 이름들이고, 아틸라나 히틀러처럼 따로 악남이라고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인물들도 있지만, "이 사람도 악남?"이라는 의문을 자아내는 이름들도 있었다. 

 

    책을 펼쳐들기 전에 대단히 잔혹하고 끔찍한 악남들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살펴본 악남들의 면모는 대체로 두 부류 정도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표현이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기대했던 정도의 악남"과 "기대이상의 악남". 정치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해 도덕적인 이념과 행위를 하지 않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되, 권력을 가진 자였으니까 이쯤이라면 그닥 잔인하다는 평가를 내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좀 심한데...?"싶게, 그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어버리는 잔혹한 짓을 저질렀던 사람들로 구분이 되었다.

 

    그 두 부류를 구분하기 전에 먼저 이 책에 등장하는 악남들의 공통점에 대해 먼저 얘기해봐야 할 것 같다. 그들의 공통점은 "불우한 어린 시절"!  왕자로 태어났건 혹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건 그들의 어린 시절은 불행했다. 알렉산더는 "마케도니아 순수 혈통이 아니기 때문에"(p30) 마음고생을 겪어야 했고, 징기스칸은 어려서 정치적인 이유로 아버지를 여의었으며, 진시황은 연골증 환자에다 적국의 볼모로 어린 시절을 보내야했다. 질드레 역시 어린 시절을 적국의 볼모로 잡혀서 생활했고, 표트르 대제는 정치적인 위협 속에서 자랐다. 이 책에 나오는 악남들의 어린 시절을 보자면 "누가 누가 더 불행했나?"를 내기라도 하듯 불행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애정결핍과 극단적인 상황들이 빚어낸, 어린시절의 삐딱한 성격들이 잠재되어 있다가 권력을 잡은 후에 폭발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무제나 당현종, 마오쩌둥, 헨리8세와 나폴레옹, 알렉산더 같은 인물은 "기대했던 정도의 악남"들이었다. 정치적 반대파의 숙청이나 여자를 탐하는 정도의 일이야 뭐 그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권력자들이 해왔던 일들 아닌가? 뭐 크게 새삼스러울 것까지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내가 "정치"와 "권력"이란 걸 너무 삐딱하게 봐 왔기 때문일까?

 

    하지만 "기대이상의 악남"들은 '이것들이 과연 인간이었나' 하는 개탄이 절로 나오게 했다. 잔혹동화 '푸른수염'의 실제 주인공이라는 질드레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인물이다. 300명 이상의 아이들을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 그는 정말 인간이었을까? 드라큘라이야기의 실제 모델이라는 블라드3세의 잔혹함이나 아틸라가 적군을 죽이는 방법은 그야말로 끔찍함 그 자체였다. 그들과 내가 동종이라는 게 겁이 날 정도로...

 

   그러나 "기대했던 정도의 악남"과 "기대이상의 악남"이라는 분류는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판단일 뿐이리라. 300여명의 어린아이들을 끔찍한 방법으로 "직접" 죽인 질드레에 대해서는 경악하지만,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인명을 "간접"적으로 살상했을  나폴레옹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면죄부를 주고 있으니 말이다.  "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 수백명을 죽이면 영웅"이라는 생각이 내게 박혀 있었던 모양이다.

 

     역사에 굵직한 이름을 남긴 남자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 잔혹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세계 악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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