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0가지 이야기 - 생각의 크기를 쑥쑥 자라게 하는, 미국판 탈무드 생각 쑥쑥 어린이 시리즈 1
제임스 M. 볼드윈 지음, 김희정 옮김, 이정헌 그림 / 스코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원제는 [Fifty Famous Stories]라고 한다. 한국어판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0가지 이야기]라는 제목과는 사실 느낌이 많이 다르다. 한국어판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땐 어떤 이야기들이 실려있을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는 그닥 "재미있지만은 않은데..."라는 생각을 해야했다.  그러다 책 끄트머리에 실린 "옮긴이의 말"에 나와있는 이 책의 원제를 보고는 그 제목이 더 알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재미"라는 단어의 사용법이 다른 모양이다. 분명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유명한, 그래서 한번쯤은 들어보았을법한 이야기들이고, 나름의 감동과 교훈이 있지만 글쎄  "재미있는" 이야기란 제목으로 묶어서 소개하기엔 다소의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재미있는"이란 말에다 "웃긴"의 의미를 많이 두는 나 같은 독자들에게는 말이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앞서도 말했지만 유명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어른들이라면 이런저런 경로로 한번쯤은 들어보았을법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빌헬름텔이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얹어놓고 쏘았다는 이야기나, 아르키메데스가 목욕을 하다 "유레카"를 외쳤다는 이야기 혹은 알렉산더가 그의 애마 부케팔라스를 다루게 된 이야기,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그래서 다소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은 어린이용이다! 어린이들이 읽으면 분명 "아.. 이런 놀라운 이야기가 있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낼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구성은 짧게는 두 쪽 정도에서 길게는 서너쪽 정도의 한 편의 이야기에다 그 끝부분에는 "생각꾸러미"라는 작은 박스를 통해, 앞서의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꺼리나 생각해 볼 문제를 제기하고, 간간이 실린 "역사 속으로 폴짝!"에서는 이야기 속의 인물이나 시대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 식이다.

 

     이미 많이 자라버린 나로서는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느낄 구체적인 감동은 짐작하기 힘들다. 하지만 어른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말해본다면.. 이 책에 실린 인물들은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바보같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적군에게 한 모금의 물을 건네는 바보 같은 덴마크 병사의 이야기(p144)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적군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 비참하게 죽었다는 레굴루스의 행동을 "로마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로 만든 참다운 용기"(p133)로 받아들여야 할 지, 내가 그 덴마크 병사였더라도, 내가 레굴루스였더라도 그렇게 행동했을꺼라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어렸을 때는 이런 책을 읽으면 감동이 커서 오랫동안 다시 생각해봤을 법하지만, 그런 순수함을 많이 잃어버린 모양이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그들을 "바보 같다"고 여기지만 그들은 위대했기 때문에 오랜동안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뜻을 기려온 것일테고, 세상은 오히려 그런 "바보"들의 우직함으로 움직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아쉬움 한 가지. "필립 왕의 병사들 중에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는 용감하고 여러 가지로 왕을 늘 즐겁게 해 주었기 때문에 왕은 그를 유달리 믿고 좋아했습니다."(p140)  "필립 시드니 경 때의 일입니다. 이후 백여 년이 채 못 되어 스웨덴과 덴마크 사람들 사이에 전쟁이 일었났습니다."(p143) 두 인용문 다 각각의 이야기의 첫머리이다. 문장 연결이 어색하다고 생각한 건 나 뿐일까? 전문번역가가 옮긴 글 치고는 어색한 문맥이 자주 보여서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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