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권력
아서 제이 클링호퍼 지음, 이용주 옮김 / 알마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했나 보다. "지도와 권력"이란 제목에서 느껴지는 지적 냄새에 끌렸다. '이 정도의 책이라면 읽고 소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약간의 거만함도 함께 해 이 책을 펼쳐들었는데, 역시나 과대평가였나 보다. "왜 유럽은 지도 상단에 표시되어 있고 아프리카는 지도 하단에 표시되어 있을까?"라는 책 표지의 궁금증 또한 나로 하여금 책을 펼쳐들게 한 한가지 동인이기도 하다.
   책을 읽느라고 다 읽었지만, 나는 이 책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초반엔 꼼꼼히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메모하고, 지도책에서 낯선 지명들을 확인하며 읽었기에 비교적 이해가 쉬웠으나 책의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내 배경지식의 한계를 느꼈다고나 할까.. 내겐 어려운 책이었다. 그래도 이 다음에 이 책을 반드시 다시 펴보길 바라는 마음에 간단하게나마 정리해보고자 한다.

   "분명한 것은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객관적인 지리학은 없다는 사실이다. 지도는 제작자의 경험, 가치관, 미학, 정치학을 반영하는 '대륙이나 '본초자오선' 같은 개념들을 부여한다. 분명 지도 제작자는 과학적 원리를 적용하지만 그들은 같은 지역에 대해서도 상이한 지도를 제작한다."(-p22)는 말이 내겐 약간의 충격이었다. 놀라웠다. 내가 지금껏 "객관적"인 땅의 모양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지도 위의 그림이 인간의 사상에 의해 그저 "부여된" 작품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아이가 동네 지도를 그릴 때, 아이는 자기중심적으로 자신의 집을 지도 중심에 표시하는 경향이 있다."(-p23) 그렇겠구나. 인간이 "만든" 지도이니깐, 다분히 주관적인 측면이 있을텐데 왜 나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걸까.. 1장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우리가 보고 있는 지도가 결코 "사실 그대로의" 지구모습이 아니라 지도를 제작하는 사람에 의해 선택되어진 요소들의 표현임을 말해주고 있다. 책 초반에 내가 얻게 된 앎의 즐거움이었다.

   두번째장 <문화적 요인>에서는 자기중심주의에 의해 "의도적으로 축적을 조작"(p40)하거나 우리가 현재 그리고 있는 지도그리기 방식과는 다르게 지도를 그렸던(혹은 지금도 그러한) 사례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알 이드리시라는 아랍인은 메카와 아라비아를 중심에 두고(1154년) 지도를 그렸다 하고, 중국 역시 -우리가 국사책에서 보아왔듯- 천하의 중심에 그들을 두었다. "영국의 그리니치를 지나는 본초자오선이 확정되었지만 아직도 경도의 중심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지도의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잇다. 유럽인들이 지도 중심에 본초자오선을 배치히고 싶어하는 반면 중국인들은 태평양을 지나는 날짜변경선을 선호하면, 미국인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양쪽에 '안전한' 바다를 놓고 유럽과 아시아를 가장자리에 놓기를 원한다."(p43)  그렇구나. 우리 나라 또한 중국의 옆나라이기 때문인지  중국인들처럼 지금껏 내가 보아온 세게전도는 태평양이 한가운데 그려진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래서 유럽과 아메리카는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 생각해왔었는데, 유럽이나 아메리카의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세계전도를 보아왔겠구나 하는 생각 또한 처음으로 해 보았다.

  내용에 대한 부족한 이해력의 핑계거리일지는 모르겠지만,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다양한 지도가 그림자료로 더 많이 수록되었더라면 내용 이해가 더 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제 3장 <정치적 조각 그림 맞추기>를 읽으면서 어렸을 때 고산자 김정호의 위인전기를 읽으면서 가졌던 의문점을 해결했다. 교통이나 장비가 발달하지 못한 그 때, 현재의 것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지도를 만들어냈는데 왜 김정호는 '처벌'을 받았을까를 고민했었다. 그런데 제3장에서는 '지도'가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지도의 보안을 유지했던 외국의 사례들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우리 조상들만이 고리타분하고 배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지도가 국내외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게 됐다고나 할까?. "국가 안보나 상업적인 이유 때문에 지도가 비밀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다."(p57)

   또 한가지. "동해"를 둘러싼 논쟁에 우리 편을 들어주는 것 같은 자료를 보고 이 책에 대한 호감이 더 커졌다면, 일본인들에게는 이 부분이 비호감이 될까? "남한과 북한은 '일본해'란 명칭을 거부하고 '동해'라는 이름을 선호한다. -중략- 영국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80장의 18세기 지도들을 조사해본 결과, '한국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62개, '동해'는 7개, '한국해'와 '동해'를 동시에 사용한 것은 2개, '일본해'는 6개, '중국해'는 3개가 있었다."는 부분말이다. 외국인이 쓴 책에서 우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발견했을 때의 뿌듯함, 긍지 같은 것은 나만 느끼는 걸까...?

  본초자오선의 설정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도 절대적인 진리라고 생각했던 '시간'이라는 관념조차도 인간의 편의와 권력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책의 중반부까지는 그럭저럭 이해가 쉬웠으나 중후반을 넘어서면서 등장하는 다양한 사건과 지명과 인명에 기가 눌려 흥미가 줄어들었다. 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내 배경지식의 부족 탓인 것 같다. 이 책은 "지도"라는 매개물을 통해 인류의 역사와 힘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책은 훌륭했으나 독자(=나)의 역량 부족으로 30% 정도 밖에 소화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다음에 다시 폈을 땐, 전부는 아니더라도 70%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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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오페어로 오렴 - 언니가 다 알려주는 워킹 홀리데이 성공법
임진영 지음 / 새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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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들어 "여행기"로 알고 펼쳐 든 책에서 의외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얼마전에  인도에 정착(?) 비슷한 걸 하게 된 한 여인네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 책도 펼쳐보니 여행기라기보단 "정착기" 같다.  아직 외국에 나가보지도 못한 나는 "오페어"란 단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됐다.  오페어가 뭔지 궁금하기도 하고, 책 표지에 나오는 "돈벌고 여행하고 영어 배우고"란 문구에 혹해 책을 펼쳐들었다. 오페어에 대해 가장 간단히 설명하자면, "오페어는 외국에서 온 여성이 아이들을 돌보고 가사일을 일부 돕는 대신 숙식과 약간의 돈을 제공받는다."(p13)는 말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내가 전혀 몰랐던 외국 체험의 방식이라 "이런 제도도 있구나" 싶었다.

    "언니가 다 알려주는 워킹 홀리데이 성공법"이라는 소개문구가 이 책의 성격을 대변해준다. 이 책은 오페어에 관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오페어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오페어를 하기 위한 준비사항, 필요한 각종 서류와 오페어 구하는 방법과 오페어 면접 때 주로 묻는 것과 물어보아야 할 것, 출국전 준비해야 할 물품들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오페어를 하며 호주 체험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언니"라는 단어에서 대변되듯, 글쓴이는 20대 여성을 주 독자층으로 겨냥하고 글을 쓴 듯 하다. 하긴 "오페어 자리는 보통 90%이상 여성을 선호한다."(p26)는 말처럼 오페어에 관심을 가질만한 대상도 20대의 여성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리라.  <오페어란 무엇인가>와 <오페어로 호주가기>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내가 모르던 다른 세계를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세번째 장 <오페어로 생활하기>와 <그 밖에 알아두어야 할 상식들>을 읽으면서는 글쓴이에겐 아주 미안한 말이지만 굳이 이렇게 구`차`하`게까지 하며 호주에 가야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며칠전에 본 영화"내니다이어리"가 떠올랐기 때문일까? <오페어란 무엇인가>에서 "보모, 마더스 헬프, 그리고 오페어비교"란 제목아래 이미 세 가지에 대한 비교를 해 놓았음에도 글쓴이가 소개한 오페어의 역할은  흔히들 말하는 "가정부" 혹은 "식모"라는 약간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여행"과 "영어"는 어디로 가버리고, 그저 호주 어느 가정에서 후진국의 이미지를 가진 동양인이 선진국 호주에 "빌붙어 사는" 조건으로, 약간의 돈을 받는 것에 지나지 않잖아? 라고 극단적으로 생각해버렸다. 그렇지 않은 면이 충분히 있음을 글쓴이가 여러 군데서 설명하고 있지만, 내 생각은 그랬다는 말이다.

    초반엔 재미있게 읽던 책을 중반부에선 약간 삐딱하게 읽어나가다가 제5부 <나의 오페어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삐딱하던 내 시선이 풀렸다. 내가 책을 펼쳐들며 기대했던 "여행"과 "영어"도 오페어를 통해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호주인의 가정에 직접 들어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호주 겉핥기식의 여행이 아니라 호주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그 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찍는 기념 사진도 중요하지만, 우르르 갔다가 사진 한 컷 찍고 돌아서는 해외여행이 아니라 "그들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이 더 값질 것 같다.

   "아침은 각자 알아서 자기가 먹는 시리얼을 챙겨 먹어 크게 신경 쓸 건 없었지만 처음에 나는 이렇게 아침을 부실하게 먹여도 되나 하는 생각에 아이들한테 게란을 삶아줬다. 초기에 별말 없던 줄리아는 내가 계속 먹이니까 왜 먹이는지 의아하게 여겼다. 내가 그렇게 아침을 시원찮게 먹으면 금방 배가 고플 거 같아 먹였다고 하니 서양인들은 아침을 많이 먹지 않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해 그만 먹였던 적도 있다."(p199)는 그녀의 에피소드가 왜 그렇게 웃긴지 '푸훗'하는 웃음이 났다.

    글쓴이가 호주에서의 오페어 생활을 통해 만난 다양한 호주 가정의 모습과 여러 나라에서 온 오페어들을 만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다른 듯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 넓은 세상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도 만나게 됐다.  호주 오페어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필독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참고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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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 - 산타할아버지의 마법 세계 Carlton books
로드 그린 지음, 신윤경 옮김 / 삼성당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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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산타할아버지의 선물보따리 같은 책을 만났다. 사실 이 책을 가지고 싶었던 건 내년이면 다섯살이 되는 조카 때문이다. 아빠 엄마랑 떨어져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인 나랑 같이 지내는 꾀돌이 조카가 12월이 되면서 tv에 무척이나 자주 등장하는 크리스마스와 산타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인식을 했나 보다.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 산타할아버지는 무얼 하는 사람인지를 tv가 이 꼬마에게 교육을 시킨 것이다. 그 점을 노린 가족들은 아이가 말썽을 부릴 때마다 "산타할아버지는 말 잘 듣는 아이에게만 선물을 가져다 준다."고 훈육을 시켰고, 아직 마냥 순수하기만 한 아이에게 그 말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산타할아버지를 너무나 보고 싶어하는 아이라 이 책을 보고선 입이 "하~"하고 벌어졌다. "산타할아버지가 너무 바빠서, 책을 몰래 두고 가신 거야." 했더니 너무 좋아서 책을 끌어안고선 고맙다고 생글생글. 그렇게 핑계는 조카였지만, 실제로 책을 본 나 역시 책이 너무 예뻐 정말 흡족했다.
  우선 책표지. 인터넷화면에서 보면서도 표지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표지에 보석같은 큐빅이 박혀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큐빅과 빨간색 표지가 어울려서 책이 참 고급스럽게 보였다. 또 하나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책이 예상보다 꽤 크다




이 책을 간단히 말하자면 all about Santa!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산타에 관한 모든 것. 산타클로스가 사는 곳, 산타클로스의 주변인물(? 요정, 사슴, 산타할머니)들, 산타클로스의 작업실, 산타클로스의 옷과 썰매에 이르기까지 산타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리고 책 곳곳에 숨겨져 있는 선물보따리 같은 구성들이 아기자기하게 예뻤다. 몰래 숨어 있는 요정 찾기가 재미있었던지 몇 번이나 만지작만지작거리는 조카는 책을 손에서 놓을 줄을 몰랐다. 



손에 잡힐 듯한 입체적인 그림도 역시 아이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어린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붙이는 데는 이런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직 글자를 익히지 않아 책을 읽어줘야 하지만, 책이 재미있는 놀이감이란 사실을 알아내고, 책에 흥미를 붙여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마치 산타가 두고간 선물을 찾듯 책 구석구석을 잘 살펴봐야 했다. 숨겨진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았다. 조카랑 둘이 앉아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리 주변에 꽤 자주 나타난다는 산타. "눈을 크게 뜨고 보세요! 바로 옆에 그가 있을지도 몰라요!" 라고 책에 나와있다. 맞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책을 읽어주는 경우가 드물었었는데, 이 책은 읽어주기에 재미있었는지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시는 모습도 무척 보기 좋았다. 조카에겐 이 책을 읽어주고 있는 할아버지가 산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책 하나로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구나 싶었다. 온가족이 둘러앉아서 재미있게 본 책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잔뜩 기대하고 있던 어린 조카에게도 정말 좋은 선물이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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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색의 시간 - 채색의 기초 편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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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다닐때 적지않은 고민을 안겨주곤 했던 두 과목. 미술과 음악. 이론도 어렵고 실기는 더더욱이나 어려워, 중간기말고사마다 있던 실기시험은 거의 공포에 가까웠던 기억이 난다. 재주도 없을 뿐더러, 타고난 재능없이는 어려운가 보다 하고 스스로 "학습된 무기력"을 경험하다 보니, 나중엔 그저 그러려니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아니 그랬기에, 항상 부럽고, 질투도 나고, 존경스럽고 그랬다. 성악가들, 연주자들, 화가들. "유명한-"이 아니어도  家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는 예술家들이라면 마냥 대단해보였고, 나랑은 별종의 사람들로 생각했었다. 어쩜 저렇게 노래를 잘 부를까, 어쩜 저렇게 그림을 잘 그릴까.. 그래서 이 책을 펼쳐들었다. 아직까지도 음악에 관해서는 타고난(?!) 재주가 없다면 노력이 무슨 소용이랴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미술이라면 그래도 혹 연습하면 조금이라도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마침 예쁜 색연필 한세트까지 포함된 한정판을 가지게 된 것은 "유치원생 수준의 그림 수준은 벗어나야 하지 않겠니?"하는 계시 같은 것일까..?
   이 책의 저자 김충원 교수는 머리말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학창 시절, 미술시간에 아무리 노력해도 비슷하게 그려지지 않던 자신의 밑그림 스케치에 실망하다가 결국 포기해 버린 그날부터 우리는 표현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말았는지도 모릅니다."(p4)라고.. "맞아요. 제가 그랬어요!"하고 맞짱구를 치는 나. "그림에 실패란 없습니다. 당장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더욱 나은 그림을 위한 과정으로 편안하게 생각해야 하며"(p5)라고 용기를 북돋우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 저자의 말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리고 그 다음 장에서 이어지는 "성인이 그림을 그려야 하는 5가지 이유"중의 하나인 "3.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효과적입니다."(p6)는 말을 들으며, 내게도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가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 아니길 기대했다. 내겐 용어도 낯선 "스트로크 연습"과 "그라데이션 연습"을 따라하는 건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물론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선 그리기 연습이나 색을 변화시키는 연습이 내겐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지만. 그래도 저자의 말마따나 "더욱 나은 그림을 위한 과정으로 편안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 책을 보고 고작 몇번 따라 한다고 해서 내가 저자와 같은 화가처럼 자연스러운 드로잉과 채색을 할 수준이 되어버린다면, 세상에 화가 아닌 사람이 없을 테니 말이다. 오랜만에 색칠공부를 하며, 재미도 발견했다. 어릴 때 크레파스로 빈틈없이 메꾸는 색칠공부를 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되살아나 입꼬리에 웃음이 물리는 것도 신기했다.

  이 책은  <채색의 기초>, <채색의 시간>, <그림본>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채색의 기초편에서 말 그대로  채색 기초에 대해 설명 듣고, <채색의 시간>에서는 그 뒤에 실린 <그림본>의 원본 그림을 채색하는 방법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그림본>의 밑그림 몇 장을 복사해 따라 해보았지만 역시나 내겐 어려운 과제였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리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반응은 줄어든 것 같다. 내겐 흥미로운 시간을 만들어준 책이었다. 그림본의 밑그림을 들고, 자주 따라 해 보아야겠다. 색칠공부를. 그리기 혹은 색칠하기가 내게 "삶의 여유를 선물"(p7)하게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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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람 알레이쿰, 아프간 - '저주'와 '희망'의 땅에서 평화를 준비하다
채수문 지음 / 바이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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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도책을 펴고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위치를 확인해봤다. 솔직히 tv에서 라디오에서 많이 들어온 아프가니스탄이란 지명이지만 낯설다.  불과 몇 개월 전에 탈레반에 피랍된 교회봉사자들로 인해 매일 같이 뉴스에서 들어왔던 바로 그 나라 아프가니스탄이건만,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탈레반이 뭐하는 집단인지조차 한번 찾아보지도 않았다. 나의 무관심과 무지 모두에서 비롯된 무식함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지도책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찾아 손으로 짚어보며, 반성했다. 제대로 좀 알자고..
   글쓴이는 아프가니스탄 파견 근무를 하게 된 육군중령 채수문. <한민족 리포트>라는 tv프로그램에서 그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었다는데 방송을 보지 못했기에 내겐 낯선 인물. 군대란 집단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까, 글쓴이가 군인이란 사실을 알고선 왠지 딱딱하고, 재미없고, 사무적인 이야기만 나오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했는데 의외로(?) 이야기가 쉽게 읽혀졌다.

  이 책을 통해 본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은 내겐 가히 충격적이었다. 무슨 이런 나라가 다 있냐 싶을 정도로... "

  여자들은 사람도 아닌가? 이슬람 율법은 원래 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데, 이건 보호가 아니라 구속인 듯하다. "이 나라에서는 어느 집을 가든지 잠시 문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여자들이 안 보이는 골방으로 피신한 뒤에야 외부인이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p44)  외부인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골방으로 "피신"까지 해야 하는 여인들의 삶이란.. 참. "아프간 여성들은 95퍼센트가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한다."(p225) 부르카를 뒤집어 쓴 그녀들에게 가해지는 엄청난 폭압이 가슴 아프다.

 천막학교. "아프가니스탄의 학교들은 대부분 파괴되거나 문을 닫았다. 소련과의 전쟁 중에 파괴되기도 하고 탈레반 시절에 강제로 문을 닫거나 파괴되기도 했다. -중략- 노트나 연필도 부족하다. 그저 천막 바닥에 모여 앉아 낡은 칠판 하나에 의지해 공부한다." (p55) 이 문장 읽다가 눈물이 글썽거려졌다. 불과 몇 십년전 우리의 모습도 저래했다는 글쓴이의  비교 때문인지, 연필이며 종이 따위(!)를 감히 아깝다고 생각해본적 없이 마구 써대는 지금의 내 모습이 부끄러워서인지 모르겠다만.  탈레반은 도대체 뭐하는 집단이지? 교육은 그 나라의 앞날인데, 소위 국민들을 이끌어나간다는 집단이 학교를 파괴하다니. 이해가 되질 않았다. 글쓴이는 현재 아프간의 상황을 한국전쟁 당시의 우리나라와 종종 비교하고 있는데, 그런 동류의식 때문인지 더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또 하나. 아직도 분쟁 중인 아프간의 수많은 군벌들. 무법천지에 약육강식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혼란스러운 아프간에도 평화로운 날들이 올까나. 척박한 자연환경과 오랜 전쟁으로 황폐화된 땅. 부족한 먹을꺼리와 열악한 교육환경이며 여성에 대한 오랜 억압. 끊이질 않는 내분과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 신이 세상을 만들면서 나온 "쓰레기를 버린 곳이 바로 아프가니스탄"(p7)이라는 말을 들으며 설마 그럴까 싶었는데, 나 역시 책을 한장한장 넘겨가며 글쓴이처럼 "'저주'라는 단어를 떠올렸다."(p8)

   하지만 스스로의 힘과 국제사회의 지원(이 책에서 본 우리나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은 용감하고도 아름다웠다.)으로 서서히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나라 아프가니스탄. 국제뉴스란에서 더이상 시끄럽고 골치아픈 나라의 모습이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 부루카를 벗어나 인간답게 사는 여성의 모습,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밝게 웃을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을 보고 싶다. 살람 알레이쿰 아프간!! 진심으로 살람 알레이쿰 아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카불에서 하루를 넘기는 것이 어떤 건지. 거기도 사람 사는 데니까, 일국의 수도니까, 하고 보통의 상식으로 생각하겠지. 외국에 나가서 수당도 더 받으니까 혜택받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사람은 카불의 밤거리를 봐야 한다. 가로등 하나 엇이 캄캄하고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거리를, 오늘은 전기가 들어올까 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석유램프의 유리등을 닦는 마음을, 오늘밤은 어디서 로켓탄이 날아오지나 않을까 하고 가슴을 졸이며 잠자리에 드는 마음을. 오죽하면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의 기자는 르포기사에서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살아남는 것이 축복인 곳"이라고 표현했을까!"(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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