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의 시간 - 채색의 기초 편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학교 다닐때 적지않은 고민을 안겨주곤 했던 두 과목. 미술과 음악. 이론도 어렵고 실기는 더더욱이나 어려워, 중간기말고사마다 있던 실기시험은 거의 공포에 가까웠던 기억이 난다. 재주도 없을 뿐더러, 타고난 재능없이는 어려운가 보다 하고 스스로 "학습된 무기력"을 경험하다 보니, 나중엔 그저 그러려니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아니 그랬기에, 항상 부럽고, 질투도 나고, 존경스럽고 그랬다. 성악가들, 연주자들, 화가들. "유명한-"이 아니어도  家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는 예술家들이라면 마냥 대단해보였고, 나랑은 별종의 사람들로 생각했었다. 어쩜 저렇게 노래를 잘 부를까, 어쩜 저렇게 그림을 잘 그릴까.. 그래서 이 책을 펼쳐들었다. 아직까지도 음악에 관해서는 타고난(?!) 재주가 없다면 노력이 무슨 소용이랴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미술이라면 그래도 혹 연습하면 조금이라도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마침 예쁜 색연필 한세트까지 포함된 한정판을 가지게 된 것은 "유치원생 수준의 그림 수준은 벗어나야 하지 않겠니?"하는 계시 같은 것일까..?
   이 책의 저자 김충원 교수는 머리말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학창 시절, 미술시간에 아무리 노력해도 비슷하게 그려지지 않던 자신의 밑그림 스케치에 실망하다가 결국 포기해 버린 그날부터 우리는 표현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말았는지도 모릅니다."(p4)라고.. "맞아요. 제가 그랬어요!"하고 맞짱구를 치는 나. "그림에 실패란 없습니다. 당장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더욱 나은 그림을 위한 과정으로 편안하게 생각해야 하며"(p5)라고 용기를 북돋우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 저자의 말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리고 그 다음 장에서 이어지는 "성인이 그림을 그려야 하는 5가지 이유"중의 하나인 "3.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효과적입니다."(p6)는 말을 들으며, 내게도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가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 아니길 기대했다. 내겐 용어도 낯선 "스트로크 연습"과 "그라데이션 연습"을 따라하는 건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물론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선 그리기 연습이나 색을 변화시키는 연습이 내겐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지만. 그래도 저자의 말마따나 "더욱 나은 그림을 위한 과정으로 편안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 책을 보고 고작 몇번 따라 한다고 해서 내가 저자와 같은 화가처럼 자연스러운 드로잉과 채색을 할 수준이 되어버린다면, 세상에 화가 아닌 사람이 없을 테니 말이다. 오랜만에 색칠공부를 하며, 재미도 발견했다. 어릴 때 크레파스로 빈틈없이 메꾸는 색칠공부를 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되살아나 입꼬리에 웃음이 물리는 것도 신기했다.

  이 책은  <채색의 기초>, <채색의 시간>, <그림본>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채색의 기초편에서 말 그대로  채색 기초에 대해 설명 듣고, <채색의 시간>에서는 그 뒤에 실린 <그림본>의 원본 그림을 채색하는 방법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그림본>의 밑그림 몇 장을 복사해 따라 해보았지만 역시나 내겐 어려운 과제였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리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반응은 줄어든 것 같다. 내겐 흥미로운 시간을 만들어준 책이었다. 그림본의 밑그림을 들고, 자주 따라 해 보아야겠다. 색칠공부를. 그리기 혹은 색칠하기가 내게 "삶의 여유를 선물"(p7)하게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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