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람 알레이쿰, 아프간 - '저주'와 '희망'의 땅에서 평화를 준비하다
채수문 지음 / 바이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지도책을 펴고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위치를 확인해봤다. 솔직히 tv에서 라디오에서 많이 들어온 아프가니스탄이란 지명이지만 낯설다.  불과 몇 개월 전에 탈레반에 피랍된 교회봉사자들로 인해 매일 같이 뉴스에서 들어왔던 바로 그 나라 아프가니스탄이건만,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탈레반이 뭐하는 집단인지조차 한번 찾아보지도 않았다. 나의 무관심과 무지 모두에서 비롯된 무식함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지도책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찾아 손으로 짚어보며, 반성했다. 제대로 좀 알자고..
   글쓴이는 아프가니스탄 파견 근무를 하게 된 육군중령 채수문. <한민족 리포트>라는 tv프로그램에서 그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었다는데 방송을 보지 못했기에 내겐 낯선 인물. 군대란 집단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까, 글쓴이가 군인이란 사실을 알고선 왠지 딱딱하고, 재미없고, 사무적인 이야기만 나오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했는데 의외로(?) 이야기가 쉽게 읽혀졌다.

  이 책을 통해 본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은 내겐 가히 충격적이었다. 무슨 이런 나라가 다 있냐 싶을 정도로... "

  여자들은 사람도 아닌가? 이슬람 율법은 원래 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데, 이건 보호가 아니라 구속인 듯하다. "이 나라에서는 어느 집을 가든지 잠시 문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여자들이 안 보이는 골방으로 피신한 뒤에야 외부인이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p44)  외부인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골방으로 "피신"까지 해야 하는 여인들의 삶이란.. 참. "아프간 여성들은 95퍼센트가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한다."(p225) 부르카를 뒤집어 쓴 그녀들에게 가해지는 엄청난 폭압이 가슴 아프다.

 천막학교. "아프가니스탄의 학교들은 대부분 파괴되거나 문을 닫았다. 소련과의 전쟁 중에 파괴되기도 하고 탈레반 시절에 강제로 문을 닫거나 파괴되기도 했다. -중략- 노트나 연필도 부족하다. 그저 천막 바닥에 모여 앉아 낡은 칠판 하나에 의지해 공부한다." (p55) 이 문장 읽다가 눈물이 글썽거려졌다. 불과 몇 십년전 우리의 모습도 저래했다는 글쓴이의  비교 때문인지, 연필이며 종이 따위(!)를 감히 아깝다고 생각해본적 없이 마구 써대는 지금의 내 모습이 부끄러워서인지 모르겠다만.  탈레반은 도대체 뭐하는 집단이지? 교육은 그 나라의 앞날인데, 소위 국민들을 이끌어나간다는 집단이 학교를 파괴하다니. 이해가 되질 않았다. 글쓴이는 현재 아프간의 상황을 한국전쟁 당시의 우리나라와 종종 비교하고 있는데, 그런 동류의식 때문인지 더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또 하나. 아직도 분쟁 중인 아프간의 수많은 군벌들. 무법천지에 약육강식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혼란스러운 아프간에도 평화로운 날들이 올까나. 척박한 자연환경과 오랜 전쟁으로 황폐화된 땅. 부족한 먹을꺼리와 열악한 교육환경이며 여성에 대한 오랜 억압. 끊이질 않는 내분과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 신이 세상을 만들면서 나온 "쓰레기를 버린 곳이 바로 아프가니스탄"(p7)이라는 말을 들으며 설마 그럴까 싶었는데, 나 역시 책을 한장한장 넘겨가며 글쓴이처럼 "'저주'라는 단어를 떠올렸다."(p8)

   하지만 스스로의 힘과 국제사회의 지원(이 책에서 본 우리나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은 용감하고도 아름다웠다.)으로 서서히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나라 아프가니스탄. 국제뉴스란에서 더이상 시끄럽고 골치아픈 나라의 모습이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 부루카를 벗어나 인간답게 사는 여성의 모습,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밝게 웃을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을 보고 싶다. 살람 알레이쿰 아프간!! 진심으로 살람 알레이쿰 아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카불에서 하루를 넘기는 것이 어떤 건지. 거기도 사람 사는 데니까, 일국의 수도니까, 하고 보통의 상식으로 생각하겠지. 외국에 나가서 수당도 더 받으니까 혜택받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사람은 카불의 밤거리를 봐야 한다. 가로등 하나 엇이 캄캄하고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거리를, 오늘은 전기가 들어올까 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석유램프의 유리등을 닦는 마음을, 오늘밤은 어디서 로켓탄이 날아오지나 않을까 하고 가슴을 졸이며 잠자리에 드는 마음을. 오죽하면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의 기자는 르포기사에서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살아남는 것이 축복인 곳"이라고 표현했을까!"(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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