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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 해바라기 ㅣ 사계절 1318 문고 44
차오원쉬엔 지음, 전수정 옮김 / 사계절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청동해바라기..
중국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했기에 설렘과 기대로 책장을 펼쳐들었다. 중국에 관한 이야기는 펄벅의 [대지]를 읽었던 기억이 전부다. 신해혁명기를 전후한 중국의 한 가정을 배경으로, 당시 중국의 사회상을 살펴 볼 수 있었고, 펄벅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좋아서 "중국"이라면 으레 펄벅의 [대지]가 먼저 떠오르곤 했다. [청동해바라기]는 중국에 관한 역사서를 제외하곤, 내가 처음으로 접한 중국 작가의 작품이라 무척 기대가 컸었는데,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아서인지(이 이유일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기대에 못 미친 작품이었다.
청동해바라기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다.
청동으로 만든 해바라기와, 청동과 해바라기는 인명.
주인공은 해바라기.
첫 문장부터 "일곱살 어린 소녀 해바라기"라고 나오고 있는데, 나의 주의력 부족 탓인지,"해바라기"가 전혀 인명(人名)이라고 생각지 않고, 몇 페이지를 넘기려니 '뭐야..? 해바라기가 살아있는거야..? 움직일 수도 있어?'싶었다. 해바라기가 전혀 인명일리가 없다고 여긴 나의 고정관념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주인공인 해바라기의 아버지는 한때 조각가로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해바라기". 도시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그가 시골로 이주하여 생활하다 정말 뜻하지 않은 사고로 사망한다. 고아로 남겨진 해바라기(세살때 엄마는 이미 사망한 터다.)는 근처의 "보리밭 마을"로 보내지게 된다. 해바라기의 아버지가 보리밭 마을의 벙어리 아이 "청동"을 처음으로 보았을 때, 그 아이가 어린 나이에 죽은 해바라기의 오빠를 닮았다고 한 말은, 이후의 이야기 전개에 복선이기도 하다. 해바라기를 맡아 키우기로 한 집이 바로 다섯살 때 열병을 앓은 뒤로 말을 못 하게 되었다는 청동의 집이기에.
이후는 약간은 뻔하다 싶은 스토리가 펼쳐진다. 보리밭 마을에서 가장 가난하지만, 가장 행복하고 가족들끼리 사이가 좋은 청동과 해바라기의 가족. 할머니는 정갈하고, 마을에서도 존경받는 어른. 아빠와 엄마 역시도 마음씨 좋고, 해바라기를 친자식보다 끔찍이 여겨주는 선량한 사람들. 그리고 벙어리 청동은 누구보다도 해바라기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오빠.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똑똑하고 예쁜 아이 해바라기.
반딧불이를 잡아 불을 밝혀 해바라기를 공부하게 하고(집이 너무 가난했기에, 공부는 하고 싶지만 등불을 켤 수 없는 해바라기를 위해), 곡마단 공연을 보러 가서는 해바라기를 무등을 태워 공연을 보게 하느라 자신은 제대로 보지도 못하기도 하고, 너무나도 예쁜 해바라기가 은목걸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어 고드름을 갈아서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어 주기도 하는 마음씨 착한 청동의 행동은 차라리 동화적이기조차 하다.
착하고 예쁜 짓이라면 해바라기 또한 빠지지 않는다. 늙은 할머니의 병환을 고치기 위해 멀리 배를 타고 은행을 주워 팔아 돈을 벌러 가기도 하고, 일부러 시험을 망쳐서 학교를 다니지 않음으로써 집안의 부담을 덜어보려고도 하고..
하지만 그렇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예쁘게 살아가는 그들에게 닥쳐온 가장 큰 시련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이 해바라기를, 도시 사람들이 다시 데려가려 하는 것. 해바라기 아버지의 조각 작품 청동해바라기가 다시 관심을 받으며, 해바라기를 도시로 데려가려 하고, 해바라기와 청동은 그걸 피해 숨어지내고. 결국 해바라기를 위해 더 많은 기회가 있는 도시로 해바라기를 보내주지만, 해바라기를 매일같이 기다리던 청동이 돌아오는 해바라기를 보고 그 이름을 부르며 말문이 터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물론 아름다운 이야기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아이 해바라기, 처음 보는 사람들조차도 그 아이를 보면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해바라기, 말은 못하지만 너무도 영리하고 똑똑한 아이 청동. 가난하지만 법 없어서도 살 것 같은 할머니, 아빠, 엄마. 가난함에도, 친자식이 아님에도 어려운 환경에서도 해바라기를 너무나 사랑하는 가족과 보리밭 마을 사람들. 동화가 아니고서 그렇게 선하고 극단적으로 "사랑스러운" 인물이 존재할 수 있는가.. 이렇게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내 마음에 때가 너무 많이 뭍어서일까..? 분명 아름다운 얘기였지만, 너무 아름답기만 해서, 내겐 덜 와 닿는 이야기였다.